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먼저 오래 살지도 못하고 저 세상으로 가버린 요구르팅에 심심한 애도 표합니다. 적절할 표현일지는 모르겠지만 게임도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탄생하는 만큼, 거기 들어간 애정과 시간은 새 생명을 잉태한 임산부의 그것보다 하등 못할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 마당에 요절까지 해버렸으니.
2.
제가 요구르팅을 알게 된 것은. KFC의 TV 화면으로 흘러나오는 "Always" 뮤직비디오를 봤을 때였습니다. 아실 분은 다 아시겠지만, 코요테의 신지가 부른 이 노래는 요구르팅의 테마송이기도 합니다.

만화적 감성 300%인 요구르팅 뮤직비디오
지금도 약간 그런 편입니다만 온 정신이 휴대용 머신을 비롯한 콘솔 게임판, 혹은 "어떻게 하면 나도 저 판에 좀 끼어 볼 수 없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하는 마당이니 대작이니 뭐니 해도 쏟아져나오는 MMORPG 떼거리 중의 One of them 이었을 뿐입니다.
...그런데, 그러던 제가 뮤직비디오 한 편에 완전히 넘어가버렸단 말이죠.
요구르팅 뮤직비디오, 정말 잘 만들었습니다. 어떻게 해야 저런 경쾌발랄, 예쁜 화면을 뽑아낼 수 있는지 신기하기까지 합니다. 게다가 시원한 목소리가 매력적인 신지가 불렀단 말입니다. ^_^

요구르팅 뮤직비디오를 보고서야 이 말의 뜻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이 쳐다볼지 안볼지도 모르는 배너 광고에 돈다발 때려 넣는 것보다 이런 거 하나 만드는 게 확실히 더 나을 것 같습니다.(그래봤자 13억 들었다는.. -_-;)
3.
이런 말 하기 뭐하지만 솔직히 까놓고 말하자면, 요구르팅은 재미가 없었습니다. 뭐 우리나라 MMORPG들이 마우스 클릭클릭클릭클릭클릭클릭클릭클릭클릭클릭(-_-+)만 반복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기는 했습니다만, 요구르팅은 그 수준도 아니었습니다. 뮤직비디오에 낚인(-_-;) 저도 레벨 5에서 결국 그만두고 말았습니다.(딱 두 번인가 접속했다, 이런 말씀입죠 -_-;)

냉정하게 평가하자면, <요구르팅>은 게임플레이 하나 빼고 다 퍼펙트했습니다.
뭐 그래도 같은 방식의 게임인 디아블로2는 아직도 재미있는 걸 보니 꼭 그런 것만도 아닌 것 같습니다. 디아블로2에서 디아블로를 잡기 위해 다섯 개의 봉인을 뜯고, 액트5에서 달려오는 자폭 몬스터 쉐이들을 피해다니는 것은 꽤나 재미있었으니까요. 액션 RPG의 재미는 과연 어디서 오는 걸까요. 새로운 궁금증입니다.
4.
또 한 가지 드는 생각은, 블록버스터의 시대는 가버렸는가 하는 궁금증입니다. 100원 놓고 60원 버는 것보다 1000원 놓고 시장을 싹 쓸어서 300원 버는 게 수익률은 반밖에 되지 않지만 금액으로 치면 어쨌든 다섯 배나 벌지 않았느냐 하는 게 바로 블럭버스터의 사고방식입니다.
* 영화의 블록버스터 흥행 전략에 대해서는 조만간 한 번 포스트할 생각입니다.
문제는 엄청난 금액을 쏟아부어서 블록버스터를 만든다고 해도, 그게 시장을 싹 쓸어먹을지 못 먹을지는 귀신도 모른다는 데 있겠습니다. 게다가 그 "못 쓸어먹는다." 의 가능성이 점점 더 커져가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뮤직비디오의 배경에 깔린 안나댄스는 한동안 인터넷을 진동시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제작비까지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고 있습니다. 영화는 툭하면 최대 제작비 기록을 갈아치우는 판이고 일본의 게임 개발사들이 플레이스테이션 게임 개발 비용에 입을 못 다문 지도 오래됐습니다. <스타 워즈>의 감독 조지 루카스가 "영화에서 손 떼겠다." 라고 한 적이 있는 걸 보면 그 바닥도 확실히 무슨 일이 있기는 한 모양이죠.
대작 온라인게임 '레드오션'되나 [한국경제 2005-09-06 17:27]
이러한 추세가 계속된다면, 문화산업의 틀 자체를 죄다 다시 맞춰야 할 판입니다. 영화든 게임이든, 초반부터 로켓포를 들고 맞지 안맞을지를 놓고 도박을 하느니, 일단 산탄총으로 한 번 쏴 보고 맞는 게 있으면 그 때 가서 돌격총으로 바꿔 드는 방식이 더 나은 세상에 와버린 건 아닌지 궁금해집니다.
5.
그러고 보니 요구르팅의 원화를 담당했던 안나씨는 어디로 갔는지 궁금하네요. 취향이 취향이다보니 - 예, 그렇습니다. 저 미소녀 매니아입니다 - 깜찍한 미소녀를 잘 그리는 안나씨가 어디로 갔는지 궁금해집니다.
요구르팅은 갔지만 앞으로도 안나씨의 작품들을 많이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