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에 등장한 인디언 문화
영화 <아바타>는 곳곳에서 인디언들의 이미지를 차용하고 있습니다. 일단 제 눈에 보인 것만 몇 개 꼽자면...
사우스 다코타에 있는 크레이지 호스 조각상. 그는 1876~1877년의 수우족 전쟁에서 커스터 중령이 이끄는 제 7 기병대를 전멸시켜 큰 명성을 얻었다. http://www.flickr.com/photos/kkanouse/4096646484/
이건 수렵을 중요시하는 인디언 부족들에서 보이는 풍속입니다. 아니, 수렵이 거의 유일한 생존 방식인 곳에서는 기본적으로 다 보이긴 한다고 하는군요. 고래를 잡아 먹는 북극의 이누이트나 곰을 잡아 먹는 아이누 족 같은 곳 말입니다. 이런 곳에서는 문명인들 하듯이 함부로 동물을 다루거나 잡아먹으면 그 영혼이 해꼬지를 하기 때문에 위로를 하거나 고마움을 표시해야 한다고 합니다. 제가 찾아 본 자료들 중에서는 라코타Lakota족 샤먼의 회고담에 동물의 영혼을 만났다는 이야기가 나오더랍니다. 아마 신내림을 받던 시절의 이야기였던 것 같았습니다.

죽어가고 있는 사람에게 의례를 행하고 있는 블랙풋Blackfoot 부족의 샤먼을 그린 그림. 조지 캐틀린, 1832년.

이름난 수우족 전사, 쇼트불Short Bull을 찍은 사진. 가슴 방어구를 차고 있다.
<늑대와 춤을(1990)>의 한 장면. 수우족 인디언이 존 던바에게 자기 보호대를 벗어주고 있다.
판타지일까, 대체역사물일까
저는 이러한 이유로 <아바타>가 반쯤은 인디언에 대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저 말고도 이런 생각을 하시는 분들이 좀 계시더군요. <아바타>와 <포카혼타스>의 이야기 구조가 동일하다는 주장도 있었고, 동아일보 권재현 기자는 "<늑대와 춤을>의 명백한 대체 역사물" 이라 평했습니다. 둘 다 정확한 평1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덧붙이자면, 나비족의 말은 뉴질랜드의 마오리 족 말을 가지고 만들었다고 하더군요. 여기에 대해서는 이 기사 참조.
ps) 사실 제가 영화를 보면서 제일 마음에 들었던 것은, 지구인들이 쓰는 거대한 메카닉이었습니다. 금속제 피규어로 만들어 출시하면 정말 멋있을 것 같네요.
이것이야말로 진정 고어핀드 군을 위한 아이템!!
참고문헌
웬만한 출처는 본문에 링크로 달았으므로, 참고 자료로 활용한 것들만 조금.
CCTV 다큐멘터리 대국굴기 제작진, <대국굴기 - 강대국의 조건 : 미국>, 2007, 안그라픽스
: 간략한 미국사 책. 내용 자체는 평이한데, 사이사이에 삽입된 전문가들의 보충설명이 빛을 발한다. 후반으로 갈수록 내용이 뻔해지는 단점이 있지만, 미국 독립의 사상적 배경과 이것이 어떻게 남북전쟁으로 이어졌는지에 대해 설명한 전반은 썩 훌륭하다. 덧붙여 이 책의 네덜란드 편은 절대 사지 말 것. 내가 읽은 역사책 중 최악이었다.김성곤, <헐리웃 - 20세기 문화의 거울>, 웅진닷컴, 1997
: 영문학자가 쓴 헐리우드 영화문화 비평.Piers Vitebsky, <The Shaman>, Duncan Baird Publishers, 2001
(김성례 · 홍석준 공역, <샤먼>, 창해, 2005): 전세계의 샤머니즘 문화에 대한 인류학적 개설서.
필리프 자캥 저 / 송숙자 역, <아메리카 인디언의 땅>, 시공사, 1998
: 북미 인디언들의 멸망사.
- 다만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포카혼타스>의 경우 약간의 시비가 있다. 디즈니 사는 이 작품이 실제 역사에 기반했다고 주장했지만, 현실은 훨씬 시궁창스러웠다고 한다. 작품을 본 적이 없으니 논평은 보류. [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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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사실 아바타의 내용에서 네이티브 아메리칸을 느끼는 것은 당연할꺼야..
나비족의 이름, 생활 방식 등의 설정부터 영화의 내용 전개까지 대부분의 내용이 아마 미국인이라면 누구나 알만한 일명 '인디언'들의 문화와 그들의 역사를 갔다 썼기 때문이지...
정말 보는 내내 느꼈던 건 그동안 헐리웃에서 지독히도 써먹었던 인디언 이미지를 여전히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었고,
한편으론 역시 아직도 서구에선, 특히 미국에선 일명 '스피리츄얼'한 이미지를 가장 쉽고 단순하게 표현하는 방법이라는 것이었지.
사실 내가 '나비'이란 말을 듣는 순간 '나바호'가 떠오른건 우연이 아닐꺼야? 그치?
하여간 내가 본 아바타는 딱 두가지로 설명 가능했던 것 같아.
3D영상의 원년과 CG의 한획을 긋는 영상혁명.
그리고 영화 내용 자체는 예전 작품인 '어비스'의 연장선?
1. <어비스>는 못 봤지만 대충 어떤 영화인지 이해는 가네. 일단 나도 니 마지막 한 마디에 100% 동의. 나 역시 나비라는 말을 들었을 때 나바호 족을 떠올렸고.
