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rt of proposing a question must be held of higher value than solving it.1.
문제를 제시하는 것은 문제를 푸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 게오르그 칸토어 Georg Cantor(주: 게오르그 칸토어는 집합 개념을 창시한 독일의 수학자로, 원문에는 앞에 "In Mathematics" 즉 "수학에 있어서는" 이라는 단서가 붙어 있다.)
최근 블로고스피어 최대의 화두는 단연 "나영이 사건" 이었다. 8살 소녀가 끔찍한 성폭행을 당했고, 장기의 상당 부분이 파괴되어 회복이 불가능한 지경에 처했다. 그러나 범인은 "겨우" 12년의 징역형만을 받았을 뿐이다. 심지어 처벌이 과하다며 항소를 했다가 기각당하기까지 했다. 한편 안산시는 나영이에게 지급한 지원금을 규정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환수하려다 마는 해프닝을 벌였다. 결과는 보는 대로다. 온 나라가 분노로 뒤덮였고, 그 부산물들이 각종 게시판과 블로그를 가득 메우고 있다.
2.
여기가 무슨 강간의 왕국이냐? (<살인의 추억(2003)>)
무엇이 나영이 사건을 만들었는가? 미성년 여성이 3시간에 1명꼴로 성폭행 당하는 현실이 공론의 장으로 나오지 않는 후져빠진 정책 결정 과정? 부처간에 손발이 맞지 않아 통계조차도 의미를 잃는 시시껄렁한 행정 시스템? 뉴타운엔 관심이 있어도 이런 사고에 대한 대책은 요구할 생각조차 없는 시민들? 말할 필요조차 없는 형량 체계?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에 턱없이 모자란 복지 제도? 아니면 이 모든 것이 다?
나영이 사건의 진정한 해결은, 이 많은 문제들에 답과 대안을 제시할 때에만 이루어진다. 결코 범인 법원 씹고 말 문제가 아닌 것이다.
3.
얼마 전 있었던 "박재범 사건" 도 마찬가지다. 이 일은 박재범을 비난하느냐 옹호하느냐의 문제로 환원되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이 문제에 엮여 있는 화두들은, 결코 녹록치 않다.

http://www.mt.co.kr/view/mtview.php?type=1&no=2009092910403373082
개인적 발언은 대체로 보호되는 게 옳을 것이다. 그런데, 도대체 어디까지가 "개인적 발언" 인가? 싸이월드 글은 개인적 발언이고 블로그 포스트는 사회적 발언인가? 개인 매체가 워낙 다양한 시대를 살다보니, 이젠 사회적 발언과 개인적 발언의 경계 자체가 모호해졌다. 어디까지 책임을 지는 게 적절할까? 무엇보다, 몇년 전 게시물을 기사화하여 사회적 논란으로 확대하는 언론사의 보도 태도는 적절한가?
http://www.flickr.com/photos/damiel/118117242/
4.
사건이 터졌을 때, 잘잘못을 따지고 분노하기 쉽다. 하지만 한 걸음 물러나서, 그 사건의 이면에 있는 다양한 함의에 대해 화두를 던지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이는 네티즌들의 다양한 시각과 통찰이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사회적 논란이 가진 다양한 측면에 대한 고찰이 더 이루어질수록 우리는 우리 스스로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고, 그만큼 더 많은 분노를 절약할 수 있게 되리라.
ps) 그런 점에서 훌륭한 문제제기를 보여주시는 capcold 본좌™의 글. (굽신굽신)




2009/10/04 03:26
형법 제307조 1항은 '공연히 사실 또는 허위사실을 적시하여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 언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합니다. 여기서 '공연히'의 의미를 '불특정인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게'라는 뜻으로 해석하지요.
