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기대했다. 그 이름값에 몸을 떨었다. 그리고 뚜껑을 열었더니... 아무 것도 아니더라. 다름아닌 싸이월드의 SNS1 서비스, "홈2" 이야기다. 2007년 3월 21일 공개 서비스를 시작한 미니홈피의 후속 서비스 "홈2"는 일주일 만에 50만 명 이상의 회원수를 모집하면서 기염을 토했지만 지금 존재감은 거의 Nothing 수준이다. 명색이 "미니홈피" 라는 막강한 브랜드 네임을 안고 시작했는데,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홈2가 실패한 원인 중 하나는 기존 미니홈피 회원들을 전혀 배려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미니홈피 유저가 홈2로 옮기려면 일촌과 클럽 설정을 다시 해야만 했고, 데이터를 옮기는 데도 1주일이나 걸렸다.2 복잡하게 나열된 기능들도 배우기가 그리 쉽지가 않았다. 나같은 web geek이 이러니 미니홈피 회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라이트 유저들(특히나 여성)에게는 다가가기 힘든 서비스였을 게다. 기존의 유저들은 옮길 생각이 없고, 그렇다고 해서 신규 유저들이 유입되고 있는 것도 아닌 상황 - 쉽게 말해서 죽도 밥도 안되는 상황이다.
2.
게임 포스트에 웬 뜬금없이 미니홈피 이야기냐 하면, 이러한 난감함이 홈2만의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서다. 지금까지 온라인 게임계에 있어서
제작비 얼마 쏟아 부은 블록버스터다!!혹은
이러이러한 시스템을 탑재해서 더 재미있다!와 같은 슬로건을 외치면서 많은 후속작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정작 지금까지 전작만큼 성공한 건 없었다.
게임이 성공하고 실패하는 데는 수많은 이유가 있을 것이니, 내가 이러한 사태의 원인을 논할 능력은 없다. 하지만 한 가지에 있어서는 확실히 아쉬운데, 전작을 즐겼던 게이머에 대해 얼마나 배려했는지 모르겠다는 점에서다. 어떻게 보면 "전작보다 더 나은 게임성만 구현하면 유저들이 알아서 후속작으로 옮겨올 것이다." 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정말 그럴까?
자주 비판의 대상이 되긴 하지만, 우리나라 게이머들이 룰에 의한 플레이 - 혹은 게임성에 별다른 관심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3 오히려 그들이 열중하는 것은 다른 사람들과 얼마나 어울릴 수 있느냐, 성취감을 통한 재미(≒레벨업)를 얻을 수 있느냐, 자기 자신을 표현(≒캐릭터 꾸미기)할 수 있느냐의 여부다. 어느 것 하나 지금까지 이뤄놓은 것을 포기하는 기회 비용이 만만치 않다. 자연히 새로운 게임으로 옮기는 것을 꺼릴 수밖에 없다. 이런 식으로 놓고 보면 "전작보다 게임성이 훌륭한 게임을 만들면 유저들이 몰려들 것이다." 따위의 생각은 그놈의 게임성 좋아하는 개발자들만의 착각일 수도 있다.
3.
좀 옛날 게임이지만, 디아블로2 확장팩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 수 있었던 데는 이유가 있었다. 게임 자체도 훌륭했을 뿐더러 확장팩을 설치해도 오리지널의 캐릭터를 그대로 쓸 수 있었기 때문이다. 확장팩을 설치하고 배틀넷에 접속, 확장팩으로 가지고 가고 싶은 캐릭터를 골라 변환만 해주면 끝이었다. 한 번 확장팩 캐릭터로 변환하면 다시는 오리지널로 돌아가지 못했지만, 확장팩에서도 오리지널의 게임플레이를 즐기는 데는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확장팩 배틀넷은 게임 출시 첫날부터 사람이 바글바글했다. 덕분에 확장팩 전용 새 캐릭터를 만들어도 놀 상대가 없어 심심하지는 않았다.
물론 디아블로2가 온라인 게임은 아니고, 온라인 게임의 후속작 역시 패키지 게임의 확장팩과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하지만 전작을 즐겼던 조금이라도 배려해줄 수는 없는 것일까. "함께 놀던 친구고 캐릭터고 죄다 내버리고 새 게임으로 오세요~" 라는 것, 야박한 건 둘째치고 그런다고 사람들이 잘 가지고 놀던 장난감을 버리고 새 장난감을 살까? 길드원들과 캐릭터에 쏟아부은 시간들을 내던지라는 건데?
2007년은 처음으로 히트친 온라인 게임이 없던 한 해로 기록됐다. 2008년에도 서비스를 시작하는 게임들이 1개 중대는 되고, 그 중에는 히트작을 보유한 개발사들의 후속작들도 있다. 이번에는 골든벨을 울릴 수 있을까. 지켜볼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