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총학생회, 한총련 탈퇴

1.

내가 대학교 1학년일 때 한총련 계열 선본에서 뛴 적이 있었다. 그 때 선본장님이 자신들의 지향점에 대해서, 이런 말을 했던 것이 기억난다.

"그러니까 우리 생각은, 지금의 정치는 자신들의 이익을 외치는 정파들이 해먹고 있지. 하지만 이건 옳지 않아. 대다수 민중을 위한 정치를 외치는 민중 세력이 정권을 잡아야 하는 것이 옳지."

도대체 언제 한총련과 같은 단체가 대한민국 대다수에게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한다고 승인을 받았는지 알 길이 없지만, 자기와 다른 생각을 가진 정파는 사리사욕에 눈먼 정파들로 몰아버리고 자신들의 생각은 민중을 위한다는 명분만으로 정당성을 얻는다는 류의 사고방식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학기가 지나면서 나는 그 사람들과 멀어졌다. 서서히 그렇게 되어버린 이유를 난 아직도 잘 모른다. 하지만 그 이후로 이따금 한총련을 신문지상에서 접할 때마다 나는 "대다수 게르만 민족을 위한 정치"를 외치며 야당과 바이마르 공화국을 골로 보내버린 독일 국가사회당을 연상했다. 개인적으로는 아직도 좋은 사람들로 생각함에도 불구하고.

2.

한총련이라는 조직이 비판받아야 할 점은 소위 "수구" 라는 것이 기득권자들의 전유물이라고 착각한다는 점이다.

처음부터 수구인 것들은 없다. 무수히 변화하는 인간 역사속에서 새로이 등장한 것은 진보의 딱지를 붙이고 세상에 나와 수구의 이름으로 사라져갔다. 지금은 수구의 딱지가 붙는 대표적인 사상 중 하나인 파시즘도 처음에는 개인주의적 인간상의 확립 이후 혼란스러운 사회질서를 유지할 혁명적이고 진보적인 사상으로 취급된 바가 있었다.

스스로에 대한 성찰과 반성, 그리고 변화가 없는 조직은 언제고 수구의 형용사를 달 가능성을 내포한다. 한국 기득권층에게 수구의 딱지가 붙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 하나가 도무지 반성이 없다는 거다. 반성이 없으면 부끄러움도 모르고 자신만을 고집하며 앞뒤 안맞는 억지를 부리게 된다. 과거 "인권같은 소리 좋아하네" 하면서 고문과 폭력을 일삼던 인간들이 인권 보호되는 세상 오니까 "북한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고 외치는 것이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얼마나 웃긴가.

한총련은 겉으로는 진보 개혁을 내세우는 단체이다. 하지만 내 짧은 식견으로 볼 때 그들의 본질은 진보 개혁과는 별다른 상관이 없는 것 같다.

과거 민주화 운동은 권위주의 정권(*)에 대한 저항이었다. 그들은 사회의 모든 조직을 점거하고서 자신들의 권위에 도전하는 모든 것들을 제거했다. 그들의 생각에 다른 것을 생각한다는 것은 모두 빨갱이였다. "우리" "민족" "국가"가 신성화된 소도에서 비판과 소통의 가능성은 봉쇄되고, 사회는 부패해 들어갔다. 그들이 하는 모든 것은 정당화됐다.

외부의 비판은 전부 수구세력의 공격으로 치부하면서 귀 막고 눈 쳐닫는 한총련. 그들과 다른 생각을 가진 자는 모두 반민중적 사고방식을 가진 수구세력의 광신도로 몰린다. "우리" "민족" 민중"이 신성화된 그들만의 소도에서 비판과 외부와의 소통의 가능성은 없다. 그들이 하는 것은, 모두 옳다. 죽봉에 맞아 다친 경찰을 포함한 민중의 이름으로.

싸우면서 닮는다는데 수구세력과 제일 격렬하게 싸운 한총련이니 제일 격렬하게 닮아간 게 아닌가 하는 가정을 조심스럽게 해볼 뿐이다.

3.

광주에서 있었던 데모 때문에 경찰에 가서 조사받은 어느 학우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데모 현장에서는 그렇게도 "우리" "민족" "민중"을 강조하던 그들. 그들이 조사받게 된 학우에게 한 말은 "시위 주모자 이름 대면 안돼" 였단다.

이렇게 해서 조사받게 된 학우는 완전히 혼자가 되었다. 매일 민중과 정의를 외치면서 도마뱀이 꼬리 잘라먹듯이 튀는 방식은 어디서 배워먹었는지 궁금하다. 잘려나간 건, 아마도 민중이 아니었나보다. 물리적 연결 상태로 본질이 뒤바뀌는 희한한 본질론은 도대체 뭐란 말인가.

그런 점에서, 총학생회의 한총련 탈퇴 결정, 전폭적으로 지지한다.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고 생각되나 지금이라도 탈퇴한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된다.

* 이 정권이라는 말은 유시민의 항소이유서에 쓰인 정권과 같은 의미다. 도저히 합법적인 권력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정부라는 말이 아니라 정권이라는 말을 쓴 것이다.

