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묘한 어긋남에서 생겨나는 난감한 질문들.
대체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1.

http://www.flickr.com/photos/stevensnodgrass/3874913760/
초등학교 시절 자주 받던 질문이다. 바이올린을 몇 년 했다고 하면 으레 이런 질문이 따라붙곤 했다. 체르니라는 것은 피아노 연습곡집 이름이다. 잘은 모르지만, 피아노 연습하는 사람들은 연습곡집 몇 번을 연습하느냐를 기준으로 수준을 가늠하는 풍속이 있는 모양이었다. 문제는 내가 그게 뭔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바이올린은 피아노하고 커리큘럼 자체가 다르기1 때문이었다.
대체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체르니 연습곡집이라는 게 뭔지도 모르면서 친다고(켠다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고 그런 거 모른다고 했다간 몇 년 해 놓고서 그것도 못하냐는 식의 시선을 받게 된다. 그렇다고 피아노하고 바이올린은 커리큘럼 자체가 다르다고 설명하기는 귀찮다. 설명해봐야 잘 알아듣지도 못했다. 나는 중학생이 되고서야 비로소 이 난감한 질문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남자 중학교에 악기 연습하는 사람은 없었기 때문2이다.
2.
"운동을 좋아하시나요?"
대체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나는 일주일에 다섯 번 정도 운동을 한다. 이틀은 헬스장에서, 나머지는 검도장에서. 그러면 사람들은 대개 신체 활동을 좋아하는 건강한 스포츠맨을 연상한다. 정말 그럴까?

http://www.flickr.com/photos/colonnade/1581307106/
어쨌건, 이걸 뭐라고 해야 하나? 좋아한다고 하기엔 어색하고, 아니라고 하기엔 이상하다. 이러쿵저러쿵 썰을 풀기는 귀찮고. 입법 과정은 무효지만 법안 가결은 유효라는 식으로 우길 수도 없고.
3.
"무슨 작가를 좋아하세요?"
제일 난감한 질문이다. 독서를 소설책이나 에세이집을 읽는 활동으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무라카미 하루키나 김현진, 이런 이들의 작품 말이다.
대체, 대체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애시당초 나는 문학을 가까이하지 않는다. 덕분에 글쓴이를 중심으로 책을 고르는 경우는 거의 없다. 폴 크루그먼이나 진중권 정도인데, 이 사람들이 누구인지 알기나 할까? 그렇다고 해서 좋아하는 작가가 없다고 하자면 "뭐 이래?" 하는 표정을 짓기 일쑤다. 그렇다고 제반 상황을 미주알고주알 설명하기엔 너무 귀찮고...

http://www.flickr.com/photos/spcummings/3218509750/
4.
이따금 대화가 엇나가는 난감함을 겪을 때가 있다. 기본전제 자체가 서로 다른 문답을 할 때는 특히 더 그렇다. 그럴 때면 내 머리에 usb를 꽂았다가 상대방 머리에 꽂아 주고픈 충동을 느끼곤 한다. 전제 자체를 복사해버리게.
* 그러고보니 셋 다 여자들이 잘 묻는 질문이다. 그녀들은 금성에서 온 걸까. 난 화성에서 오고.

화성에서 온 고어군~ http://en.wikipedia.org/wiki/File:Marvinthemartain.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