언론자유같은 소리하네

2007/01/23 10:30
심상기 회장님, 이게 <시사저널>입니까? [오마이뉴스 2007-01-14 18:28]
자본의 시대, 짝퉁 ‘시사저널’의 탄생 [한겨레21 2007-01-16 08:00]
‘파행’ 시사저널 끝내 직장폐쇄…사태 장기화 우려 [경향신문 2007-01-23 09:18]
삼성기사 삭제 논란 <시사저널> 직장폐쇄 [한겨레 2007-01-22 18:30]

1.

시사저널 사태에 대한 일련의 반응들 중에서 제일 기가 차는 것은 제 멋대로 기사를 삭제하고 직장을 폐쇄한 금창태 사장의 작태가 아니다. 바로 이 사태의 당사자인 대한민국 국민들의 행동이다. 뉴스에 달린 리플들을 보면 "툭하면 노조가 와글와글해서 짜증나 죽겠다."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사주의 권리" 운운하면서 직장폐쇄 잘했다는 리플이 많다.

그나마 최근 기사에 붙는 리플에는 좀 누그러지는 기세인지라 다행이지만, 리플들만 보다 보면 시사저널의 "귀족" 노조가 월급 올려달라, 상여급 달라면서 떼 쓴 것 같다. 하지만 사태의 본질은 시사저널 금창태 사장이 삼성그룹에 대한 기사를 기자들과 편집장과의 협의도 없이 제 멋대로 삭제했고 그 결과 분노한 기자들에 의해 파업이 일어났으며, 그 마당에 금창태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은 직장폐쇄라는 극단적인 행동으로 맞섰다는 거다.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도 모르고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키는 행위, 이런 걸 우리는 적반하장에 막가는 추태라고 부른다.

더 웃기는 건 이 사태가 일어난 지 2주째가 다되어감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관심을 전혀 받지 못했다는 거다.(하기야 나도 파업 터지고 사흘 뒤에야 알았다 -_-) 주요 메이저 언론에서도 직장폐쇄라는 극단적인 사태가 올 때까지 아무 말이 없었고 관심 보이는 바도 없었다. 결국 시사저널은 2판째 정식 기자들이 아닌, 대체인력들이 작업한 "짝퉁" 이 나왔다. 꼴을 보아하니 세 번째 판도 짝퉁으로 나올 것 같다. 아마 구토도 한 번 더 하겠지.

2.

이 일로 확실히 알 수 있는 것은 첫째, 한국 국민들은 언론 자유같은 거, 필요 없다는 거다. 언론의 자유가 돈 앞에서 완전 구겨지기 일보 직전인데 사태는 그야말로 Out of 안중이다. 이건 관심이 없다, 혹은 필요가 없다는 것 외에는 설명이 안되는 현상이다. 돼지에겐 돼지사료가 적당하다고, 한국인들에게 언론의 자유는 지나치게 어려운 개념이라 필요 없는지도 모른다. 뭐 체육관 선거 정도라면 그 수준에 적당할라나.

두 번째로 알 수 있는 것은 한국인들은 자기 나라 말을 읽고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는 것. 파업 사태를 설명한 기사에 파업의 본질 - 언론자유 - 이 엄연히 나와 있는데도 불구하고 노동운동이 어쩌고 맹구같은 소리 한다는 것은 나 독해력 없어요라고 자백하는 꼴에 다르지 않다. 한국어 있어서 뭐하냐? 제대로 쓰지도 못하는데. 차라리 창씨개명 시키고 억지로 일본어 시키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최소한 한국어보다 쓰는 사람도 많고 더 편리할 거 아닌가. 하기야 이런 소리 하면 또 거품물고 발광하겠지.

3.

아하, 그래서 소위 "돈 있고 배운 사람들" 이 자꾸 한국을 떠나려고 하고, 자기 자식에게는 미국 시민권과 함께 Mother tongue를 선사하려고 하는 건가 보구나. 평소에 그 사람들을 별로 탐탁치 않게 생각했는데 조금은 이해가 갔다. 하기야, 글 배우고 비단옷에 쌀밥 즐기며 사는 사람이 돼지우리에서 돼지와 함께 살고 싶지는 않겠지.

