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이 대단한 건 그것이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짜 무서운 플랫폼은 따로 있다.
1.
블로고스피어 불멸의 "떡밥"을 꼽자면 단연 아이폰이다. 이 물건이 어서 출시되기만을 기다리는 인물이 필자 주변에만 1개 중대는 있다. 아이폰이 언제 출시된다는 둥, 어디어디서 정보가 유출되었다는 둥 하는 소문을 접하는 건 이제 하루 일과가 되었다.

http://www.flickr.com/photos/williamhook/2830319467/
2009년 11월 현재 앱스토어에 등록된 애플리케이션은 10만 개가 넘는다. 그 99% 이상이 쓰레기라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거꾸로 이야기하면 1%는 괜찮다는 얘기다. 그것만 해도 천 개다. 휴대폰에 내장되어 나오는 기능들에 비하면 없는 게 없는 수준이다. 이 정도면 가슴이 두근두근하기에 충분할 것 같다.
누가 이 많은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까? 앱스토어에 진을 친 개발자들이다. 애플리케이션이 팔릴 때마다 대금의 일부가 들어온다. 히트를 치지 않아도? 그렇다. 꼭 히트를 치지 않아도.
2.

틈새 상품(노란색)의 매출을 모두 합치면, 전체 매출에서 무시 못할 규모가 된다.
롱테일의 발현 조건으로 알려져 있는 것은 다음 세 개2다: 적은 생산 비용. 적은 유통 비용. 마지막으로 적절한 컨텐츠를 찾아주는 필터의 존재.
우리가 몸담은 인터넷 공간 자체가 롱테일의 대표적인 예다. LAMP3와 같은 오픈 소스 프로그램들과 값싼 서버 가격은 웹 컨텐츠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가격을 0에 가깝게 만들었다. 필터 역할을 담당하는 것은 구글과 같은 검색 엔진이다. 그 결과 웹 공간에는 오프라인에서는 상상도 못할 다양한 컨텐츠들이 자리를 잡게 되었다. 전체 웹에서 이러한 틈새 컨텐츠들은 상당한 부분을 차지한다.
아이팟과 같은 플랫폼은 롱테일 현상을 만들어내며, 강화하는 특징이 있다.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쓰려 유저들이 몰리면, 그걸 노린 개발자들이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 낸다. 그만큼 또 새로운 유저들이 유입된다. 이러한 선순환(Positive Feedback) 속에서 롱테일은 더욱 강화된다.
3.
좀 뜬금없지만, 지금 이라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도로 건설 현장을 경계중인 미군 공수부대원. 2005년 이라크에서 촬영. http://www.flickr.com/photos/mateus27_24-25/3120653110/
세계에서 가장 많이 생산된 화기인 AK47 소총. 이 걸출한 총기는 그리 비싸지 않다. 이라크 같은 분쟁 지역에서는 닭 한마리 값이면 중고품을 살 수 있을 정도다. 너도 나도 저작권을 무시하고 카피해대서 사실상 "오픈 소스"화 되어버린 탓이다. 총 뿐 아니라 RPG7와 같은 로켓포, 자폭 테러를 위한 폭탄 조끼도 그 성능에 비하면 아주 싸다. 값싼 인력도 넘친다. 전쟁으로 교육과 일자리를 빼앗긴 청년들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폭력을 생산하고 유통하는 비용은 이렇게 헐값이 되었다.

AK47을 들고 있는 예멘 남성. http://www.flickr.com/photos/localsurfer/20933625/

AK47과 RPG7으로 무장한 헤즈볼라 대원들. http://www.flickr.com/photos/mateus27_24-25/2262559383/
후세인 정권이라는 "기능" 은 붕괴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 뒤를 이어 나타난 건, 기능을 만들어내는 "플랫폼" 이다. 어린이들을 학교에 가지 못하게 만들고, 값싼 총이 굴러다니고, 총질로 먹고 살게 만드는 환경 말이다. 그리고 그 플랫폼은 대량의 애플리케이션들을 양산하는 중이다. 쏟아져나오는 무장 세력들과 늘어나는 전사자들은 그 결과물일 뿐이다.

무념무상
지구 한쪽에서는 미제 휴대폰에 목을 매는 사이, 반대편에서는 미군들이 죽을 쑨다. 상황은 다르지만, 본질은 똑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