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의 장궁(長弓, Longbow)

역사/서양 by 고어핀드 2005/09/27 05:10
* 이 글의 출처는 http://blog.gorekun.com/420 입니다. 출처를 지우지 않은 상태에서 비상업적으로 배포가 가능합니다.
* 이 글은 포츠머스 여행기(2005.08.07)의 토막글이며, 2005년 북유럽 여행의 일부입니다. 태그를 클릭하시면 전체 여행기를 보실 수 있습니다.

2005년 8월 7일 오전 12시
영국 포츠머스


전쟁사를 좋아하는 사람 치고 영국의 장궁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백년전쟁에서 잉글랜드가 프랑스 기사들을 물리치는 데 큰 역할을 했던 이 무기는 <Age of Empires 2: The Age of kings> 나 <Medieval: Total war> 등의 전략 게임에도 등장하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꽤 친숙한 편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Medieval: Total war에 등장한 장궁병.

하지만 그 유명세에 비해 실물이 매우 귀하다. 기본적으로 유기질로 만들어진 소모품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1982년 이전까지 중세 장궁 유물은 단 5개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다행히 1982년 메리 로즈 호가 인양되면서 137개의 장궁 유물이 세상의 빛을 보았다. 침몰한 르네상스 시대 잉글랜드 전함에서 3500개의 화살촉과 함께 발견된 이 유물들은 중세의 전쟁사를 연구하는 데 매우 중요한 자료가 되었다. 메리 로즈 호 전시관에서는 이렇게 발굴된 장궁들의 일부를 볼 수 있었다.

기원


사용자 삽입 이미지

Mary Rose 호에서 발견된 르네상스시대 영국의 장궁들. http://www.flickr.com/photos/gorekun/3090815989

중세 잉글랜드 군의 상징처럼 여겨지고 있는 장궁이지만, 그 기원은 본래 잉글랜드 서쪽의 웨일즈 지방이다. 지금이야 웨일즈가 잉글랜드·스코틀랜드와 함께 영국의 일원(주: 따라서 우리가 흔히 "잉글랜드=영국" 이라고 부르는 것은 엄연히 잘못된 것이다. 영국의 정식 국호는 "브리튼 섬 연합 왕국" 이며, 잉글랜드는 그 일부일 뿐이다.)이지만, 중세까지만 해도 엄연히 다른 나라였다.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잉글랜드와 웨일즈의 전쟁은 1282년, 잉글랜드 국왕 에드워드 1세가 웨일즈 전토를 장악하면서 끝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에드워드는 웨일즈 군이 사용한 장궁을 눈여겨보게 되는데, 장궁 특유의 사정거리와 정확도에 의해 잉글랜드 군이 큰 피해를 입혔기 때문이었다. 에드워드는 웨일즈의 장궁수들을 잉글랜드 군에 편성하였고, 곧 장궁은 잉글랜드 군의 장비로 채용되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영화 <Braveheart(1995)>의 한 장면. 잉글랜드 장궁병들이 스코틀랜드 군에게 화살을 날리고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잉글랜드 군에 도입된 장궁은 국가적인 육성 정책 등으로 인해 큰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한다. 장궁은 잉글랜드 군과 스코틀랜드 군이 겨룬 Falkirk 전투(1298)나 100년 전쟁의 주요 전투들 - 크레시Crecy 전투(1346), 아쟁쿠르Agincourt 전투(1415) 등 - 에서 잉글랜드 군에게 승리를 안겨 주었다. 15세기부터 유럽 대륙에서는 총이 활을 대체해 나가기 시작하지만, 영국에서는 16세기에 이르기까지 사용되었다. 장궁이 마지막으로 전쟁에 사용된 것은 잉글랜드 내전(1641~1651)에서 왕당파 군대가 사용한 것 - 정확히 이야기하면 1642년 10월의 Bridgnorth 전투 - 이었다.

특징


장궁은 언뜻 보면 통나무를 대충 깎아서 만든 듯해 보이지만, 그렇게 만만한 물건이 아니다. 장궁은 나무(주로 주목(朱木, Yew))를 잘라다 1~2년 이상 건조시켜서 만든다. 이렇게 건조된 나무를 적절한 길이(주: 4피트 ~ 6피트 정도. 하지만 잉글랜드측 사료에서는 "제대로 쓰려면 5피트 이상은 되어야 한다." 고 기록하고 있다.)로 잘라서 단면이 D자 모양이 되도록 한쪽의 나무 껍데기를 깎아낸(주: 단, 메리 로즈 호에서 발견된 장궁들의 경우 단면을 D자로 가공하기까지는 하지 않았고, 나무 껍데기만 걷어냈다.)다.

이렇게 가공을 해주는 이유는 나무의 재질 구조 때문이다. 나무의 바깥쪽 껍데기는 탄성이 좋다. 반면, 나무의 안쪽은 압력에 잘 버틴다. 따라서 궁사가 활을 쏠 때 나무의 바깥쪽 껍데기 방향(D자 단면의 불룩한 부분)이 적 쪽으로 가도록 잡고 쏘면 탄성에 의해 화살이 멀리 날아가면서도 활이 잘 부러지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활의 양 끝에 뿔로 만든 활고자를 장착하거 활끈을 끼우면 장궁이 완성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장궁의 사정거리는 180야드 ~ 270야드(유효 사정거리는 75~80야드 정도)로 알려져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메리 로즈호 전시관 맨 앞에 전시되어 있는 인양된 검. 브로드 소드Broad Sword로 보인다. http://www.flickr.com/photos/gorekun/3091653952

14~15세기 잉글랜드의 장궁수는 보통 1분에 10발 가량의 화살을 쏠 수 있었으며, 숙련자는 그 2배인 20발은 쏠 수 있었다고 추정된다. 보통 장궁수는 60개에서 72개 정도의 화살을 가지고 다녔기 때문에 마음놓고 마구 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공격력 증가를 위해 다양한 종류의 화살촉을 사용하기도 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Braveheart(1995)>의 한 장면. 잉글랜드 장궁병들이 땅에 꽂아 놓은 화살을 집어들고 있다. 이렇게 하면 화살통에서 집어서 쏘는 것보다 더 빨리 쏠 수 있다.

참고문헌


Matthew Strickland, Robert Hardy, The Great Warbow: From Hastings to the Mary Rose, The History Press, 2005
Robert E. Kaiser, "The Medieval English Longbow", Journal of the Society of Archer-Antiquaries, volume 23, 1980
The Mary Rose - Longbow
About.com - Longbow
2005/09/27 05:10 2005/09/27 05:10

http://blog.gorekun.com/trackback/420

  1. Arngard
    2005/09/28 17:11
    레이피어네 브로드 소드네 하는 것이, 실제 칼들을 보면 그렇게 딱 구분이 가는 것은 아닌 거 같다고 생각해. 무기를 만드는 데 시대를 꿰뚫는 표준 규약이 있는 것도 아니고...
  2. 고어핀드
    2005/09/28 17:36
    쓰는 걸 보면 알지만. 레이피어는 찌르는 거고 브로드 소드는 베는 거고. 뭐 레이피어라고 베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무쟈게 힘들지.
Leave a Comment
[로그인][오픈아이디란?]

블로그이미지

About
고어핀드

(b)logging형 인간.

Recent Trackback

847332
Today : 620   Yesterday : 6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