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는 교양으로서의 자격이 충분히 있으며,
또 교양이 되어야 한다.
지난 글에서 교양이 무엇인지 살펴봤으니, 이제 대답해보자. 회계는 교양인가? 아닌가?
현실을 이해하기 위한 기초
앞서 이야기한 교양의 첫 번째 특징에 비추어 보면, 회계는 확실히 교양으로서의 자격이 있다. 현대 사회는 화폐의 흐름에 의해 움직이는 사회고, 회계는 이것을 이해하기 위한 기초 지식이기 때문이다. 과거 화폐와 금융 시스템이 유치하던 시절에도, 금융 시장에서 벌어진 일이 일반인들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일은 흔했1다. 지금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게다. 몇년 전 미국에서 발생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다들 알고 있지 않은가. 이런 상황에서 사물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려면, 경제/경영 지식은 필수다.

예금을 찾기 위해 은행으로 몰려든 시민들(2007). http://en.wikipedia.org/wiki/File:Birmingham_Northern_Rock_bank_run_2007.jpg
마찬가지 아닐까? 지금은 화폐 경제 사회고, 여기선 돈의 흐름이 중요하고, 돈의 흐름을 파악하는 건 경영/경제학이고, 그 기초는 회계와 기초 경제학이다. 그러므로 회계에 대한 지식은 우리가 사는 사회와 사물을 파악하는 기초 지식으로서, 별자리가 교양의 자격을 얻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당당한 교양의 자격을 가진다. 꼭 그걸로 먹고 살 일이 없더라도 말이다.
따라서, 회계를 "기업체에서만 필요로 하는 학문" "그걸로 먹고 살 사람만 알아야 하는 학문" 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한 마디로 무식의 소치다. 이제는 선거에서도 경제 정책에 대한 논쟁이 필수가 됐다. 교양인이라면 여기에 대해 현실을 논평하고,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수준의 지식은 있어야 한다. 스타크래프트를 논하려면, 최소한 미네랄과 가스를 볼 줄은 알아야 하는 것 아닌가?
교양인 커뮤니티의 몰락
그럼 두 번째 특징은?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두 번째 특징이라는 것이 현재 의미를 잃었다는 것이다. 과학 기술이 발달하면서, 20세기 이후의 세상은 지난 수천 년간의 모든 변화를 합친 것만큼이나 빠르게 변했다. 이게 문제다.

최초의 범용 컴퓨터, ENIAC. 전기공학과 컴퓨터공학은 세상의 모습을 극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http://en.wikipedia.org/wiki/File:Eniac.jpg
게다가 그 교양인이라는 종족은, 본고장인 유럽에서도 멸종 위기에 처했다. 20세기 들어서면서 문과와 이과가 갈라졌기 때문이다. 19세기 중반 이후 눈부시게 발전한 자연 과학은 문학이나 역사학과는 전혀 다른 독자적 세계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자연 과학과 가장 비슷한 것은 의학이었으니, 의학 세계도 자연 과학 쪽으로 기울었다. 가장 심한 건 공학이었다. 기술은 애당초 천한 상놈들이나 하는 것이었고, 대학 같은 데서 다루지 않았다. 19세기 말부터 기술에 체계적으로 접근해야 할 필요성이 생기면서 공대가 생기긴 했지만, 태생부터 다른 공학이 기존의 학문 세계와 잘 어울릴 수 있을 리 없었다. 비슷한 자연 과학이나 의학하고 어울렸다. 결국 이런 전공을 공부한 사람들은 기존의 학문을 공부한 사람들과 전혀 달랐다. 전통적으로 교양인이란 학문 세계에 대한 전체적인 상을 가진 사람들이었는데, 더이상 이것이 불가능해졌던 것이다.

문과와 이과가 다시 합체하는 것보다 차라리 저그와 프로토스가 합체하는 게 더 빠를지도...
회계가 '진짜' 교양이다.
정리하자면, 상황은 상당히 명확하다: "회계는 교양으로서의 자격이 충분히 있다. 반면 회계가 교양이 아니라고 판정내릴 수 있는 집단도 이제는 없다." 따라서, 회계는 교양이라고 할 수 있다. 박용성 이사장을 비난하는 무리들은 대학이 회계처럼 실용적인 기술을 가르치는 곳이 아니라 필수적인 교양을 가르치는 곳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그들의 주장은 반만 맞다: 교양 교육이 필요한 건 맞는데, 회계가 바로 그 "진짜 교양 교육"이다.
뭔가 어색해 보이시는가?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은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의 탓이 아니다. 교양에 대해 흔히 퍼져 있는 편견과 오해들 때문이다. 이어지는 글에서 이 부분에 대해 하나씩 살펴 보도록 하자.

- 이러한 사건의 대표적인 예가 1837년 미국 대공황이다. 미국 경제 최초의 부동산 투기 열풍이 앤드루 잭슨 행정부의 금융에 대한 무지와 결합하면서 촉발된 사건이다. 처음에는 금융 공황일 뿐이었지만, 미국 기업의 약 90%가 파산하는 연쇄 도산을 거치면서 경제 공황으로 발전했다. 당시 미국 경제는 전면적인 화폐경제보다 자급자족하는 농업 경제에 더 가까웠다. 즉, 한 줌도 안 되는 금융 산업에 온 사회가 흔들린 것이다. [본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