2. 내가 보기에, 우리나라에서 아바타에 대한 이야기는 확실히 3D 그래픽 기술에 지나치게 치우친 것 같아. 영화가 영화가 되는 것은 스토리 때문인데, 그 스토리라는 것은 결국 사회의 산물인 셈이잖아? 그런데 이상할 정도로 그 얘기가 없어더라고. 그래서 썼어. 나 참, 한심해서.
역시 나비 족의 설정은 북미 원주민을 모티브로 한게 맞군요.
아바타에 등장하는 보행병기는 벌써 작동모형으로 나와 있답니다.
대략 이런 물건이네요.
http://www.beverlyisland.com/renew/shopping/SubInterfaceView.asp?goodcd=4158980&mcode=10&ncode=1&ocode=1&ecode=1001&goodmaker=toywiz&weburl=&saleyn=
하, 하악!!!
감사합니다!! (굽신굽신)
언제나 그렇듯 고어님의 글을 하악대면서 보고있는 사람입니다.
뭐, 미국의 계몽과 이성의 역사라는 것이 대단해보이기는 하지만 이 사상의 주요한 개념은 거의 미국은 위대하고 백인이 짱이니, 세상의 정복하자!!라는 말로 변질되어 버리더군요. 인디언 문명이 백인들이 보기에 미개한 문명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그 대륙의 문명은 분명 인류가 이륙한 문명중에서 가장 평화롭고 조화로운 것이었을 지도 모릅니다. 문제는 백인이 서부 개척이라는 것을 하면서 완벽에 가까운 인종청소를 해버렸다는 것이지만 말입니다. 그리고 그 대륙은 이 세상에서 가장 호전적이고 파괴적인 문명의 요람이 되었죠. 세계수 혹은 신성한 나무 신화는 세계 곳곳에서 발견됩니다. 북유럽의 이그라드실같은 것말이죠. 참고로 군용무기인 만큼 다양한 메카닉이 안나오더군요. 전 단지 다연장로켓을 장착한 보행병기를 바란 것뿐입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어디엔가 읽었던 책의 한구절이 생각나더군요.
-지금 우리를 보며 비웃지 마시오. 당신의 조상이 땅을 기어다닐때, 우리의 조상은 왕이며 학자이자 선생이었소.-
1. 그렇죠. 계몽과 이성의 역사라는 게 뒤집어 말하면 "비문명"에 대한 파괴와 학살이니까요. <정글 북>의 작가 키플링이 백인의 의무 운운한 것이 대표적인데, 그 잘난 이성의 결과물이 두 번의 세계대전이었으니 사람들 사이에서 회의와 반성이 일 만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 걸 보면 미국인들이 이런 영화에 몰려가는 것도 이해가 가죠.
2. 역시 세계수는 북유럽 신화에서 나오는 게 가장 유명하죠. 하지만 따지고 보면 기독교의 십자가나 불교의 보리수나무, 우리네 서낭당도 세계수 개념이니까요. 하지만 영화 속에서 나오는 건 북미 원주민 쪽에 확실히 가깝더군요.
3. 로켓포나 화염 방사기 같은 다양한 바리에이션은 저도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속편에서는 나오겠죠? ~_~
4. 마지막 인용문은 프레드릭 포사이스의 <아일랜드엔 뱀이 없다>가 출처일 겁니다. 책은 안 알려져 있는데 의외로 인용문만 잘 돌아다니더군요.
저 크레이지 호스 조각상 아직도 미완성이라죠? 처음 만들기 시작한 사람은 노환으로 별세하고 다른 사람이 게속 한다던데...
어, 그런가요? 그건 처음 들었군요. 하기야 만들다 만 것 같은 분위기가 풍기긴 하는데...;
예. 지금도 제작중이라고 합니다. 근데 재미있는 게, 크레이지 호스 조각상으로부터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리틀 빅혼에서 수족과 싸우다 죽은 조지 암스트롱 쿠스터 기념관이 있다네요 =_=;
쿠스터 → 커스터.
...허허, 정말;;;
마치 일본의 귀무덤과 도요토미 신사가 인접한 것과 비슷한 느낌이죠 =_=;;; 다만 이쪽의 경우 커스터인지 쿠스터인지 쿠키인지 기념관이 먼저 생기고, 근래에 와서 인디언 정신의 부활의 의미에서 크레이지 호스 기념관을 만드는 거라, 아무래도 저항의 의미가 더 강하지 않나 싶습니다.
저 역시 그 추정에 동의합니다.
암튼 북아메리카 원주민 중에서 백인들이 들어오면서 자기들이 거기 천년만년 살아왔던 거 마냥 잘난척하게 된 시기에도 그나마 비교적 나았던 부족들은 이로쿼이나 클라마스 정도인 것 같습니다.
여담이지만 전에 남미에서 백인과 가까운 유골이 출토되어 백호주의자들이 환호한 적이 있었죠 . 기존에 정설이었던 (백인들이 보기에 제일 미개한)동북아시아인 도래설을 반박하고, 자신들의 신대륙 거주 정통성을 주장할 근거가 나왔다고요. 물론 유전자 검사 결과 이 유골은 일본 아이누족에 가깝다는 결과가 나와 좋다 말았지만, 백호주의는 정말 짜증납니다.-_- 극단적으로 환단고기 숭배/공격하는 사람들처럼 말이죠.
어디나 찌질이들이 설치는 형국은 비슷한 모양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