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ttp://www.flickr.com/photos/steverideout/135800037/
그곳이 처음부터 오아시스였던 것은 아니다. 그곳에는 캐러밴들이 있었다. 자신이 가진 컨텐츠를 업로드해주는 고수들 말이다. 고수들이 모여 있으면 볼 만한 컨텐츠는 넘쳐1났다. 캐러밴들이 모여 있다는 것만으로도 사막 한가운데에서 물이 솟는 건 놀라운 이적이었다. 우물가에서 물 한 바가지를 퍼 마시면,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2.

http://www.flickr.com/photos/ultracrepidate/2553031448/
회원이 늘면서 관리가 힘들어졌다. 정성을 들여 정리해 놓은 자료들은 어지럽혀지고, 토론 게시판에는 수준 낮은 글들과 함께 유입된 찌질이들이 활개를 쳤다. 그러다보면 싫증을 느낀 고수들은 먼저 짐을 싸서 어딘가 다른 곳으로 가 버렸다. 그곳이 사막 속 오아시스와 같은 존재였던 이유는, 컨텐츠를 업로드해 주는 고수들 덕분이었다. 고수들이 떠나고 컨텐츠를 업로드해 주는 사람이 없으니 그곳은 더이상 오아시스가 아니었다. 남은 건 말라버린 우물과 쓰레기더미. 그렇게 몇몇 카페가 폐촌이 되었다. 오아시스를 등진 캐러밴들은 어딘가로 옮겨가서 새 둥지를 차렸다. 그리고 앞 과정을 처음부터 반복2했다.

http://www.flickr.com/photos/ahron/148328018/
3.
나는 짧은 생각을 올리는 매체로서 미투데이(이하 미투)를 애용하는데, 이곳은 최근 이용자 수가 크게 늘었다. 이곳을 인수한 네이버가 YG 엔터테인먼트와 제휴를 맺고 소속 가수들의 미투데이를 개설했기 때문이다. 한 힙합 가수가 글을 올리자, 덧글을 달기 위해 팬들이 몰려왔다. 그날 하루, 지금까지 미투데이에 가입했던 유저 수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새로 가입했다.
사람이 크게 늘면서 이전부터 있던 유저들의 입에서는 불평이 나오기 시작했다. 무슨 말을 못하겠다는 것이었다. 그 가수에게 약간이라도 부정적인 발언을 하면, 팬들이 몰려들어 듣기에도 민망한 욕설을 퍼부으며 분위기를 흐렸다. 이곳저곳에 무성의한 리플들을 싸고 돌아다녔다. 신규 유저라 시스템을 잘 이해 못하는 건 알지만, 이렇게 몰려다니며 분탕질을 하는 건 기분 좋은 일이 아니다.

"귀를 잘라 버리던지"
4.
내가 가진 신념들 중 하나는 바로 "다양성에 대한 신앙" 이다. 질 높고 다양한 생각이 어우러져서 새로운 생각과 유용한 통찰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 내 믿음이다. 어우러지는 대상에는 이름 높은 학자의 생각도 있을 수 있고, 동성애자 영화감독의 생각도 있을 수 있다. 내가 블로고스피어를 좋아하는 것은 실로 이러한 다양성 때문이다.
질적인 다양성은 기본적으로 물리적 수량을 필요로 한다. 일단 수량이 부족하면 질적인 다양성도 나오기 힘들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물리적 수량이 반드시 질적 다양성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어느 순간부터 질적 다양성을 잠식하는 사태가 벌어진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듯이.

http://www.flickr.com/photos/cfrausto/283775768/
질적인 다양성과 물리적 수량이 조화를 이루는 지점은 대체 어디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