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8월 6일 오후 3시 20분
브뤼셀 남부역(ZUID)
1.

박물관 입구. 큰 개선문이 아니라 오른쪽 작은 문이다.
브뤼셀 왕립 전쟁사박물관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한 마디다. 브뤼셀은 빅토르 위고가 경탄해 마지않았다는 그랑 쁠라스 광장과 거기에 딸린 예쁜 건물들로 유명하다. 그래서 본래 여행 계획은 브뤼셀의 예쁜 건물들을 구경하면서 맛있는 와플과 과자들을 먹으며 느긋하게 즐기는 것이었다.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그랬다. 그래, 적어도 유로라인 버스표 때문에 삽질을 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내부는 대충 이런 분위기.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아무데나 가 보자는 생각에 브뤼셀 남부역 앞에 서있는 지도를 찾아봤다. 지도에 Military Museum이라고 적혀 있는 데가 있었다. 27번 버스를 타면 갈 수 있는 모양이었다. 10분 정도 고민한 우리가 내린 결론은,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버스를 타고 갈 수 있는 박물관이 있으니 거기나 함 가보자" 였다. 어차피 망친 관광, 어딜 못가랴.
2.


오래만 되었다 뿐, 지금 당장이라도 꺼내서 쏴보고 휘둘러보고 싶은 무기들.
무엇보다 이 박물관은 우리나라에서는 사진으로도 보기 힘든 풍부한 전시물이 쌓여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반면, 컨셉이 박물관이라기보다 약간은 창고에 가까운 분위기이다. 깨끗하게 잘 진열된 전시장이 눈길을 끌지만, 정작 유물들에 대한 설명은 거의 없다. "퇴역한 장비들을 깨끗하게 모아 놓은 곳" 정도랄까. 보통 박물관들은 중복된 전쟁사를 좀 공부한 사람(혹은 나폴레옹 시대 팬)이라면 즐겁게 구경할 수 있겠지만, 그런 데 관심이 없는 일반인들에게는 좀 지루한 곳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것들이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그야말로 유물이 남아돌아서 주체를 못한달까...
내력이야 어땠든, 나는 눈이 배부르게 구경 실컷 했다. 시간이나 좀 때울 겸 들어가 본 것에 비하면 상당한 소득이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다음에 또 올 일이 있으면 꼭 들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박물관을 나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