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권력남과 순진녀의 가면무도회 - 댄서의 순정 [씨네21 2005-05-11 11:00]
<카게무샤影武者>, <킹덤 오브 헤븐Kingdom of Heaven>, <라스트 사무라이The Last Samurai>... 전장의 함성으로 가득찬 내 DVD장에도 단 하나 핑크빛 이단적인 존재가 있으니, 바로 <댄서의 순정>이다. 그리고 위 링크는 내가 본 <댄서의 순정> 영화평 중 가장 잘되었다고 생각하는 글이다. 읽어 보면 알겠지만, 별로 좋은 시선은 아니며 오히려 까칠하기까지 하다.

아아 사랑스러워...
그 점에서 영화 <댄서의 순정>의 배경에 있는 사회적 맥락을 예리하게 짚어내는 영화평은 적어도 내가 영화를 볼 때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물론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내가 아무리 이 영화(정확히 말하면 주연배우)를 좋아한다 해도, 이 영화가 주연 배우에 전적으로 기댄 <어린 신부> 붕어빵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내가 평론가라면? 글쎄, 아마 5점 만점에 3점 정도 줬겠지.
2.
타인의 취향 by 김규항
김규항, 또 한 건 날렸다. 김규항이 누구인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간단하게 소개하자면, 어린이들을 위한 교육 잡지를 발행하는 진보 성향 지식인이라고 해 두자. 시사 칼럼니스트로 꽤나 유명한 양반인데, 이 양반이 이번 한겨레 21에 쓴 글을 보고 뒤집어지는 줄 알았다. 귀차니스트들을 위해 DCInside 식으로 석 줄 요약을 하자면 다음과 같다.
- 영화 평론가들은 언젠가부터 대중의 취향과는 관계없는 평론을 써대며 대중들을 무시해왔다.
- 대중(≒디빠)들이 평론가에 분노하는 것은 그들이 D-war가 후진 영화라며 관객들을 경멸하기 때문이다.
- 디빠들이 잘하고 있다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너네는 맞아도 싸다. 타인의 취향 좀 존중해라.
이따위 소리를 진지한 시사 주간지에서 하고 있으니 두 배로 코믹하다는 걸 김규항은 알까? 타인의 취향을 존중하라, 물론 좋은말이다. 그런데, 지금 타인의 취향을 존중하지 않는 사람이 대체 누구인가? D-war를 보면서 재미있었다는 말을 할 자유가 있으면, "영화 미학상 영 후진 영화다." 라고 할 자유도 있는 것이지. 그런데 전자는 되는데 후자는 안된다는 게 문제인 거다. 가해자와 피해자를 뒤집어 생각하는 김규항의 사고방식도 이쯤 가면 도착 증세다.
대중의 취향을 빌미로 대중을 닭대가리로 모는 평론가가 있었을 수도 있다. 근데 그게 모든 평론가들을 같은 부류로 몰아붙이며 몰매때릴 근거가 되나? 그냥 맛간 평론가 하나가 헛소리한 것으로 웃어넘기면 될 일이지. "맛간 평론가 하나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명제에서 "모든 평론가는 때려죽여야 할 매국노다." 라는 명제가 어떻게 도출되는지 내 조막만한 이성으로는 도저히 이해 불가다. 적어도 내가 아는 세계에서는, 이런 현상을 전문 용어로 "논리적 비약" 이라고 부른다.
사실 디빠들이 자신들의 취향이 평론가들에게 경멸당했다고 느끼는 이유는 단 하나다: D-war가 평론가들에게 참혹한 평을 받았기 때문이다. 거의 10점 만점에 7점을 넘는 평점이 없는 지경인데, 애시당초 이건 문제가 될 수 없다. 앞서 말했듯, 영화평이 좋지 않은 것하고 그걸 즐기는 건 엄연히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평론가들이 내가 재미있게 본 영화에 참혹한 평을 내렸다." 라는 명제와 "평론가들이 나를 경멸했다."라는 명제가 어떻게 논리적으로 동치가 되나?
적어도 내가 아는 세계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전문 용어로 "불필요한 동일시" 리고 부른다. 그리고 이렇게 표현한다. 총체적 무개념. 뇌없음.

3.
<디 워> 광팬들, 집단행패 그만해라 [오마이뉴스 2007-08-13 16:35]
<진중권의 상상 12> 심형래의 '디워'와 데우스 엑스 마키나 [한국일보 2007-08-13 17:27]
<진중권의 상상 13> 대중의 반란 [한국일보 2007-08-20 17:51]
<진중권의 상상 14> 이른바 '대중지성'에 관하여 [한국일보 2007-08-27 18:12]
D-war 논쟁이 한창 블로고스피어를 달굴 무렵, 정신없이 바빴다. 실제로 지금도 정신없이 바쁘고, 도장이 불이 나서 운동을 못 나가게 되지 않았더라면 지금 이 글도 못쓸 뻔 했다.
사실 내가 따로 시간을 내서 블로그에 글 쓸 필요가 없기도 했다. 난 D-war를 못 봐서 영화에 대해 할 말이 없다는 걸 빼면 진중권씨하고 100% 의견이 똑같으니까. 돌대가리들이 허접한 논리를 수많은 머리에 담아가지고 와도 결국 허접한 논리는 하나일 뿐. 뒤집어 말하면 진중권씨가 이미 완성해 놓은 논리에 내가 구태여 손 피곤해가며 사족을 붙여버릴 이유도 없었다는 얘기다. 김규항의 글을 읽고 뚜껑이 열리지 않았더라면 이 글을 쓸 일까지도 없었을 게다.
그러니 제발, 평론가들 좀 내버려 둬라, 좀!!
<사족>
내 호구에 흠집 하나만 갔어봐. 불낸 놈 가만 안 둘거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