특정된 사람만 제한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웹문서가 아니라면 공개된 공간이라고 보아야겠지요. 그래서 저는 블로그가 사적인 공간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싸이월드의 비밀클럽 같은, 관리자로부터 초대받은 사람만 열람할 수 있는 곳에 게시하는 글은 특정인에게만 전달할 목적으로 쓰여집니다만, 이런 경우에도 그 열람할 수 있는 사람의 숫자가 상당히 많다면 개인적인 발언이라고 보기는 어려워지는 것이죠.
이렇게 보면 일단 웹페이지에 올리는 글은 대부분 공적인 발언이라고 생각하는 게 좋습니다. 법적으로도 그렇게 취급되는 셈이니까요.
2009/10/04 18:30
덧붙이자면 한국 최대 포탈인 네이버에서 서비스중인 미투데이가 낙장불입 시스템을 채용하고 있다는 것은 20년 뒤 엄청난 핵폭탄으로 돌변할 거라는 데 500원 겁니다.
2009/10/05 08:13
가령, (나름 유명한 블로거) 고어핀드님께서 "이러이러하니 이래야 한다!"라고 포스트를 올려봤자, (지못미) 현실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고어핀드님이 당장 어떻게 바꾸지 못하는 부분이니까요. 때문에 사적인 것이 됩니다. 하지만 어느 시의원의 블로그에 "이러이러하니 이래야 한다!"라는 포스트가 올라온다면 그건 공적인 것이라고 봐야 합니다. 그 시의원은 도시라는 작은 규모의 사회를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권력이 있으니까요.
좀 더 심플하게 정리하자면, 어느 넷찌질이가 "그 범인 새퀴 영구 격리 시켜야 함"이라고 해봤자 바위는 꿈쩍도 안합니다. 하지만 대통령씩이나 된 사람이 "그 범인 새퀴 영구 격리 시켜야 함"이라고 (그것도 공석에서) 사적인 감정 배설을 하는 것은 매우 문제있는 행위힙니다.
2. http://kr.news.yahoo.com/service/news/shellview.htm?linkid=4&articleid=20091001074518765l7&newssetid=1352
대통령조차 국무회의에서, 법원에서 이미 끝난 판결에 "그 범죄자 영구 격리시키면 좋겠다능 하악" 하는 것이 이 동네 현실이죠. 그거 아십니까? 국민 수준에 딱 맞는 대통령이라고...
대한민국은 공사일치 사회인 것 같습니다. 공적인 자리에서 사적인 것을 논하고, 사적인 자리를 공적이라고 해서 말실수 하나에도 하이에나처럼 달라붙고...
그게 가장 문제라고 저는 생각해요. 일의 원인이 무엇이고, 무슨 대책이 필요한지(공적인 것)에는 관심없고, 개인적인 감정(사적인 것)에 충실하다보니...
2009/10/05 14:29
2009/10/06 05:07
우리 사회는 시스템에 의해 돌아가고 시스템은 현재를 논합니다. 중요한 것은 현재이고, 주장을 한 자가 현재의 시스템에 개입할 수 있느냐를 봐야한다고 봅니다. 바꿔말하자면, 현재의 그 사람이 그 주장을 함으로써 나(불특정 다수)의 삶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느냐는 것이지요.
2009/10/07 04:03
그런 점에서 어디까지가 공적 발언인가... 는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2009/10/07 04:22
2009/10/05 19:03
그러니까, 지금 기술 발달로 생겨난 상황을 놓고 사람들의 인식과 현실 사이에 격차가 있는 거죠. 이런 경우 인식 수준에 맞춰 현실을 파악하고 문제를 해결하려 들 경우 더 복잡한 문제를 야기하기 쉽지 않겠습니까.
SNS를 포함한, 웹에 남기는 흔적은 누구나 무차별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공간에 남기는 것이라는 인식을 모든 사용자가 분명하게 할 필요가 있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렇게 인식하고 행동할 때가 되면 자연스레 재범군 같은 사건은 사라지겠지요. 사람들이 대규모로 이런 서비스를 사용하게 된지 몇 년 되지 않다 보니 일어나는 현상 같아요.
