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정해진 건 아니지만, 사람들이 좋아하는 레고 모델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하나는 그 자체로서 완결성을 가질 것. 피규어만 있는 것보다는 배경이 될 만한 것이 약간 있는 것이 좋다. 피규어만 들어 있는 모델은 많은 피규어을 모으기 위해 구입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 점에서 모자라기 때문에 그것만 가지고는 뭔가 모자란 느낌이 많이 난다.

* 레고 스타워즈 시리즈에서 제국군 스톰 트루퍼를 개떼처럼 모으기 위해 스톰 트루퍼 피규어 세트를 30개나 산 사람도 봤음 -_-

물론 나름 이쁘게 장식해 놓을 수도 있다. 단, 배경을 만들 실력이 된다면.

두 번째로 현실 세계를 세밀하게 축소해 놓아야 한다는 것. 덩치만 크고 세밀함이 떨어지는 모델은 가지고 놀기에는 좋지만, 만드는 것도 재미없고 사진을 찍어도 멋이 안나기 때문에 별로다. 유감스럽게도 최근 발매된 바이킹 시리즈가 이 점에서 악명을 떨치고 있다. #7019 바이킹 요새를 완성했을 때 날 당혹시켰던 그 순 미국식 거대무식함(-_-)은 지금 생각해도 오한이 흐른다. (이런 건 어디 장식해두지도 못한다구!!)

세 번째로 통짜 부품을 쓰지 말 것. 이미 모양이 다 만들어진 블록으로 뭔가를 만들어봐야 어설프기만 할 뿐이다. 역시 기본적인 부품들만 오밀조밀 모아서 뭔가를 만드는 것이 제일 좋다. 90년대 말 이후 나온 모델들은 이 점에서 최악을 달린다.

마지막으로 살아 움직이는 모델이 좋다는 것. 이것은 꼭 필요한 조건이라기보다 옵션에 가깝지만, 건물 안을 볼 수 있도록 여닫이가 장착된다던지 성 안에 함정이 설치되어 있는 것이 좋다. 이따금 여러 개의 모델을 합칠 수 있도록 고안된 확장성을 가미한 제품들도 나온다.

레고 역사상 최고의 명작 중 하나로 꼽히는 #10000 「Guarded Inn」. 안정감 있는 배경과 정갈한 묘사로 매니아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레고 성 시리즈를 모으지 않는 사람도 이것만은 가지고 싶어할 정도. 위 조건들을 전부 가지고 있는 보기 드문 케이스이다. 집 옆의 성벽은 성 모델의 성벽과 연결해서 마을을 만들 수 있다.

최근 레고에서 신제품을 내놓았다. #10182「Cafe Corner」말 그대로 거리 모퉁이의 카페를 재현한 모델인데, 그야말로 경탄 그 자체다. 겉모습 뿐만 아니라 건물 안쪽까지 묘사하고, 여닫을 수 있는 시스템까지 탑재했을 뿐더러 차양 묘사에서는 기존의 레고 모델에서는 볼 수 없던 브릭의 참신한 사용도 돋보인다.

말 그대로 좋은 레고 모델의 조건을 모두 갖춘, 보기 드문 "물건"인 덕분에 레고 팬 커뮤니티에서는 지름신 공포증에 떠는 환자들이 줄을 서고 있다. 이 물건은 레고 직영 상점이나 인터넷 샵을 통해서만 구매할 수 있는데, 그나마 한국으로는 배송이 안된다. 배송 대행 서비스를 이용하면 못할 것도 없지만 가격이 $139.99나 되니 한국으로 배송했다가는 견적이 어떻게 나올지 당췌 감이 안잡히는 것이다.

아아, 지름신이시여. 어찌하여 이러한 시련을 내리시나이까.

난 이 모델을 보자마자 암스테르담 중앙역 앞에 있던 작은 식당이 생각났다는...

함께 나온 #10183 「Hobby Train」 전기로 움직이는 기차 세트인데, 기차 시리즈 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당장 지르겠다고 난리다. 통짜 부품이 없어서 내가 봐도 이뻐 보인다. 가격은 $99.99

최근 레고들은 영 멋이 없다는 말이 자주 나온다. 이전과는 달리 위 세 가지 조건을 제대로 못 갖추는 경향이 허다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따금 이렇게 멋진 물건이 나와 준다. 아마도 이런 것 때문에 내가 레고를 그만두지 못하는 것이겠지.

* 결국 BrickInside™ 에서는 레고코리아에 10182와 10183을 한국에 출시해 달라는 내용의 서명을 진행중이다. 사실 나오면 같은 레고 팬으로서 기뻐할 일이지만, 레고 코리아는 거의 장사를 접다시피 한 상태기에 가능성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심히 유감이다.
2007/04/22 16:28 2007/04/22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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