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홍콩 여행기(2005.08.04)의 토막글이며, 2005년 북유럽 여행의 일부입니다. 태그를 클릭하시면 전체 여행기를 보실 수 있습니다.
2005년 8월 4일 오후 9시 20분
홍콩 국제공항
1.
그들은 교통사고가 나도 절대 뺑소니를 치지 않는다. 헬로키티를 만든 산리오 얘기다. 직원이 뺑소니 사고를 내서 회사 이미지를 갉아먹길 바라는 기업이 어디 있겠냐만, 아예 사원 교육 차원에서 강조하는 기업은 아마 산리오 하나뿐일 것이다. 이유인즉슨, 캐릭터 비즈니스는 이미지 사업이어서 그렇다고 한다. 사원 하나의 행동 하나가 헬로키티의 이미지를 망가뜨릴 수 있다. 이는 곧 기업의 수익으로 직결된다. 듣고보니 그럴 만 했다.
* 사진 출처: Flickr - ericinsf's photostream
사원 교육에서도 엿볼 수 있듯, 산리오의 이미지 관리는 철저하다. 산리오 도쿄 본사에서는 세계 각국에서 생산된 헬로키티 팬시 상품의 수염 길이까지 체크한다는 사실은 유명하다. 이러한 노력 속에서 1974년 조그만 비닐 동전 지갑으로 시작한 헬로키티는 30년 사이 60여 국에서 5만 개 이상의 상품에 얼굴을 드러내는 유명인사가 됐다. 더 놀라운 것은 요즘은 중년 남성들을 위한 헬로키티 넥타이도 팔리고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캐릭터 상품이 저연령층이나 잘 해봐야 청년층에 의해서만 소비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경이로운 수준이다. 이 현상의 배경에 헬로키티 특유의 "귀엽고 착하고 행복한" 이미지가 있음은 물론이다.
한 세대가 나서 성인이 되는 30여년의 시간동안 그 이미지를 온전히 유지하지 못했다면, 이러한 기적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렇게 작은 고양이 아가씨는 사무라이, 스시와 함께 일본의 얼굴이 되었다.
2.
생에 처음1으로 나가 본 외국이 바로 일본이었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 재미있는 것을 하나 보았는데, 바로 관광지의 기념품점에 헬로키티가 없는 곳이 없다는 점이었다. 만화 왕국 일본이니 헬로키티 같은 캐릭터 상품이 사방에 있다는 얘기 정도는 들었지만, 신사에서 팔고 있는 조그만 부적에 헬로키티가 수놓아져 있는 것을 보고 그야말로 뿜었다. 길거리에 조그만 노점에서 백화점까지, 헬로키티가 없는 곳이 없었다.
그 중에서 특히 재미있었던 것은 다름아닌 헬로 키티 손수건이었다. 우리나라는 그런 것이 좀 약하지만, 일본의 관광지들은 각각의 컨셉이 확실한 경우가 많다. 문명 개화기의 국제항 고베나 운하의 도시 오사카 등이 그러하다. 그런데 관광지에 내걸린 헬로키티 손수건을 보다 보니, 도시마다 똑같은 것이 하나도 없었다. 교토에서 파는 손수건에는 기모노를 입은 헬로 키티2나 신선조3 헬로키티가 그려져 있었지만, 고베에서는 기타노이진깐4에서 양산 받쳐 든 헬로키티만 팔고 있었다. 그런가 하면 오사카에서는 도톰보리 운하에서 타코야키를 굽는 모습이었다.
* 사진 출처: Flickr - sillypucci's photostream
그 모습에서 나는 섬세하게 생선살을 다듬는 스시 요리사의 손길을 느꼈다. 사실 관광지에서 일반적인 헬로키티를 판다고 해서 안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일본인들은 도시 하나에서만 파는 상품에도 섬세하게 신경을 써서 관광지의 컨셉을 담은, 특별한 상품을 만들어 냈다. 자그마한 상품 하나에까지 이토록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이 놀라웠다.
3.
홍콩 공항 서점을 둘러보다 보니 한 켠에 헬로키티가 눈에 띄었다. 국제 무역항이자 금융의 중심지인 홍콩에 출장오는 사람이나 디즈니랜드 등에 놀러 오는 사람이 많은 만큼, 헬로키티같은 캐릭터 상품이 팔리는 것 자체는 이상하지 않을 수 있다. 문제는 헬로키티 인형이 기모노를 입은 모습이었다는 점이다. 국제 무역항이니 뭐니 해도, 홍콩은 지금 중국 땅이다. 거기서 중국식으로 머리를 튼 헬로 키티도 아니고 기모노를 입은 헬로 키티가 팔리고 있다. 보통 전세계적으로 잘 팔리는 캐릭터들에서 국적성이 강조되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러한 모습은 상당히 의아하게 여겨졌다. 캐릭터 산업의 기본은 사람에게 거부감을 주지 않는 것이고, 국적성을 강조했다가는 거기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산리오는 무슨 배짱으로 홍콩 공항에 저런 제품을 갖다놓은 것일까? 영화 <라스트 사무라이> 개봉에 즈음해서 미국 어린이들은 사무라이를 중세의 기사만큼이나 친숙하고 즐거운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글을 읽은 기억이 났다. 그러니까, 산리오가 실수를 한 것이라기보다 팔 자신이 있어서 갖다놨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듯 글을 읽는 것과 직접 보는 것은, 확실히 그 느낌의 차이가 크다.
인형을 보면서 올 봄에 읽은 신문 기사가 생각났다. 일본 정부가 새로운 일본의 이미지를 형성하기 위해 학계와 산업계의 지혜를 모으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기존의 일본 이미지는 훌륭한 가전제품을 만드는 나라의 이미지였지만, 한국과 중국의 발전으로 인해 기술적 격차가 축소되면서 그 이미지가 빛이 바랬다는 판단 때문이란다. 그리고 그 해결책으로 내놓은 것이 단순히 우수한 기술로 생산된 제품의 틀을 넘어 정교한 전통 문화의 이미지가 덧씌워진, 보다 고급스러운 제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한다.
그런 물건이 팔릴까? 아직 시작이라니까 잘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공항 한 켠에 놓여진 헬로키티는 특유의 동글동글한 목소리로 "그럼 팔리지, 안 팔려?" 라고 말하고 있었다.
4.
* 사진 출처: Flickr - cactusbeetroot's photostream
사실 이런 전략도 일본이니까, 헬로키티니까 할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일본 문화가 유럽에 뿌리내린 건 수백년이 넘는다. 헬로키티도 30년이 넘는 시간동안 사랑받아 왔다. 사람이 태어나서 성인으로 성장하는 데 30년도 채 되지 않는 시간이 필요함을 생각하면, 이 정도 시간은 어떠한 인공물도 흡사 자연의 한 존재인 것처럼 느끼도록 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우리나라 캐릭터가 한국적인 이미지를 강조해서 해외로 나간다고 생각해 보라. 잘 팔리겠는가? 하지만 일본은, 이렇게 하고 있다.
우리 캐릭터 산업은 확실히, 아직 갈 길이 멀다. 아마도 생선살을 조심스레 다듬는 듯한 그 정성과 섬세함부터 배워야 하리라. 캐릭터 산업만 그런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2005년 8월 4일 오후 9시 20분
홍콩 국제공항
1.
그들은 교통사고가 나도 절대 뺑소니를 치지 않는다. 헬로키티를 만든 산리오 얘기다. 직원이 뺑소니 사고를 내서 회사 이미지를 갉아먹길 바라는 기업이 어디 있겠냐만, 아예 사원 교육 차원에서 강조하는 기업은 아마 산리오 하나뿐일 것이다. 이유인즉슨, 캐릭터 비즈니스는 이미지 사업이어서 그렇다고 한다. 사원 하나의 행동 하나가 헬로키티의 이미지를 망가뜨릴 수 있다. 이는 곧 기업의 수익으로 직결된다. 듣고보니 그럴 만 했다.

