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 218년 11월, 한니발이 이끄는 2만 6천명의 카르타고군이 알프스를 넘어 이탈리아 땅을 밟는다. 국토를 공격당한 로마는 맞서 싸웠지만, 결과는 재앙이었다. 두 판이나 내리 지고 야전군이 깡그리 날아가는 패배를 당했다. 보복을 결심한 로마는 전군을 집결, 재도전했지만 결과는 다르지 않았다. 이번엔 8만 6천에 달하는 병력이 5만 명의 한니발 군에게 전멸을 당하는, 그야말로 기록적인 대패를 당해버렸다.

카르타고의 명장 한니발. 만화에서는 약간 사시로 그려진다. 덕분에 속을 전혀 알 수 없는 기묘한 천재의 분위기를 풍긴다. 실제로 한쪽 눈을 병으로 실명해서 안 보였다는 기록이 있으니 틀린 것도 아니다.
2.

<유레카>의 힘은 캐릭터의 힘이다. 눈 씻고 봐도 스파르타인으로 보이지 않는 귀차니스트 청년 다미포스와 노망 든 수학자 아르키메데스. 정치꾼 에피큐데스. 그리고 흡사 금강석을 깎아 놓은 것 같은 로마 장군 마르켈루스. 확실한 개성을 가진 캐릭터들이 손에 잡힐 것처럼 생동감있게 묘사되고,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한 페이지도 안 되는 역사 기록이 흥미진진한 만화로 탈바꿈한 것은, 한 컷만 봐도 살아 있는 듯한 캐릭터들의 공이 크다.

로마의 칼, 마르켈루스. 전쟁터에서 늙은 꼬장꼬장한 외고집 무인의 모습이다. 목검으로 머리를 내리치면 오히려 목검이 부러져나갈 듯.
그러나 역사물의 경우, 은근히 이러한 점이 묻히는 경우가 많다. 어느 정도 정해진 사건의 흐름을 따라가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역사 기록은 사건의 전개에 대해서는 꽤 자세한 편이지만 캐릭터에 대해서는 상당 부분 탈각되어 있다는 점. 등장하는 캐릭터들에 생동감을 불어넣지 못한다면, 이야기를 이끌어가기는 커녕 정해진 사건 흐름에 질질 끌려다니기 십상이다. 이따금 보는, "마네킹들이 설교 늘어놓는 듯한 역사물" 은 대개 이런 식이다.

다밋포스는 용맹한 스파르타 전사와는 거리가 먼 인물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독자의 흥미를 유발한다.
작년에 완간된 <바람의 검심> 완전판 마지막 권에는 보너스가 있다. 작가가 그린 막부 말기 인물들이다. 만화의 주인공이 막부 말기에 암살자로 활동했던 과거를 가진 인물이라 넣은 것 같은데, 한마디로 말해 최고다. 겨우 스케치 뿐이지만, 얼굴만 봐도 인물들의 면면이 머릿속에 떠오르기 때문이다. 처음 봤을 때 구질구질한 설명 없이 스케치 하나, 설명 한두 줄만으로 살아 있는 것 같은 캐릭터를 표현한 것을 보면서 감탄했었다.
<유레카>를 보면서도 비슷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언젠가 잡지에서 본 기사의 일부가 떠올랐다. "왜 우리나라 만화에 나오는 장군들은 몽땅 다 '나를 따르라'밖에 외칠 줄밖에 모르는 인상들일까?" 맞는 말이다. 삼국지로 치자면 원소같은 인간만 100명이 나와서 뛰어다니는 셈이다. 그런데, 그게 재미있으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4.

주변 사람의 얼굴도 기억 못할 정도로 노망이 든 연구 오타쿠 아르키메데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