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성 작전. 영화 <로빈 후드>(2010) 중.
영화에 대한 이야기는 잠시 접어 두자면, 영화에서 로빈 후드가 입고 나오는 갑옷이 재미있게 생겼더군요 - 예, 어찌어찌 기사 차림을 하게 되기 전까지 입던 갑옷 말입니다. 위 사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다른 인물들이 입고 나오는 갑옷들과는 사뭇 다르게 생겼습니다. 작은 철판을 이어서 만들었지요. 게다가, 어깨 부분하고 몸통 부분이 만들어져 있는 방식이 조금 다르지요. 궁금해하실 분들이 있을 것 같아, 저 갑옷의 정체에 대해서 잠시 썰을 풀어 보려 합니다.
Scale Mail과 Lamellar Armor
어깨 부분과 같은 방식으로 만든 갑옷을 스케일 메일(Scale Mail, 혹은 Scale Armor)이라고 합니다. 이 갑옷은 위쪽에 작은 구멍이 뚫린 철판들을 이어서 만드는데, 덕분에 작은 철판들이 모인 모습이 흡사 물고기 비늘(Scale)처럼 보이게 됩니다. Scale Mail이라는 이름이 붙은 건 바로 이 때문입니다.
이 갑옷은 서유럽 뿐만 아니라 한국, 일본을 포함한 전세계에서 발견됩니다. 물론 국가별로 스타일은 조금씩 다릅니다만 대체로 비슷한 방식으로 만듭니다. 한국에서는 어린갑(魚鱗甲)이라고 하는데, "물고기 비늘 모양 갑옷" 이라는 뜻이니 이 또한 기본적으로는 똑같은 의미인 셈입니다.
Scale Mail을 만드는 방법으로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한 가지는 철판들을 가죽 끈 등으로 꿰어 옷에 연결하는 방식이고, 또 하나는 옷에 직접 리벳rivet으로 박는 방식입니다. 어느 쪽이건, 얇은 옷에 하기는 힘들고 가죽옷처럼 튼튼한 재질의 옷 위에 만들게 됩니다.

고대 다키아Dacia의 Scale Mail. 고대 로마의 트리야누스 기념비에 새겨진 것. http://en.wikipedia.org/wiki/File:Dacian_Scale_Armour.JPG

바이외 태피스트리bayeux tapestry에 묘사된 Scale Mail. 노르망디 공작 기욤의 형인 추기경 Odo가 Scale Mail을 입고 있다. http://commons.wikimedia.org/wiki/File:Odo_bayeux_tapestry.png

통일 신라기의 찰갑. 소찰(小札)을 이었던 끈들은 삭아 없어지고 쇠로 만든 소찰들만 남았다.

조선 시대의 찰갑. 서애 유성룡이 임진왜란 당시 입었던 것이다. 가죽 위에 옻칠을 했다.
그럼, 저 갑옷의 정체는?

영화에서 로빈 후드는 제 3차 십자군에 참전했던 것으로 나오니까, 거기서 이슬람식 갑옷 한 벌 얻었다고 생각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하기야, 가난한 궁수가 비싼 갑옷을 구하는 방법은 전리품밖에 없겠죠.
참고문헌
David Edge, John Miles Paddock, <Arms & Armor of the Medieval Knight: An Illustrated History of Weaponry in the Middle Ages>, Crescent, 1993
David Nicolle and Christa Hook, <Saracen Faris AD 1050-1250>, Osprey, 199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