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8월 6일 오전 7시 ~ 오후 2시 10분
암스테르담 중앙역 ~ 브뤼셀 남부역(Brussel - ZUID)
1.

암스테르담 중앙역으로 가는 길에 찰칵.
20여 년을 살아오면서 궁금했던 것 중 하나다. 흔히들 쓰는 말이지만, 우리나라는 사실상 섬나라이기 때문에 물리적 실체로서의 국경선이 없다. 나라 밖으로 나가려면, 배나 비행기를 타던지 해야 한다. 사람이란 본시 간사한 동물이기 때문에, 시각적으로 확인되지 않는 존재에 대해서는 기억이 희미해지거나 잊어버리기 일쑤다. 유럽에 도착하면서부터, 생전 처음 보는 국경선이라는 물건이 어떤 맛을 가지고 있을지 궁금했다.
전날 저녁, 하이네켄 맥주를 알크마르에서 산 치즈와 곁들여 먹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여행 계획상 오늘 아침 일찍 벨기에로 떠나야 했기 때문이다. 늦잠이라도 자서 기차 타는 시각을 놓치면, 입국하자마자 산 기차표 값을 고스란히 날리게 된다. 걱정에 휩싸인 나는 올빼미형 인간임에도 9시 반에 자서 새벽 4시에 일어나는 기염을 토했다. 두 시간 정도 인터넷을 돌아다닌 뒤, 새롬군을 깨워 민박집을 나섰다. 오전 7시. 우리를 태운 탈리스 고속전철은 암스테르담 중앙역을 떠나 브뤼셀로 달리기 시작했다.

웬지 찌뿌드드한 네덜란드의 여름 아침. 달리는 탈리스 전철 안에서 찰칵.
어제 아침 있었던 일이다. 숙소에 짐을 내려놓은 우리는 알크마르와 위트레흐트를 보기 위해 길을 나섰다. 암스테르담 중앙역으로 가는 지하철 53호선에서 옆자리에 네덜란드 할머니 한 분이 앉았다. 여행 안내서를 뒤적거리고 있자니, 친절한 목소리로 관광객이냐고 묻는다(물론 영어로.). 내릴 때까지 잠시 대화를 나누었다. 어디를 가보았느냐, 헤이그에는 여왕이 사는 궁전이 있는데 가보는 게 어떠냐. 등등.

3.
오전 10시가 다 되어서 우리는 브뤼셀에 닿았다. 그리고 놀랐다. 겨우 국경 하나 넘었는데, 그 친절한 사람들이 다 사라져 버렸다. 역 안내소에 가서 런던으로 가는 버스 표를 사는 방법을 물었는데,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모른다고 대답한다. 친절함만 사라진 게 아니었다. 영어도 함께 사라졌다. 네덜란드에서 영어 못하는 사람은 알크마르에서 딱 한 명 봤다. 상대가 동양에서 온 이방인인데, 알아듣든 말든 일단 불어로 말하고 본다. 물론 못 알아듣는다.


영국과 대륙을 오고가는 유로라인 버스. 결국 두시간 이상을 헤멘 끝에 브뤼셀 남부역 바깥의 여행안내소에서 유로라인 버스표를 파는 곳을 알 수 있었다.
기차로 두시간 약간 넘게 걸리는 곳이면, 그래봤자 서울에서 대구 수준이다. 국경선 하나에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단 말인가. 얼떨떨했다.

유럽이 대개 그렇듯이 화장실이 유료. 30~50유로센트 정도 된다. 덕분에 하루 화장실 가는 데만 1유로를 사용했다.
결론을 이야기하자면, 결국 우리는 런던으로 가는 유로라인 버스 표를 사지 못했다. 두시간 여를 걸쳐 이리저리 물어 "브뤼셀 북역에 유로라인 사무실이 있다." 는 정보를 얻어낸 우리는 트램을 타고 브뤼셀 북역(NORD)으로 갔지만, "오늘밤 표는 이미 다 팔렸다." 라는 말을 들을 수 있을 뿐이었다. 다리에 힘이 쫙 풀렸다. 브뤼셀 시내는 보지도 못하고, 통하지도 않는 영어 써가며 뛰어다닌 세 시간이 죄다 허사가 되어버렸다.

생전 처음으로 탄 트램. 좀 덩치가 작고 도로 위를 굴러다닌다는 것만 빼면 지하철하고 다를 게 없다 - 심지어 도심에서는 지하철과 같은 노선으로 간다. 타는 방법은 정거장 앞에 놓여진 자판기에서 표를 사서, 트램에서 내릴 때 기계에 찍어주면 된다. 내린 뒤 한 시간 내에는 버스나 다른 트램으로 언제든지 갈아탈 수 있다.

4유로에 두툼하고 커다란 피자를 한 조각씩 주길래 피자 세 쪽에 유럽인들이 좋아하는 청어 파이를 하나 더 시켜서 먹었다. 청어 파이는 약간 느끼한 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