* 추가: 서울대학교가 한총련을 이미 탈퇴했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실제로 지난 총학선거 중에도 운동권측 후보는 "한총련은 당연히 가입되는 것이다" 라고 발언한 바 있고 현재도 뒷돈이 새어나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장부상으로만 금액이 맞춰져 있을 뿐이다. 안 그러면 그 걸레같은 장부는 대체 뭐란 말인가?

Ps> 인터넷에서 한총련 로고를 볼 기회가 있었다. 보고 한참을 웃었다. 아니, 한국 민중을 대변한다는 단체의 상징이 왜 이 백합 문양인가?

이 문양은 중세 귀족 계급의 상징으로 자주 사용되었고, 그 후에는 프랑스 부르봉 왕가의 상징으로 사용된 바 있다. 중세의 폭력적인 지배 밑 착취 계급이었던 귀족들과 프랑스 혁명으로 사라져간 앙시엠 레짐의 우두머리 부르봉 왕가.

한총련은 이 친구들하고 도대체 무슨 관계가 있단 말인가? 자기네들이 내세우는 사상은 항상 이들과는 대척점에 있지 않았던가?

둘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1. 한총련은 알고보면 과거의 수구세력과 별반 다르지 않다. 2. 한총련은 역사적으로 무식하다.
2006/05/10 14:15 2006/05/10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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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Velikhiy
    2006/05/10 17:04
    솔직히 말해서...한총련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 고어핀드
      2006/05/11 20:03
      설령 글마들을 존중해서 없어지라고 하지 않는다고 해도 비판할 권리는 있으니까요. 저 인간들이 총학 결정 가지고 언론플레이네 뭐네 하면서 설치는 게 꼴보기 싫어요.
  2. 의외의눈팅
    2009/08/25 13:25
    우연히 검색하다 보게된 포스트이고 방문자입니다. 뭐 한총련에 대한 입장이야 사람마다 다를 수 있고 그것은 정치적 자유에 속하는 부분이니 패스~~ 그렇지만 정확히 할 것은 대체 붉은 바탕에 백합문양이 들어간, 님이 찾았다는 그 "한총련 문양"이란 것을 어디에서 발견하신 것입니까? 제가 알기로는 한총련은 그런 문양, 아니 한총련을 상징하는 문양 자체가 없거든요. 그냥 포털 이미지 검색어로 한총련 깃발을 찾아보면 쉽게 아실 수 있는 사실을, 그렇게 미확인된 정보로 호도하시면 인터넷상에서 허위사실(?)이 진짜 정보가 되어버리잖아요. ㅋㅋㅋ 2006년 서울대 총학생회장 황라열씨는 유명(?)하시죠. ㅎㅎ
    • 고어핀드
      2009/08/25 14:54
      뭐 어디서 어떻게 검색을 해서 들어오셨는지 대충 짐작이 가는 바이지만 이건 접어 두고... 저 이미지는 옛날에 "불패의 애국대오" 한총련 홈페이지에서 보고 저장해 놓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지금은 바뀌어 있는 걸로 봐서 별도 로고는 아닌 모양이군요.
  3. 의외의 눈팅
    2009/08/25 16:15
    어떻게 검색했을거라고 생각하십니까? 구글로 했거든요. 지금은 바뀌어있으니 별도 로고는 아닌 모양? ㅋㅋㅋ 제가 학생운동 관련 대학원 논문 쓰느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를 뒤졌어요. 출범했던 1993년 자료까지 뒤져보며 조사했거든요. 각 학생운동 조직 홈페이지(대개 2000년부터 현재의 인터넷 환경에 맞는 홈페이지로 탈바꿈했죠.)에, 초창기인 통신동호회(하이텔, 지금은 포털 파란의 클럽. 나우누리, 천리안)도 뒤졌거든요. 그런데 저런 문양은 전혀 없었을 뿐더러 나름 고학번인 제가 장담하건데 절대로 없었습니다. 집회시위 관련사진들도 수천장(그냥 많다는 표현으로) 봤지만 깃발로 나타나는 이미지는 있을지언정 저런 것은 있지도 않았어요. 옛날이요? 몇년도를 말씀하시는겁니까? 간혹 이런 잘못된 정보가 사실 판단을 흐리게 하지요. ㅎㅎ
    • 고어핀드
      2009/08/25 16:57
      1. 구글로 "2010 총학생회 선거" 를 검색해서 들어오셨다고 생각했는데, 반은 맞췄군요. 특유의 말투로 봐서 어느 쪽 부류 사람인지도 대충 짐작이 가는 바지만 이건 접어 두고...
      2. 저런 이미지가 없다고 하셨으니 일단 퇴근하면 글 말미를 수정하도록 하죠. 제가 좀 바빠서요.
  4. 의외의눈팅
    2009/08/25 17:40
