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입시교육이 문제인가?

CRITIQUE by 고어핀드 2005/05/09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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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cartoon.media.daum.net/toon/series/park/general/read?seriesId=9589722&cartoonId=1777

1.

모순의 극치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학교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소위 명문대학에 적을 두고 있는 걸 생각하면 확실히 이상해 보이지만, 나는 지금까지 내 인생에 학교교육이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실제로 난 고등학교 졸업장이 없다. 한 달 정도만 더 다니면 2학년 1학기가 끝나는 무렵에 난 자퇴서를 제출했다.

공부는 잘 했지만, 학교는 나하고는 영 인연이 없는 곳이었다. 학교에서 나는 그저 통제가 필요한 '튀는' 학생이었다. 나 역시 학교라는 데가 지루하고 재미가 없어서 싫었다. 맞지도 않는 조직에 시간을 낭비할 생각은 없었다. 나는 미련 없이 자퇴서를 던졌다. 그리고 1년 반 뒤, 검정고시와 수능을 거쳐 대학에 입학했다. 나는 그 일년 반을 내 인생 가장 행복했던 시간들 중 하나로 기억한다.

2.

위 만화도 그렇지만, 많은 이들이 입시 위주의 교육 체계를 비판한다. 하지만 수십 년째 비판이 이어지면서도 별다른 변화는 없다. 왜 그럴까? 원인은 두 가지다. 하나는 입시 위주의 주입식 교육이 나름대로의 합리성1을 가지고 있다는 것. 둘은 학교라는 조직이 입시 위주의 교육을 수행하기조차 버거운 곳이라는 것이다.

확실히 주입식 교육은 그리 만족스러운 것이 아니다. 과학 과목을 배우면서 실험 결과만 암기하는 식이 다. 수학을 12년 배우고도 논리적 사고력을 엿 바꿔먹은 '쪼다'들이 속출한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보자: 애시당초 모든 학생들이 높은 수준의 학문적 능력을 가질 필요가 있는가? 그게 가능한가? 결론은 부정적이다.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면, 많은 학생들에게 어느 정도의 지식조차 가르치기 힘들다. 아니, 현실의 학교는 그 정도의 임무조차 수행할 능력이 모자라는 조직이다. 그러니까 학생들이 "제대로 주입하는" 학원으로 몰려가는 게 아닌가?

그렇다면 답은 명확하다. 개선의 필요는 있지만, 결론은 대량양산 주입식 교육이다. "학생 하나하나를 신경쓰는 교육" 따위 구호는 그럴 듯해 보이지만, 실현 가능성 없는 허상일 뿐이다.

3.

문제의 초점을 잘못 잡고 있는 것 아닐까? 진짜 문제는 "정규 교육 체계만이 유일한 교육의 방법이다." 는 사고방식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사람은 백인 백색이다. 공교육은 "양산형 교육"인 만큼, 피교육자들을 모두 만족시킬 수 없다. 구조적으로 부적응하는 이들이 속출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발상을 바꿔야 한다. 사람이 지식을 습득하는 데는 여러 가지 길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걸 인정하면 된다. 지금처럼 학교 시스템을 신성 불가침으로 여기고 여기서 벗어나는 것을 금기시한다면, 학교에 부적응하고도 벗어날 용기를 갖지 못한 학생들이 자살하는 등의 일은 계속될 것이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럴 겐가.

4.

해외 유학을 가든 나처럼 자퇴를 하든, 학교를 벗어나는 학생들이 늘어날 때마다 언론은 호들갑을 떤다. 뭔가 문제가 있다고, 주입식 교육 체계를 고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하지만 나는 생각이 다르다. 주입식 교육 체계는 바꿀 수 없다. 오히려 학교를 벗어나는 학생이 늘어날수록 학교의 절대성은 무너져갈 것이다. 그럴수록 학교가 맞지 않는 학생들도 자신있게 스스로의 길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차라리 이게 낫다.

나는 지금 학교의 독점 체제가 깨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 다양한 어린 학생들에게 장래로 가는 단 하나의 길을 강요하는 것은 참을 수 없는 폭력이요 인권침해다. 진짜 학생들 하나하나를 배려한다면, 그들이 스스로에게 맞는 길을 택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옳다. 실현도 안될 주장 따위보다.
  1. 명백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본문]
2005/05/09 23:30 2005/05/09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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