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키요에

TRAVEL by 고어핀드 2005/12/13 06:14
2005년 8월 13일 오후 4시
네덜란드 - 암스테르담


우키요에(浮世繪부세회 - '덧없는 세상의 그림' 정도랄까?)는 일본의 특이한 목판화를 가리키는 말인데, 그림 내용은 대부분 풍속화이다.

일본의 전국시대가 끝나 평화가 정착되고, 에도 바쿠후의 지배가 확립되면서 상업과 화폐경제가 발달하자 돈을 만지게 된 서민들은 다양한 예술 작품들을 즐기기 시작했다. 그 결과로 우키요에가 발달하여 대량생산되게 되었는데, 간결한 표현과 섬세한 선과 담백한 색감이 돋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흔해 빠진 그림이었기에 처음에는 별다른 가치가 없었다. 그런데 일본이 19세기말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만국박람회에 출품할 상품을 포장하기 위해 별 가치가 없던 우키요에를 포장지로 사용하면서 대박이 터졌다. 이국적인 포장지에 매료된 서구인들이 너도 나도 우키요에를 주워 모으기 시작한 것이다.

카츠시카 호쿠사이 의 우키요에. 강렬한 채도의 대비가 일품이다.

내가 왜 이 이야기를 하느냐면... 반 고호 미술관에도 우키요에 몇 점이 걸려 있었기 때문이다.

고호의 "해바라기": 사진은 네이버 이미지검색에서 퍼왔슴다. 고호 미술관에서는 사진을 못 찍게 하더군요... -_-;

반 고호가 여러 장 그렸고 또 유명한 "해바라기" 같은 그림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고호는 우키요에를 좋아해서 여러 장 수집하고, 모사하기도 했다. 고호는 그 그림들을 보면서 "동쪽의 어느 섬나라" 에는 항상 강렬한 태양이 떠서 해바라기는 이렇게 보일 거라고 상상하곤 했다고 한다. 결국 우키요에는 고호를 비롯한 서양 인상파 회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는데, 이건 전문가들 얘기니까 빼자.

고호 미술관이다보니 당연히 우키요에들도 수집되어 있었다. 그리고 고호가 모사하면서 습작을 한 것들도 몇 개가 걸려 있었다.

...보면서 무쟈게 부러웠다. 두 가지에서.

하나는 일본이라는 나라가 이렇게 잘 알려져 있다는 거.

우리네처럼 공자님 말씀 외우느라 자빠져 있던 게 아니라 쇄국을 하면서도 서양 학문이나 물건에 호기심어린 관심을 보여 온 일본도 일본이지만 한 때 해상왕국을 이뤄 이곳저곳 안 들쑤신 곳이 없는(뉴질랜드도 얘네가 발견했다) 네덜란드가 "동양의 작은 나라"에 이렇게 호기심을 보인 것도 정말 대단하다 싶었다. 우리처럼 별다른 특징 없이, 알려진 것도 없이 사는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부러울 수밖에.

유명한 우키요에 작가, 히로시게의 사계절 목판화 가운데 "오하시와 아타케의 천둥". 다리 위에 봄비가 내리는 정경을 그린 그림인데 고호가 모사를 해서 정말 유명해졌다. 미술관에도 이 그림의 모사가 걸려 있었다.

둘째로 일본은 전세계에 자랑할 만한 예술을 가지고 있다는 거.

우리나라 그림이라고 하면, 솔직히 백성들을 삥 뜯어먹는 양반들이 끼리끼리만 좋아하는 사군자 따위밖에 없지 않던가?(한국미술은 잘 모르지만, 에라, 그거 알아서 뭐 하냐. 어차피 거기서 거긴데.) 우리네 유교쟁이들은 상인을 인간 말종으로 대접하면서 지네는 천한 거 싫네, 어쩌네 하면서 이런 천박한 그림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단다.

그 "상업으로 더러운 돈을 움켜쥔 왜놈"들이 즐기던, 역시 "천박하고 유치한" 그림이 세계 미술사에 중요한 발자취를 남긴 거다. 역시 이래서 사람은 위선떨지 말고 솔직정직하게 살아야 한다.

남들이야 모르지만, 난 일본이라는 나라가 정말 커 보인다. 고호 미술관을 나오면서 느낀 일본은 평소보다 더 커 보였다.
2005/12/13 06:14 2005/12/13 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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