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브뤼셀 여행기(2005.08.06)의 토막글이며, 2005년 북유럽 여행의 일부입니다. 태그를 클릭하시면 전체 여행기를 보실 수 있습니다.

2005년 8월 6일 오후 4시
브뤼셀 왕립 전쟁사박물관


폐허가 된 드레스덴 시를 내려다보는 여신상.

1984년 사망한 2차대전 당시 영국공군 사령관 아서 T. 해리스 경은 "백정(Butcher)"이라는 별명을 가진 사람이다. 말수적은 젊잖은 귀족인 그가 이런 별명을 갖게 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해리스가 영국 공군 사령관에 취임하게 된 것은 1942년이었다. 당시의 폭격은 그야말로 원시적이어서, 비행기 조종사는 눈으로 지상을 보면서 비행을 하거나 자신의 방향과 속도를 지도와 조합해서 하나하나 계산해서 자신의 위치를 추측하는 것이 전부였다. 지금의 유도장치같은 건 까마득한 미래 일이었던 것이다.

거기에 폭격수는 한 수 더 떠서, 흔들리는 비행기 안에서 날아오는 총알을 피하며 조준기에 눈을 대고 폭탄을 하나하나 떨궈줘야 했다. 그야말로 농가 지붕에서 바늘던져 콩 꿰기였던 셈이다.

2차 세계대전이 길어지면서 누가 전쟁의 뒷바라지를 오래 하느냐가 문제가 되었고, 결국 공중전이란 적의 진지를 폭격하는 전술폭격에서 적의 민간인 지구와 군수시설지구를 공격하는 전략폭격, 총력전으로 변해갔다. 이런 엉망진창인 폭격기들을 가지고 고사포가 공격하기 힘든 야간에 폭격을 하자면, 그야말로 죽을 맛이었다. 개떼처럼 달려드는 독일군의 전투기들은 별개 문제고.

해리스는 공군 총사령관이 되자 여기에 해결책을 제시했다:

1. 대량의 폭격기를 동원한다.
2. 선도비행대는 폭격을 하지 않고 오로지 조명탄만 투하한다. 그 뒤 부대는 밝아진 틈을 타 폭탄을 계속 "쏟아붓는다"
3. 짧은 시간에 대량의 폭격기를 동원한다. 몇 대 정도는 독일군 전투기에 희생되도 상관없다.(!)

이렇게 해서 고안된 것이 같은 해 5월 실행된 "밀레니엄 작전"이었다. 말 그대로 천 대의 폭격기를 동원한 막강한 화력으로 독일의 전쟁수행의지를 꺾는다는 이 작전은 이전의 폭격작전과 전혀 다른 방식의 군사행동이었다는 점에서 전쟁사의 한 페이지를 차지한다. 이전의 폭격은 폭격기를 동원해 임의의 목적지를 파괴하는 것이었다면, 밀레니엄 작전의 폭격은 그 임의의 목적이 처음부터 없었다. 대공포를 제압하는 선도부대를 제외하면 나머지 부대는 임의로 설정된 구역 안에 폭탄을 집어 던지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융단폭격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해리스의 작전은 주효했다. 어찌나 작전이 성공적이었는지 늦게 출발한 폭격기들은 대낮처럼 환하게 불타오르는 쾰른시의 화염을 두 눈으로 똑똑이 볼 수 있었다. 쾰른은 250여개의 공장이 도시와 함께 잿더미가 되고 하루 5만 명 이상의 시민이 집을 잃거나 사망, 혹은 부상했다.
영국군 피해는 예상했던 50대를 밑도는 40대였다.

성공의 맛을 본 해리스는 같은 작전을 반복해서 실행했다. 1943년 함부르크 공습작전에는 무려 3천 대의 폭격기가 동원되어 도시를 무차별 폭격했다. 삽시간에 4만 명이 죽고 함부르크 시내의 모든 건물이 파괴되는 참사가 벌어졌다.

1945년 2월의 드레스덴 공습작전은 단 한 시간만에 드레스덴 시민 10만 명이 죽어, 독일 역사상 가장 참혹했던 날로 기억된다. 말 그대로 원자탄이 사용되지 않은 사상 최대의 학살극이었던 셈이다. 이렇게 해서 해리스의 손에 죽어간 독일인은 50만 명이 넘는다.

해리스는 자신에게 "도살자" 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거기에 대해 그는 단 한마디로 상황을 정리했다.

"난 원래 사람을 죽이라고 이 자리에 앉혀진 사람이야!!"
2005/09/15 01:13 2005/09/15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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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동유럽 숨겨진 보석같은 도시, 드레스덴 속닥속닥 블로그 2010/09/02 07:30 Dele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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