* 방금 전 확인하니 결국 시사저널 짝퉁 세번째 판이 나왔다고 한다. 우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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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明智光秀 2007/01/23 10:56

    멕시코 혁명사를 세세히 아는 건 아니지만...
    멕시코 혁명사를 보면... 언론의 자유라는게 우리한테 어떤 의미인지 시사해 주는 바가 크더군요.
    언론의 자유는 의심의 여지 없이 지켜져야 할 대원칙이지만...
    그 원칙의 혜택은, 오히려 그 자유와 민주의 적들이 챙겨간다는거.
    그들을 지탱하는 것은... 고어핀드님이 바로 이 글에서 말씀하시는 것.

    씁쓸한 조국의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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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어핀드 2007/01/23 16:04

      시민혁명이 없었던 나라의 어쩔 수 없는 운명이랄까요. 6월 항쟁과 민주화 투쟁도 대단한 겁니다만(안타깝게도 요즘 제 또래들은 잘 모른답니다.) 프랑스 대혁명이나 도이칠란트의 나치 패망처럼 사람들 마음속에 확신을 심기에는 역부족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결과가, 언론을 탄압한 군사 독재 아래서 특권을 받아 성장한 언론들이 그 "언론 자유"를 남용하면서 대통령 말꼬리 잡기 + 닭치고 패기에나 열중하는 현실이겠죠. 결과적으로 보면 죽 쒀서 개준 꼴입니다.

  2. 飛烏 2007/01/23 11:50

    이게 다 네이버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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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미친고양이 2007/01/23 13:00

    우리나라는 이미 삼성공화국이요. 언론은 이미 삼성의 손아귀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오.

    http://catmon.egloos.com/23355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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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어핀드 2007/01/23 16:17

      시사평론가 강준만 교수가 이건희에 대한 책을 내면서 이런 말을 했던 적이 있었죠: "왜 이렇게 중요한 인물에 대한 연구가 없나? 관심이 없는 거냐 아니면 무서워서 몸을 사리는 거냐?"

      시사 저널은 삼성에 대해서 성역없이 펜을 휘둘러 온 것을 특히 인상적으로 기억합니다. 작년 추석 특집호였던 것 같은데, 아예 한 호 전체가 삼성 특집이었습니다. 삼성의 인재 중시와 미래 예측부터 어떻게 노조를 탄압하고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지, 법원을 어떻게 구워삶는지. 한국 언론의 평균 수준이 그 절반만 되었어도 대한민국의 모습은 지금과는 사뭇 달랐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김규항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지만, "한국 사회는 군사 파시즘의 치하에서 자본 파시즘의 치하로 들어갔다." 는 그의 발언만은 한 번 생각해 볼 만 한 것이겠죠.

      관련된 기사 하나 링크합니다: http://news.naver.com/news/read.php?mode=LSD&office_id=047&article_id=0000067993&section_id=101&menu_id=101

    • 고어핀드 2007/01/23 22:16

      혹시나 김규항이 누구인지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김규항 씨의 블로그를 링크합니다: http://gyuhang.net/archives/2005/05/18@11:42AM.html

  4. 朴下史湯 2007/01/23 13:28

    아무튼, 이게 다 노무현 때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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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어핀드 2007/01/23 16:27

      스물 x번째 생일을 맞은 고어핀드 군이 생일날 꿉꿉한 포스트를 올릴 동안 노무현은 대체 뭘 하고 있었나(?)

  5. 발당 2007/01/23 15:28

    대학생 시절에는 사회문제에 신경을 끄기로 결심했지만...
    울음같은 웃음만 나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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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어핀드 2007/01/23 16:26

      이제 이건희 국방위원장 동지를 민족의 영원한 태양으로 모시고 수령님 만세만 외치면 끝인 거지. 반동분자 간나새끼들은 까짓 거 아오지 탄광 보내버리면 될 일이고. 북한처럼 아무개가 총 들고 들어와서 그렇게 만들어버린 게 아니라 30년대 독일처럼 국민들 스스로가 싸이코짓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태는 더 심각한지도 몰라.

      * 갈수록 냉소적이 되어가고 있는 고어핀드 군: http://www.gorekun.pe.kr/blog/1051#comment1646

  6. D.L 2007/01/23 17:58

    대세는 이미 이건희가 아니라 이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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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어핀드 2007/01/23 18:24

      우리들의 황태자 폐하.
      e삼성이라는 장대한 인터넷 사업을 말아드시고도 손해 한 푼 보지 않은(그리고 그 손해를 삼성 계열사에 떠넘겨서 해외 언론에까지 조롱거리가 된) 위인.