    특유의 말투로 성향도 알 수 있으시다니 대단한 능력이십니다. 재미있군요. 저는 어느쪽 부류일까요? ㅋㅋㅋ 암튼 사실관계를 정확히 하자면, 적어도 서울대 총학생회 역사상 한총련 주류와 같은 성향인 적이 단 한번도 없었어요. 1993년 이후 21C와 대장정(연대회의)의 교차수권이었지 NL은 단 한번도 수권하지 못했거든요. 서울대 60년사 제 5부 2, 3장을 보세요. 아님 대학신문이나 스누라이프에 물어보시든가요. 그리고 2006년 당시 한겨레나 오마이에서 서울대 총학이 1998년 서총련 분담금 거부와 연대활동 중단 선언을 해 실질적 탈퇴나 다름없으니 2006년의 탈퇴 선언은 뒷북치는 재탕 쇼라고 했었지요. 또 언급하신, 당시 운동권 후보가 했다는 "당연히 가입되는 것이다"라는 말은, 그 선본이 당선되면 그렇다는 말이지 "당연히 가입되어 있다"라는 의미가 아니라고 저는 이해했는데, 님은 그렇게 해석하셨던가보군요. 1997년 이후에는 당선된 선본의 성향에 따라 총학생회의 상급단체가 달라졌기 때문에 아마 제 해석이 틀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뭐 굳이 수정할 필요까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냥 님의 글을 발견하고 이렇게 의견을 나눌 수 있어 즐겁습니다.
    • 고어핀드
      2009/08/25 18:54
      예의에 꽤 민감한 편이라 남의 블로그에 익명으로 들어와서 찌질거리는 부류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나름 고학번" 이면 더욱 그렇죠. 의견 나눴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만 즐거우셨다니 다행이네요. 수정할 필요가 없다고 하셨으니 그냥 두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5. 일념
    2009/08/26 01:25
    근데 저는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한총련 출범식도 가 보고 했는데 아무런 상징 문양도 보지 못했거든요. 장부 얘기도 좀 의문이 가는 게, 서울대 총학생회는 한총련이 생긴 이후로 단 한 번도 한총련 계열이 당선된 적이 없어요. 사이도 나빴고요.
    • 고어핀드
      2009/08/26 11:57
      예, 조만간 대폭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 한참 전에 쓴 글인지라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충고 감사드립니다. -_-)>
  6. 의외의눈팅
    2009/08/26 12:50
    어잌후~ 익명에 나름 고학번(그래도 21세기 학번인데.. ㅠㅠ)이라는 것이 꽤 불편하셨나보군요. 찌질거리다는 표현으로 저를 뭉게시려드니. ^^ 저도 예의에 펵 민감한 편이라 익명으로 방문하는 블로그에 함부로 삽질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제가 가입하지 않은 곳이라서요. 양해해주시리라 생각했는데, 그닥 예의에 어긋나는 문체는 아니라고 저는 생각했는데 님은 아니셨나보군요. 의견을 나눈다는 것이 다른 것이 아니죠. 설득과 동의를 요구하거나 강요하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말할 수 있는 것이 의견을 나눈다는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굳이 수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은 님께서 잘못된 정보와 사실을 갖고 판단하셨든, 그 반대든 결국 결과는 맨 마지막 문장이 될테니까요. 일념님께서 말씀하신 장부이야기도 마찬가지인데 2005년 서울대 총학생회는 대장정(전국학생연대회의, 현 전국학생행진) 계열이었고 첫 여성 총학생회장. 따라서 한총련과는 상관없었어요. 뭐 그래도 님의 한총련에 대한 결론은 맨 마지막 문장이 될테죠. 그래서였고, 어쨌든 글을 수정 하든 말든 그것은 님의 권리이니까 제가 요구하거나 강요할 사안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서울대가 학생운동의 메카라 조사하다보니... -.-;
    • 고어핀드
      2009/08/26 14:09
      1. 제가 확인되지 않은 정보로 글을 쓴 것도 맞고 따라서 수정하겠다는 생각이 든 것도 맞는데 남을 무시하고 까대는 듯한 당신의 태도는 정말 역겹군요. 처음에는 제가 잘못했을 수도 있으니 좀 더 알아보고 수정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두 번째 덧글부터 생각이 바뀌었어요. 너님은 걍 찌질이. ok?

      2. 무엇보다 전 남한테 그딴 태도로 남을 뭉개는 걸 "의견을 나눈다." 라고 하지는 않거든요. 뭐 한총련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는 모양이던데, 님이 한총련인지는 알 게 아니지만 좀 겹쳐 보이는군요.

      3. 그리구요, 남의 블로그에 가입을 하십니까? 이거 인터넷 개통 어제 하신 분인가보네 ㅋㅋㅋ 남의 블로그에 와서 자기 블로그 링크도 안하고 익명 닉네임으로 함부로 까대는 거 블로고스피어에서 최악의 매너인 건 아시나요? 모르시면 지금부터 배워 보시든지요. 그 주제에 예의에 민감 운운이라니 ㅉㅉㅉ 이건 뭐 사고 방식이 80년대에서 멈춘 주사파도 아니고. 꼴에 21세기 학번이래.

      4. 이 이상 덧글 달면 진짜 지웁니다. 안녕히 가시라고 이미 말씀드렸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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