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 오슬로
오슬로 역사 안
오후 여덟시, 우리는 헤롱헤롱해서 오슬로 역에 도착했습니다. 본래 오늘은 아침부터 여유있게 오슬로 관광을 시작할 생각이었습니다만, 오늘 하루 종일 덴마크 - 노르웨이 국경을 넘는 데 소비했으니 오슬로 관광은 예비일로 남겨둔 모레로 미루고, 일단 오늘 밤 베르겐으로 이동하여 본래 정해진 일정대로, 내일 베르겐과 피요르드를 구경해야 할 것 같습니다.
유레일 패스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일단 기차표 걱정은 없고 해서, 우리는 베르겐으로 가는 기차가 올 때까지 뭐라도 먹을까 해서 역사 안의 편의점에 들어갔다가, 포기해버렸습니다. 왜냐구요?
여기서 잠시 노르웨이의 "경악할만한" 물가에 대해 잠시 설명하자면,
버거킹 햄버거 세트 하나가 만 3천원에 육박함.
...더이상 말 안해도 알겠죠?
이런 마당에 뭘 더 하겠습니까. 그냥 벤치에 앉아 짐을 지키면서 시간을 죽이고 있는데, 시간이 좀 지나더니 갑자기 어떤 동양인 아주머니 한 분이 다가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귀에 들리는 낯익은 언어.
"한국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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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말을 거신 그분은 인천 모 교회에서 선교활동 나오신 전도사님이셨습니다. 우리나라 사람이 유럽에서 선교활동을 한다는 것이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북유럽은 사람들이 교회를 정말 안 간다고 합니다. 가는 사람도 한 달에 한 번씩 어슬렁거리면서 간다던가, 아시아에서 필리핀 다음으로 기독교가 성한 우리나라에서 보면 믿는 것도 아닌 수준인 거죠.(직업이 직업인지라 우리 중 기독교인이 아무도 없다는 것을 아시자 "예수 믿어요" 라는 말씀도 하시더군요.)
어쨋든, 반 거지꼴인 우리 사정을 다 들으신 전도사님 입에서 나온 한 마디는 그야말로 지옥에서 들은 부처님 목소리였습니다.
"배고프죠? 한국 사람 만나는 것도 힘든 일인데, 내가 밥 한 끼 사줄께요."
...이렇게 해서 우리는 기대하지도 않았던 밥 한 끼를 먹을 수 있었습니다.
노르웨이 어도 약간 하시더군요 :) 세 마리어치[...]의 햄버거 세트를 주문하시는 모습.
배고픈 우리 눈에는 그야말로 진수성찬
후닥딱! 개눈 감추듯 먹어 치우는 고어핀드 군
경험 많은 전도사님 덕분에 우리는 밥먹는 동안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노르웨이에는 한국 관광객들이 안 오기 때문에 한국사람을 볼 수 없다는 것, 자신은 여기에 선교 활동을 위해 온 지 1년이 넘었다는 것, 이 나라는 거의 웬만한 것들이 전부 다 수입품이기 때문에 다 물가가 비싸다는 것 그러니 이런 데 여행 올거면 덴마크나 독일처럼 비교적 싼 곳에서 먹거리를 좀 사오는 게 좋다는 것 등등.
오후 9시 40분. 이야기를 마치신 전도사님은 일 때문에 먼저 일어나셨습니다. 우리는 모두 일어서서 떠나시는 전도사님을 배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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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기독교 특히 개신교를 좋아하는 편이 아닙니다. 오히려 아주 싫어하는 편에 속하죠. 그런 제가 보기에도 상냥한 그 전도사님은 달라 보였습니다. 이걸 두고 밥 한끼 얻어먹었다고 이넘, 간사하다고 할 사람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오슬로 역에서 먹은 그 햄버거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햄버거였습니다.
...인연이 되면, 다시 뵐 수 있겠죠?
그 날이 오면, 그분 앞에서 꼭 절하고 정말 감사하다고, 다시 한 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전도사님과 마지막으로 찰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