      ...아직까지 두고 봐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대세라는 점에서는 변한 것이 없는 듯 OTL

  7. 정시퇴근 2007/01/23 18:30

    무섭군요...

    -_-;; 삼성은 이제 삼성 라이온즈에게만 호감이 가는군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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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천애윤락 2007/01/23 18:36

    언론의 독립성은 어느정도 보장되어야 하지만 매순간 고통이 따르는 것은 사실인가봅니다.

    결국은 노사간의 협의를 통해서 노사문제로 시작된 것이 사실은 삼성에 대한 편집권 문제와 연계가 된 것으로 보여집니다.

    추측이나 예상을 제외하고 결론적으로 한가지 확실한 것은 단순히 언론의 자유만을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역시 오마이뉴스는 그나마 사실을 보도하는거 같습니다.


    -------------------------------------
    오마이뉴스 기사인용

    안철흥 노조위원장은 이에 대해 "금 사장이 이번 파업을 불법파업으로 몰고 가려는 것"이라며 "4개월간 13차례 단체협상을 했음에도 협상이 결렬된 것으로,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조정중지결정을 내려 합법적으로 파업권을 획득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안 위원장은 "단체협상 당시 편집권 독립을 포함해 ▲연월차 휴가 보장 ▲의료비·교육비 지원 ▲노조활동 보장 ▲징계 및 해고 요건 제한 등 근로조건을 논의했지만, 사측과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며 "편집권 독립 또한 기자에게 중요한 근로조건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안 위원장은 "노조는 언제든지 사측과 대화를 할 준비를 하고 있다"며 "사측과 합의되면 언제든지 현업에 복귀해 잡지를 만들 준비가 되어있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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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어핀드 2007/01/23 19:04

      아하, 편집권 문제가 불거지기 전에도 이미 쌓인 문제들이 있었나 보군요. 이번 일은 일종의 뇌관 역할을 한 것 같네요.

  9. 천애윤락 2007/01/23 19:23

    넵 그런거 같습니다.

    명분을 이용한 노조의 이익을 챙기는 걸로 보여지기도 합니다. 저도 언론의 문제점 개혁하는거, 편집권을 부분 인정하는 거 다 찬성합니다. 그러나 그러한 댓가를 이용해서 자신의 입장을 고수하는 거에 대해서는 어찌보아야할지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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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어핀드 2007/01/23 22:21

      글쎄요, 뭐 아직 노조의 요구 조건도 본 적이 없고, 사측에서도 편집권 이외의 일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거기에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10. 짱가 2007/01/25 02:27

    언론의 자유만을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니다...

    이상하게도 사람들은 어느 한쪽에게만 순수성을 요구하죠.

    순수하지 않으면 자격이 없다는 태도 같습니다만,
    그렇게 따지면 자격이 있는 사람은 누가 있을까...

    중요한 것은 순수하냐 아니냐가 아니라,
    옳으냐 그르냐 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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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어핀드 2007/01/25 14:26

      짱가님 말씀이 정답이군요. 결국 "옳냐 그르냐(혹은 타당하냐 아니냐)" 가 문제이지요.

  11. 지나가던 게임중독자 2007/03/23 09:17

    ...언론따위.
    자유로웠던 때는 없습니다. (진정 돈에 구애받지 않았던, 이런저런 이유로 문닫고 사라진 소수 빼고)

    홍콩의 언론들이 홍콩이 중국에게 반환될 시기 되자 평소 이런저런 신랄한 비평및 기사(감옥수들 처형뒤 외국으로 수출? 하던거라던가)쓰던거 자재하던거.

    미국의 언론들은 대기업들이 (언론뿐이 아니지만.. 요람부터 무덤까지 물건 팔아먹을 모든 수준의 장악력. 자유라는 착각을 던져주는 낚시꾼 달인들.) 언론을 꽉 잡고 있지요.
    부시 비평이고 뭐고 나오는거 보면 그렇지 않은것 같지만,
    의외로 꽉 잡혀 있습니다. 부시는 얼굴마담 비슷하지, 실제로 뒤에서 조종하는 이들은 록히드(무기장사)같은 대기업, RAS 가 RSA 그 총 협회, 재벌 가문들...

    혁명 어쩌구 저쩌구 프랑스도 대통령이 독재자 수준의 장악력 지녔다고..

    캐나다도 얼뜻 보기엔 정치적으로 대립하는 신문들로 보이는 신문사들을 개인이 소유해서 자기 맘대로 뒤에서 주무르는..

    perm. |  mod/del. |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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