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싱괴르의 야경

TRAVEL by 고어핀드 2005/12/18 01:31
* 이 글은 코펜하겐 여행기(2005.08.15)의 토막글이며, 2005년 북유럽 여행의 일부입니다. 태그를 클릭하시면 전체 여행기를 보실 수 있습니다.

2005년 8월 15일 오후 6시
덴마크 - 코펜하겐


1.

"야, 우리 제대로 가고 있는 거 맞지?"
6시 10분쯤,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이 소리가 목에서 기어나왔다. 우리는 노르웨이로 가는 마지막 배를 타기 위해 5시 40분쯤 기차에 오른 참이었다. 30분쯤 열심히 수다를 떨다 보니, 뭔가 찜찜한 기분이 들었다. 기차가 가고 있는 노선을 확인했다. 그리고 알아버렸다. 기차를 잘못 탔다.

막차를 놓쳤다!! 패닉이었다. 오늘 덴마크에서 노르웨이로 떠나는 마지막 배를 타려면 5시 40분 기차를 타고 덴마크 북부의 항구도시, 프레데릭스하운까지 가야만 했다. 그런데 같은 시각에 출발하는 다른 기차가 있어서 헷갈려 버린 것이었다. 본래 우리의 여행계획은 일단 저녁까지 노르웨이로 간 다음, 오슬로를 향해 가는 심야기차를 타는 것이었다. 잠도 거기서 잘 생각이었다. 그리고 내일은 느긋하게 오슬로 관광을 즐깅 계획이었다. 그 계획이 몽땅 틀어져버린 것이었다. 오 맙소사.

거대한 정신적인 데미지를 받아 죄다 OTL 자세로 퍼져 있던 우리는 조금 뒤에야 정신을 차렸다. "어차피 늦은 거, 덴마크 땅에서 하나라도 더 보자!!" 일단 우리는 코펜하겐 역으로 되돌아와서, 헬싱괴르로 가는 기차를 탔다. 오후 7시. 독일·덴마크·노르웨이 3국에서는 무료로 기차를 탈 수 있는 유로 셀렉트 패스표가 고마워지는 순간이었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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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싱괴르의 저녁. 기차 종점이라 철로가 역에서 끝나 있었다.

한 시간이 지난 오후 여덟시, 우리는 헬싱괴르에 도착했다. 헬싱괴르는 코펜하겐에서 북쪽으로 44km 떨어진 작은 어촌이다. 이 작은 어촌이 관광지가 된 것은 순전히 셰익스피어 덕분인데, 셰익스피어의 희곡 <햄릿>의 무대가 된 덴마크의 수도가 바로 여기 있는 크론보르Kronborg 성(극중에서는 엘시노어Elsinore 성)이기 때문이다. 역 앞에도 오펠리아 등 햄릿의 주인공들을 동상으로 만들어 놓은 게 눈에 띄었다.

이미 성은 관람 시간이 지나간 지 오래였기 때문에, 안을 살펴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멀찍이에서 전경을 바라보는 데는 무리가 없었다. 하지만 어둑어둑해질 무렵인 데다가 성의 분위기 또한 음산해서 기괴한 느낌이 많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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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싱괴르 성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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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에서 내려다본 이미지(http://en.wikipedia.org/wiki/File:KronborgCastle_HCS.jpg). 해자가 멋지다.

크론보르 성을 구경한 우리는 발길을 돌렸다. 기차 시간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 있었다. 헬싱괴르 항구의 야경을 보다가 역으로 돌아갔다. 맡겨 놓을 곳이 없어 끌고 다니는 짐짝이 묵직했다. 기차가 출발할 때까지 가져온 책을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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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싱괴르 항구의 야경. 여행 기록 정리하면서 사진으로 보니 평범한 항구에 불과하지만, 이역만리에서 길을 잃은 우리에게는 정말 아름답고 평화로운 풍경으로 비쳐졌다.

3.

막차를 타고 쾨벤하운으로 돌아간 우리는 자정에 출발하는 기차를 타고 노르웨이로 가는 배가 출발하는 프레데릭스하운으로 향했다. 직행편은 이미 우리가 놓친 그 기차였기 때문에 프레데릭스하운까지 다 가지는 않았고, 오전 4시경에 중간에서 내려야 했다. 승무원들이 내리라고 깨울 때까지, 짧은 시간이지만 어쨌든 잘 수가 있었다.

내린 뒤에는 역 플랫폼 의자에 앉아서 두 시간 정도 더 눈을 붙였다. 오전 6시, 먼저 일어난 내가 나머지 둘을 깨웠다. 그리고 프레데릭스하운으로 가는 첫 기차에 올라탔다.
2005/12/18 01:31 2005/12/18 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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