미투데이 낙장불입, 그것 때문에 저는 서비스 탈퇴했습니다만, 20년 뒤에는 어떤 상황일지 내다보기가 어려워서.. ㅎㅎ
2009/10/07 03:57
그런데, 제가 보기엔 재범군 같은 사건이 아예 없어질 거라고는 생각하기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웹에 남기는 행동을 조심하는 것도 어느 정도 나이가 든 성인들 얘기지, 어린 친구들은 그렇게 하지 않거든요.(설령 법적으로 성인일지라도 마찬가지입니다.)
문제는 요즘 인터넷이 워낙에 일반화되면서, 익명이라는 것이 거의 사라져 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캐면 다 나오거든요. 이렇게 되면 재범굼 사건처럼 철 없을 때 내뱉은 말이 나중에 자기 발목을 잡을 가능성은 언제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정감사장이나 인사청문회장에서 소시적에 악플 달고 찌질거리던 게 공개되면 위장전입 따위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재미있는 소재가 된다는 데 50원 겁니다.
ps) 네이버가 미투데이를 인수한 건 사실 먼 훗날의 정치적 비수를 확보하기 위해서라던가(탕)
2009/10/07 19:00
이렇게 스스로 드러내놓은 것들인 이상, 이런 정보들에 사회적 의미를 부여하지 말자는 주장을 할 수는 있겠으나 어디까지나 윤리적인 차원에 머무를 수밖에 없지요. 그러나 특히 요즘 한국 사회에서 이런 윤리적인 요청이 지켜지기란 무척 어렵고(이런 떡밥을 모든 사람이 물지 않기를 기대하는 건 비현실적이죠),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프라이버시에 속하지 않기 때문에...
개인이 알아서 자각하고 조심하지 않는 이상, 그에 따른 효과는 온전히 스스로 부담해야겠지요. 너무 심한 게 아니냐는 여론이 많아지면 알아서 자제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균형을 맞춰주기도 하겠지만요.
이번 사건을 보고 앞으로 기획사들은 데뷔시키기 전에 SNS 다 탈퇴시키기고 그러지 않겠습니까? ㅎㅎ 미투데이도 탈퇴하면 그만(...)이니 그렇게 치명적인 비수를 확보하기는 어려울 듯 합니다. ^^
2009/10/12 01:04
ps) 미투데이나 탈퇴하거나 글을 삭제한다고 해서 기술적으로 진짜 "삭제" 되지는 않습니다. 백업 어디엔가는 남아 있기 마련이죠. 저처럼 자기 서버에 자기 db를 가지고 있지 않은 한, 삭제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게 인터넷입니다. 그래서 더 무섭죠.
2009/10/12 14:41
물론 가능성은 낮지만, 본인이 조심하는 습관을 몸에 배게 만들 수밖에 없죠. 저도 가끔 뻘글의 흔적을 볼 때면 다른 이름을 쓸 걸, 후회하곤 합니다. -_-;
2009/10/07 22:38
또한 법조계의 문제인데,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는 엄청난 수준임을 감안할때, 그 범죄자를 위한 갱생, 처벌등이 말그대로 전무 하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성범죄는 도착이며 정신 질환에 기인하는 정신병에 가까운 편입니다.
그런데도 법은 개정될 기미가 안보이는 모습을 볼때, 안타깝습니다. 사실 그것보다 더 심한 문제는 사회적 도덕성이 나날히 그 수준이 낮아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2009/10/12 01:12
http://coldhouse.egloos.com/2436258 이 글을 읽어보시면 아시겠지만, 만취 상태를 이용해서 법적인 책임을 회피한 것도 아니고(일단 처벌은 받습니다.) 또 감형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애시당초 더 무거운 형량이 언도되었다면, 감형을 감안해서도 강력한 처벌이 가능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2009/10/10 01:38
항상 갖고 있는 생각이지만, 끓어오르기 전에 한번 차분히 문제의 본질을 생각하는 것이 네티즌들에게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만, 요즘은 끓어오르고 너무 쉽게 식어버리더군요.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