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인터페이스가 잘 된 게임들 중 하나로 어김없이 heroes of might and magic 5(이하 HOMM5)를 드는데, 거기에는 크게 세 가지의 이유가 있다. 하나는 조작의 맥락들이 잘 통일되어 있다는 점이고, 두 번째는 뭐가 뭔지 한 번에 구분이 가도록 시각적인 디자인이 훌륭하다는 점이다. 그러면 세 번째는?
아마도 보여줄 것과 보여주지 않을 것을 잘 구분하고 있다는 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보면, 위 스크린샷만 대충 봐도 게이머가 필요한 정보는 다 들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아군 기사를 움직일 차례이며, 진한 녹색으로 표시된 격자까지 이동이 가능하다. 상대방 몬스터를 공격했을 때 대략 42마리 중 23-35마리를 사살할 수 있다. 반격이 예상된다. 이 정도면 초보자도 충분히 게임을 진행할 수 있을 정도다.
그런데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인터페이스 상에 그 흔한 공격력 / 방어력 등의 status 정보가 표시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사실, 볼려고 한다면 볼 수는 있다.(보고자 하는 유닛을 오른쪽 클릭하면 된다.) 하지만 이러한 정보를 화면의 전면에서 치워 버림으로써, 게임 화면은 좀 더 단순하고 간결해졌다. 이용자가 알아보기도 그만큼 쉬워졌음은 물론이다.

HOMM5의 건설 화면. 역시 마찬가지로 간결한 화면을 보여 주는데. 기본적으로 "현재 지어진 건물" 과 "지금 당장 지을 수 있는 건물" 만을 보여 주도록 디자인되어 있다. 전체 빌드 트리를 보고 싶으면 그 때 가서 펼쳐보면 된다. 위는 펼친 모습.
따라서, 인터페이스를 디자인할 때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어떤 것이 더 중요하고 어떤 것이 덜 중요한지에 대한 판단을 내리는 것이다. 위 HOMM5 스크린샷을 기준으로 한다면, 유닛 A가 유닛 B 를 공격했을 때 어느 정도의 데미지를 입힐 수 있겠는가는 게임에서 제일 중요한 정보가 된다. 일단 그게 게임에서 가장 많이 하는 활동이 그거니까. 반면, 각 유닛의 능력 수치는 비교적 그 우선도가 떨어진다.그거 계산해가면서 게임 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정보는 차라리 뒤로 치워 버림으로써 화면을 간결하게 하는 것이 더 낫다.
2.
갑자기 뜬금없이 예전에 즐기던 게임 이야기를 하느냐 하면, 최근에 인터페이스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볼 기회가 생겼기 때문이다.
일전에 포스팅한 것처럼 안철수연구소에서 v3 365 서비스 1년 라이센스를 얻을 기회가 생겨서, 아버지 랩탑에 인스톨해 드린 지 한 달이 지났다. 이따금 내가 아버지 랩탑을 열고 바이러스 검사나 최적화 같은 것을 하다 보면, 안철수 연구소에서 인터페이스에 대해서 좀 더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는 걸 느끼게 된다.
일단 보자.

문제는 그 다음이다.

이번에는 최적화 기능 설정 부분을 클릭해 보자. 이런 화면이 나온다.

컴퓨터가 다루는 데 비교적 능숙한 사람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라면 이 정도로도 크게 문제는 없다. 하지만 v3 365는 그런 사람들을 위해 나온 상품이 아니다. 웹사이트 대문에서 밝히고 있듯, 나이드신 어르신들과 같이 컴퓨터를 잘 못 쓰는 사람들을 위한 보안 프로그램(+서비스)이다. "원격 지원 서비스 있으니까 그걸로 설정받으면 되는 것 아냐?" 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인터넷 뱅킹에도 거부감이 많은 사람들이 많다는 점을 생각하면 현실이 그렇게 녹록하지도 않다. 게다가 원격 지원 서비스를 항상 그자리에서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 횟수도 몇 번으로 제한되어 있다. 이러한 제한들이 가져오는 심리적 압박감은 생각보다 크다. 원격 지원은, 사실상 최후의 수단이다.
3.
내 직업은 프로그래머고, 덕분에 이스트소프트의 프로그램들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을 간간이 볼 수 있다. 레지스트리를 잔뜩 건드린다는 둥, 무겁다는 둥... 알 시리즈 소프트웨어에 가해지는 비판은 상당히 많다.
하지만 왜 알소프트가 그 많은 프리웨어들 중에서 사실상 de facto(사실상 표준)의 자리를 꿰어찼을까? 알집 정도에서는 잘 느끼기 힘들지만, 알시리즈 소프트웨어들은 다른 유틸리티에 비해 유저 편의성에 대해 확실히 신경을 더 많이 쓴다. 알씨의 경우 상당히 일찍부터 사진 인화나 유저들이 많이 쓰는 간단한 편집 기능을 탑재하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압권은 이미지 사이즈 축소 기능에 500kb 이하 용량으로 줄이는 옵션이 있다는 점이다. 이게 뭐냐고? 싸이월드 업로드 제한이다.

알약의 메인 화면. 크고 시원한 아이콘 덕분에 뭘 해야 할지 한방에 보일 뿐만 아니라 정밀 검사 옵션 따위의 공돌이스러운 부분은 한 번 더 클릭해야 보이는 곳으로 치워 놓았다.
v3 365 인터페이스에 대해서 여러 가지 대안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내가 생각하고 있는 안에 대해서 짧게 언급한다면, 유저들의 행동을 기준으로 해서 환경을 설정할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 쉽게 보이는 위치에 배치하고, 저런 공돌스러운 환경 설정은 두 번쯤 클릭해야 보이는 곳으로 치워 버리라는 것이다.
앞서 이야기했듯, v3 365의 타겟 유저들은 컴퓨터에 그리 능숙하지 못한 사람들이다. 거꾸로 이야기하자면, 컴퓨터를 사용하는 용도가 그리 다양하지 않다는 점도 된다. 우리 아버지의 경우 컴퓨터 이용은 곧 인터넷 바둑(경기 해설, 인터넷 바둑)과 인터넷 뱅킹이다. 내가 방화벽 설정을 안해드린 대신1 자주자주 검사를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환경 설정 윈도우에서 "인터넷 바둑" 아이콘을 클릭하면 자동으로 방화벽은 끄되 자동 검사를 자주 하는 것으로 설정을 한다던가, "금융" 아이콘을 클릭하면 자동으로 비밀번호 등을 보호하도록 설정하는 식으로 인터페이스를 좀 더 다듬는다면, 좀 더 알아보기 편할 것이다.
5.
유저들은 성능에는 덜 민감할지 몰라도 인터페이스에는 꽤나 민감하다. 솔직히 안철수 연구소가 실력 좋은 것은 다 안다. 하지만 그런 프로그램을 가지고도 외국 엔진을 사서 만든 무료 백신에게 밀리게 된다면 어떨까. 꽤나 아깝지 않을까?
ps. 원격 서비스 예약 신청 버튼에 커다란 전화기 아이콘을 갖다 놓으면 더 좋을 것 같다. 나이든 분들은 화면도 잘 안 보인다.

- 방화벽을 설정하면 이용이 제대로 안 되는 곳이 가끔씩 있다. [본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