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에서 얻을 수 있는 재미는 정리해보자면 몇 개 될 거다.

그 중 하나가 "성장의 재미" 이다. 게이머는 성장의 대상에 자기 자신을 감정 이입하면서 즐거움을 느낀다. 멀리 갈 것 없이 프린세스 메이커 생각하면 되겠다.

최근 일본의 턴제 전략 게임인 "신장의 야망"에 빠져 살았다. 같은 회사에서 나온 전국물인 "전국무쌍"과 비교가 되어서 재미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갑자기 내 머릿속을 스쳐지나간 생각 하나.

턴제 전략게임에 육성 시뮬레이션적인 요소를 넣으면 어떨까?

약간 뚱딴지같은 아이디어처럼 보이지만 별로 뜬금없는 것도 아니다. 이미 코에이의 삼국지같은 게임에는 이 요소가 어느 정도 도입되어 있다. 출진하여 전공을 많이 세우면 능력치가 상승하면서 통솔할 수 있는 병사가 늘어난다던지, 새로운 스킬을 얻는다던지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게임에 있어서 약간의 맛뵈기일 뿐, 게임의 전면에 내세울만한 것은 아닌 것 같다. "나만의 장수 만들기" 라고 하지만, 그저 능력치 숫자 몇 개 지정해주면 끝이다.

자연히 플레이어의 감정은 전혀 이입되지 않는다. 더군다나 삼국지 류의 게임에서 캐릭터들 간의 인간관계나 인연 그로인한 이벤트들이 점점 더 중요한 요소가 되어가고 있다는 점을 상기하면 별 의미가 없다.

그리고 전장에서는 약한 장수를 잘 쓰지 않기 때문에 그리 많이 성장하지도 않는다. 보통 강해서 플레이어가 많이 조작하는 장수 하나만 왕창 크기 마련이다.

이미 "하나의 재미"만으로는 게임이 되지 않는다. 두 개 이상의 재미가 묘하게 맞춰지는 게 잘 만들어진 게임의 조건이다. 전략 게임에 건설 시뮬레이션을 접합한다던지..

이렇게 하면 어떨까? 플레이어 캐릭터를 두 종류로 구분한다. 하나는 성장 가능 캐릭터이고 다른 하나는 성장 완료 캐릭터다.

처음에 신규 캐릭터를 작성하면 성장 가능 캐릭터가 나온다. 이 캐릭터는 성격, 이름, 기본적인 능력치 약간 혹은 "어느 시기에 누구에게 등용된다" 정도만 정해 줄 수 있다.

캐릭터가 등용되면, 군주는 이 캐릭터를 키우는 것이다. 일정 기간마다 육성방향을 지시해주기도 하고, 뛰어난 무사나 문인을 스승으로 붙여 도움을 주기도 한다.(자연히 지도 능력이 있는 캐릭터를 확보할 필요가 생긴다.)

출진하는 유능한 장수에게 붙여 주어 전투를 참관하게 하여 통솔력을 증가시키거나 각지를 돌아다니며 수행하고, 아이템을 수집한다. 무장들 간의 무술대회 등에 참여하여 명성을 높이거나 보물을 얻을 수도 있다. 자연히 궁합이 맞는 장수나 인간관계가 여기서 형성된다.

이렇게 플레이어가 성장시킨 캐릭터가 나이가 되면 임관 시험을 보게 하고, 정식으로 임관시킨다.(임관 시험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두면 처음부터 약간 높은 지위에서 출발할 수 있게 한다.)

잘 만들어진 캐릭터는 저장해 뒀다가 다음 번 플레이할 때 로드해서 사용할 수 있다. 이것이 성장 완료 캐릭터다. 따로 파일 형태로 제작해서 게이머들 사이에서 인터넷으로 유통되게 하면 참 재미있겠다. 남이 만든 캐릭터를 사용한다면 이 친구가 어떤 이벤트들을 겪었는지 알 리가 없다. 당연히 흥미진진해진다.
2005/07/02 15:16 2005/07/02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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