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반 고호와 독일의 문호 귄터 그라스의 공통점은? 모두 연필을 손에 쥔다는 것이다. 그것도 같은 회사의 연필을 쥔다. 바로 독일의 연필회사, 파버 카스텔의 연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색연필로 알려진 듯.

가장 기본적인 필기구를 만드는 파버 카스텔의 역사는 176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카스파르 파베르(Kaspar Faber)라는 사람이 독일 남부 바이에른 주의 슈타인에 있는 오두막집에서 연필 공장을 창업한 것이 그 시초다.

1810년 카스파르의 손자 레온하르트가 물려 받기 전까지, 파버 카스텔은 그저 그런 연필공장들 중 하나였을 뿐이다.

그러나 그 뒤로 파버 카스텔은 속된 말로 "뜬다". 어찌나 유명했던지 19세기에는 "파벨"이라는 단어가 연필을 가리키는 일반 명사인 줄 알았던 사람도 많았다고 한다.(스테이플러를 호치키스라고 부르는 것하고 비슷한 상황이다.)

245년을 계속 연필 한 길만 걸어오면서 파버 카스텔은 수도 없이 많은 기록들을 남겼다. 가장 큰 기록은 우리가 가장 많이 쓰는 육각형 연필을 처음으로 고안해낸 것. 하여간 지금 우리가 쓰는 연필의 모든 것은 이 회사가 혼자 다 만들었다고 봐도 된다. 딱 하나, 지우개를 연필 뒤에 붙이는 것만 빼고. 연필만 팔아서 연 매출이 180억 달러( = 250만 자루)이라고 하니 과연 필기구계의 본좌라 할 만하다.

진정한 본좌의 웅대한 자태

저 작은 연필에 뭐가 저렇게 혁신할 게 많은지 궁금할 정도로 파버 카스텔은 연필에 대한 기술혁신을 그야말로 "쏟아냈다." 1939년 흑연에 점토를 섞어 구워내는 프랑스의 "세라믹 연필심" 기법을 도입해 지금과 같은 연필심을 확립했고, 4B - 3B - 2B - B - HB - H로 이어지는 연필심 등급도 만들어 낸다. 이 일로 카스텔 가는 남작의 작위를 받게 된다.

카스텔은 전 세계적으로 환경 문제가 제기된 90년대 중반, 연필 도색에 아세톤을 사용하던 다른 기업들에 앞서 수성 염료로 연필을 도색한 바 있다.

컴퓨터 시대의 개막으로 연필이 없어질 것만 같았는데도 끄떡 없었다. 연필 표면에 미세한 고무 돌기를 박은 "그립 2001"이라는 신제품으로 오히려 대박을 터트렸다. 이 제품은 비즈니스 위크 선정 2001년 10대 신제품 중 하나가 되었다.

연필이 사양 산업? 누가 그래?
사양 기업은 있어도 사양 산업은 없다.

* 우리 학교 문구점에서도 좀 팔았으면 좋겠는데... 인터넷에서는 이런 데서 파는 모양이다. 위 사진도 이 사이트에서 퍼옴[...]
* 이렇게 지우개도 만든다.
2006/04/08 04:53 2006/04/08 0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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