사원 교육에서도 엿볼 수 있듯, 산리오의 이미지 관리는 철저하다. 산리오 도쿄 본사에서는 세계 각국에서 생산된 헬로키티 팬시 상품의 수염 길이까지 체크한다는 사실은 유명하다. 이러한 노력 속에서 1974년 조그만 비닐 동전 지갑으로 시작한 헬로키티는 30년 사이 60여 국에서 5만 개 이상의 상품에 얼굴을 드러내는 유명인사가 됐다. 더 놀라운 것은 요즘은 중년 남성들을 위한 헬로키티 넥타이도 팔리고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캐릭터 상품이 저연령층이나 잘 해봐야 청년층에 의해서만 소비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경이로운 수준이다. 이 현상의 배경에 헬로키티 특유의 "귀엽고 착하고 행복한" 이미지가 있음은 물론이다.
한 세대가 나서 성인이 되는 30여년의 시간동안 그 이미지를 온전히 유지하지 못했다면, 이러한 기적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렇게 작은 고양이 아가씨는 사무라이, 스시와 함께 일본의 얼굴이 되었다.
2.
생에 처음1으로 나가 본 외국이 바로 일본이었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 재미있는 것을 하나 보았는데, 바로 관광지의 기념품점에 헬로키티가 없는 곳이 없다는 점이었다. 만화 왕국 일본이니 헬로키티 같은 캐릭터 상품이 사방에 있다는 얘기 정도는 들었지만, 신사에서 팔고 있는 조그만 부적에 헬로키티가 수놓아져 있는 것을 보고 그야말로 뿜었다. 길거리에 조그만 노점에서 백화점까지, 헬로키티가 없는 곳이 없었다.
그 중에서 특히 재미있었던 것은 다름아닌 헬로 키티 손수건이었다. 우리나라는 그런 것이 좀 약하지만, 일본의 관광지들은 각각의 컨셉이 확실한 경우가 많다. 문명 개화기의 국제항 고베나 운하의 도시 오사카 등이 그러하다. 그런데 관광지에 내걸린 헬로키티 손수건을 보다 보니, 도시마다 똑같은 것이 하나도 없었다. 교토에서 파는 손수건에는 기모노를 입은 헬로 키티2나 신선조3 헬로키티가 그려져 있었지만, 고베에서는 기타노이진깐4에서 양산 받쳐 든 헬로키티만 팔고 있었다. 그런가 하면 오사카에서는 도톰보리 운하에서 타코야키를 굽는 모습이었다.

