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슬로로 돌아오는 길

TRAVEL by 고어핀드 2005/12/22 00:54
* 이 글은 피요르드 여행기(2005.08.17)의 토막글이며, 2005년 북유럽 여행의 일부입니다. 태그를 클릭하시면 전체 여행기를 보실 수 있습니다.

2005년 8월 17일 오후 6시 30분
노르웨이 - 플롬
뮈르달 → 오슬로

아직 송네피요르드를 지나는 페리 위에 있을 때였다. 다음 일정을 확인하기 위해 관광 안내서를 펼쳐보던 고어핀드 군의 마음속에 웬지모를 불안감이 스멀스멀 기어올라오는 것이었다. 주머니에 있는 돈들을 확인해보고 일행인 새롬군와 미리내 군을 불렀다. "주머니에 있는 돈 전부 확인해봐. 우리 플롬에서 뮈르달로 가는 기차표 살 돈 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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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롬 - 뮈르달 기차 시간표.

송네피요르드 관광 페리가 끝나는 플롬Flaam 역에서 노르웨이 국철이 놓여 있는 뮈르달Myrdal 역까지는 일반 사기업이 운영하는 사철 구간이다. 뮈르달에서 오슬로까지는 유레일 셀렉트 패스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별도로 표를 살 필요가 없지만, 이 구간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유레일 셀렉트 패스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 무조건 현금을 내고 기차표를 사야 한다.

...나쁜 예감이란 결코 어긋나는 법이 없다. 우리는 돈이 약간 모자랐다.

이제 와서 방방 뛴다고 해서 없는 돈이 생길 리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당장은 송네피요르드의 풍경을 만끽하는 데만 열중했다. 페리 위에서는 그렇게 현실을 외면하면서 넘어갈 수 있었지만, 정작 플롬에 내리고 나니 걱정이 태산이었다. 코펜하겐에서 헬싱괴르로 가는 기차를 잘못 탄 이래로 최대 위기였다. 뮈르달까지 가서 노르웨이 국철을 타지 못하면, 그자리에서 국제 미아 확정이다.

달리 방법이 없었던 우리는 결국 역무원 아저씨한테 가서 서툰 영어로 사정을 말해보기로 했다. 돈이 모자라기는 했지만 있는 (미리내 군이 가지고 있던 비상금 5파운드까지 포함해서)돈을 전부 꺼내니 환율을 감안할 때 대략 세 사람 기차 표값은 됐다. 결국 역무원 아저씨의 자비로 우리는 세 사람어치 표를 얻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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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사리 얻어낸 기차표. 미리내 군 무릎에 올려 놓고 찰칵.

오늘 하루의 여행은 그야말로 천국과 지옥, 그 자체였다.
베르겐과 송네피오르드에서는 천국을, 플롬에서는 지옥을.
그래도 지옥에서는 일찍 빠져나왔으니 다행이었다.

7시 10분, 우리는 플롬에서 뮈르달로 가는 기차에 올라탔다. 50분간의 기차 여행 시작이다. 좀 진부한 표현이지만, 기차 창문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초록 초원과 구름모자 쓴 산의 풍경은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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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험한 산지에 어떻게 철도를 놓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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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 아래로 보이는 노르웨이의 농촌.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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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롬 ~ 뮈르달 사이의 철도 노선에 위치한 키요스 폭포Kjosfossen. 역은 아니지만,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고 구경할 수 있도록 잠시 정차해 준다. 높이 93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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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폭포 옆에서는 옛날 어떤 바이킹 전사가 살았나 보다. 무너진 석조 집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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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포수 아래를 봤다. 말 그대로 에머랄드빛.

오후 8시, 우리는 뮈르달 역에 도착했다. 여기서부터는 사철이 아니라 노르웨이 국철이므로 유레일 패스가 통용된다. 휴우~ 살았구나!! 우리는 가까스로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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뮈르달 역으로 들어올 기차를 기다리며 찍은 사진.

뮈르달 역에는 우리 말고도 몇몇 외국인이 밤차를 타고 오슬로로 돌아가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오후 8시에 도착하긴 했지만, 오슬로로 가는 기차(물론 막차)는 새벽 1시에야 있다. 남는 건 시간 뿐, 역 안에는 콘센트가 있었다. 자리는 불편했지만, 잠시 여행 기록도 정리하고 면도기도 충전하면서 눈을 붙일 수 있었다.

뮈르달 역에서 경험한 최고의 행운은 샤워를 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지루해서 잠시 역사를 돌아다니던 나는 역사 구석에 있는 화장실에 샤워 시설이 있는 걸 발견했다. 본래는 역무원 퇴근 후에는 출입 금지 구역인 모양이었다. 그런데 정작 지키는 역무원들이 죄다 퇴근해서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었다. 걸린다고 손해 볼 일 있나. 그냥 들어가서 샤워를 만끽했다. 그저께 아침 코펜하겐 역에서 샤워를 한 이후 씻질 못해 꿉꿉했었는데 간만에 물 좀 뒤집어쓰니까 개운했다. 죽다 살아난 기분이었다.

새벽 1시. 오슬로 행 마지막 기차를 잡아탄 우리는 오늘도 기차 안에서 잠을 청했다. 일어나면 오슬로에 도착해 있으리라.
2005/12/22 00:54 2005/12/22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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