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재미있게도 네덜란드 지하철(Metro)은 우리나라처럼 개찰구 같은 게 없다. 그냥 표를 사서 지나가게 되어 있을 뿐이다. 그나마 표를 파는 곳에 사람들이 무임승차를 하나 안하나를 감시하는 직원 하나 배치되어 있지 않다. 그냥 표를 파는 자동판매기 하나만 달랑 놓여져 있는 무인역도 적지 않다는 얘기다. 내가 숙박한 민박집 근처에 있는 53번 종점역 GAASPERPLAS 역 역시 이런 류의 무인역이었다. 작은 역사를 지키는 경비원 한 명 보이지 않았다.
그러면 네덜란드 지하철은 공짜인가? 그럴 리는 없다. 세계 3대 상인에 네덜란드 상인이 들어간다. 그냥 넘어갈 애들이 아니다. 네덜란드 지하철은 표를 산 뒤 열차 안에서 검표원이 표를 검사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저녁때까지 검표원의 코빼기 하나 보지 못했다. 이거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위트레흐트에서 암스테르담으로 돌아오는 InterCity 고속열차 안에서 그 궁금증이 풀렸다. 열차안에 검표원이 돌아다니고 있었던 거다. 열차에 탄 승객 한명 한명을 전부 붙잡고서 검사하고 있었다. "표 보여 주세요" 나도 내 지갑에서 Zomertoerkaart(6~8월에만 10일간 유효한 3일 사용 가능한 여행 패스. Summer Tour Kart라고 읽으면 된다.)를 보여 줬다.
여행안내서를 보니 네덜란드 지하철에서 표를 잃어버린다는 것은 그야말로 죽음을 각오한 짓이라고 한다. 무임승차에 대해 가차없고도 잔인한 벌금을 빼리기 때문인데, 아예 그걸 감안하고 이따금 기습검사만 하는 것 같았다. 그러면 그렇지, 네덜란드 지하철에 사람이 없다고 무임승차를 함부로 시도했다가는 경치기 딱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나라 기차와 네덜란드의 기차가 다른 점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거의 대부분의 기차가 지하가 아닌 지상으로 간다. 둘째, 지하철 노선들이 짤막짤막하고 열차 크기도 작으며, 마을 구석구석으로 들어간다.(그래서 우리나라 지하철보다는 일본의 자그마한 마을기차, 예컨대 에노덴 같은 것에 더 비슷한 듯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식의 지하철은 상상하기가 쉽지 않은데(아무래도 서울시내를 감싸는 장대한 2호선 라인과-_- 국립묘지 앞의 우리집을 제외하면 죄다 번화가에 나와 있으니까), 그 이유는 아마도 우리나라와는 전혀 다른 역사적인 배경이 있지 않나 싶다.
지하철이라는 물건이 처음으로 생긴 것은 19세기 영국 런던지하철이다. 런던이 급속 확장되면서 베드타운이라는 곳이 처음으로 등장했고, 여기 사는 회사원들이 회사로 출근하는 것을 도와줄 것이 필요했다. 그래서 19세기부터 지하철이 등장하게 된다. 곧 유럽 대륙의 여러 나라들도 이를 따른다.
그런데 워낙에 멀리 갈 일이 없던 옛날 일이다보니, 지하철 노선을 뚫는다고 뚫은 게 다 짤막짤막한 노선으로 만들어진 거다. 당연히 열차 크기는 19세기의 기차 크기가 관습이 되서(?) 역시 죄다 짤막짤막하고. 도시가 비교적 한산하던 때 기차 노선을 놓았으니 그 뒤에도 계속 건물들이 이리저리 분산되서 한산하게 됐다.
반면, 우리나라는 서울이라는 도시가 무식하게 크기만 커진-_-+ 상태에서 이걸 죄다 둘러싸는 장대한 크기의 노선을 만들려고 하다 보니까 지하철 역시 무식하게-_- 크기만 커진 거고. 다 그런 거지 다 그런 거야.
그래도 일본보다 나은 점은 갈아탈 때 새로 요금을 지불할 필요가 없다는 거다. 일본 같은 경우는 지하철 역 이름은 같은데 사철 노선이 다르면 갈아탈 때 꼼짝없이 새 표를 사줘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