나중에 찾아보니 달마 키티도 있었음 -_-;
그 모습에서 나는 섬세하게 생선살을 다듬는 스시 요리사의 손길을 느꼈다. 사실 관광지에서 일반적인 헬로키티를 판다고 해서 안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일본인들은 도시 하나에서만 파는 상품에도 섬세하게 신경을 써서 관광지의 컨셉을 담은, 특별한 상품을 만들어 냈다. 자그마한 상품 하나에까지 이토록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이 놀라웠다.
3.

그런데 산리오는 무슨 배짱으로 홍콩 공항에 저런 제품을 갖다놓은 것일까? 영화 <라스트 사무라이> 개봉에 즈음해서 미국 어린이들은 사무라이를 중세의 기사만큼이나 친숙하고 즐거운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글을 읽은 기억이 났다. 그러니까, 산리오가 실수를 한 것이라기보다 팔 자신이 있어서 갖다놨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듯 글을 읽는 것과 직접 보는 것은, 확실히 그 느낌의 차이가 크다.

그런 물건이 팔릴까? 아직 시작이라니까 잘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공항 한 켠에 놓여진 헬로키티는 특유의 동글동글한 목소리로 "그럼 팔리지, 안 팔려?" 라고 말하고 있었다.
4.

사실 이런 전략도 일본이니까, 헬로키티니까 할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일본 문화가 유럽에 뿌리내린 건 수백년이 넘는다. 헬로키티도 30년이 넘는 시간동안 사랑받아 왔다. 사람이 태어나서 성인으로 성장하는 데 30년도 채 되지 않는 시간이 필요함을 생각하면, 이 정도 시간은 어떠한 인공물도 흡사 자연의 한 존재인 것처럼 느끼도록 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우리나라 캐릭터가 한국적인 이미지를 강조해서 해외로 나간다고 생각해 보라. 잘 팔리겠는가? 하지만 일본은, 이렇게 하고 있다.
우리 캐릭터 산업은 확실히, 아직 갈 길이 멀다. 아마도 생선살을 조심스레 다듬는 듯한 그 정성과 섬세함부터 배워야 하리라. 캐릭터 산업만 그런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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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헬로키티 국내표가 아니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