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운동치다. 단순히 운동을 못 하는 수준이 아니다. 어느 수준인가 하면, 초등학교 때부터 또래 남자아이들은 물론이고 여자아이들보다 운동을 못 했다. 남자 아이들이 운동을 훨씬 더 잘하기 때문에 체육 시험을 쳐도 따로따로 채점을 한다는 걸 감안하면 얼마나 지독하게 못하는지 이해가 갈 것이다. 초등학교 때 철봉 운동으로 시험을 본 적이 있었는데, 나는 철봉에서 쌩쌩 도는 여자 아이들을 보면서 도대체 어떻게 저렇게 할 수 있는지를 궁금해하곤 했다. 나는 한 번도 못 했기 때문이었다.
이 정도니 남중, 남고에 진학한 후에는 더 했다. 체육시간에 축구를 하거나 하면 벤치에 가서 잠이나 자는 게 일상이었다. 당연히 이 나이때까지 "축구하면서 골 한 번 넣어본 적이 없다." 고등학교를 때려치우고 나서 가장 좋았던 것이, 체육 시간이 없어졌다는 것일 정도였다.
2.
그런 위인이다보니, 뒤늦게 검도부에 들어와서 운동을 하고 있는 건 그야말로 인간 존재의 신비다.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나는 내가 왜, 어떻게, 무슨 생각으로 검도부에 들어왔는지 아직도 모른다. 그저 정신을 차리고 보니 검도부에 들어와서 죽도를 휘두르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을 뿐이다. 그리고 뒤늦게 검도부에 들어와 운동을 시작한 나는 나와 함께 들어온 사람들이 거의 다 그만둔 지금까지도 죽도를 놓지 않고 있1다.

http://www.flickr.com/photos/melyviz/2306010798/
3.
나도 꼴에 자존심은 있는 인간이니, 기분이 좋을 리 없다. 검도부에 들어와서 검도 실력이 쌓였는지는 모르겠는데, 우울과 자학을 산더미처럼 쌓은 건 확실하다. 운동을 마치고 집에 돌아올 때마다 "내가 이 고생 해가면서까지 이 운동 해야 하나? 차라리 그 시간에 게임하거나 발 뻗고 자는 게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 게 어느 새 일상이 됐다. 오늘도 시무룩해가지고 집에 돌아와서는 세 시간이 넘도록 자학을 했다.
더 이상한 것은, 내가 그러면서도 그만둘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검도부 따위, 그냥 그만두고 안 나가면 땡이다. 호완과 하까마 따위, 내버리거나 태워 버리면 끝이다. 우울함도 더이상 없을 것이고, 자학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는다.
이건 건망증인가? 아니면 우울하다 못해 살짝 돌아 버린 건가?
도대체 뭔가? 왜 이러는가?
4.
사람의 마음 속은 정말로 이해하기 힘든 것으로 가득 차 있는지도 모르겠다. 설령 그것이 내 마음이라 하더라도 말이다.

- 본래 검도부에 처음 들어온 사람 중에서 운동을 계속하는 사람은 극소수라고 한다. [본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