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ttp://www.flickr.com/photos/charlestilford/3091857607/
이런 개삽질이 고귀한 기사가 할 일은 아니니 당연히 누군가에게 떠맡겨졌는데, 역사는 이들을 "갑옷담당종자(Arming Squire)" 라 부릅니다. 요즘 F1 레이싱을 보면 한 명의 레이서가 탄 차에 열 명이 넘는 정비원들이 달려들어 자동차를 정비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당시 기사들도 이 점은 마찬가지였습니다. 이 "중세 기사의 정비원" 중 가장 중요한 사람이 바로 이 갑옷담당종자였습니다.

독일 뉘른베르크의 갑옷 장인 Kunz Lochner(1510-1567)가 제작한 갑옷. 1548년작. http://www.flickr.com/photos/unforth/2819310041/
그 긴 시간동안 기사는 한 판 싸우고, 잠깐 돌아와서 물 좀 마시고, 또 싸우고... 만 반복하는 겁니다. 문제는, 중세 기사의 갑옷이란 안전한 대신 입고 벗기가 굉장히 힘든 물건이라는 거죠. 볼일 좀 보려고 이것 벗었다 입었다 할 시간은 없으니까, 당연히 그냥 참거나 싸우면서 그 자리에 싸는 겁니다. 기사가 겁에 질리면(?) 더했겠죠.

위 갑옷의 말투구 부분을 확대한 사진. http://www.flickr.com/photos/unforth/2820154042/
결국 기사의 갑옷이란, 우리가 생각하는 반짝반짝한 물건이 아니라, 전투 한 판 치르면서 제구실을 하고 나면 땀, 진흙, 오물이 뒤범벅이 된 무지막지한 물건이었던 것입니다.
갑옷담당 종자는 이 엉망진창인 갑옷을 깨끗하게 닦아 정비하고, 관리하고 전투 직전에는 주인에게 입히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갑옷 닦는 일이 뭐가 힘드냐구요? 마실 물도 귀한 전쟁터이다보니 물로 못 닦고 모래, 식초 그리고 약간의 오줌을 섞어서 만든 연마제로 갑옷을 닦는 겁니다.

제작자 미상의 또다른 갑옷. 기사 갑옷은 1575년, 말갑옷은 1560년 경의 물건으로 추정된다. 이탈리아, 아마도 밀라노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http://www.flickr.com/photos/frandrakesphoto/2393373514/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 혐오스럽고 힘든 직업을 평생 할 필요는 없었다는 겁니다. 이 일은 기사 계급에서 가장 신분이 낮은 견습인 어린 소년들에게 맡겨진 일이었거든요.
참고문헌
Tony Robinson, The Worst Jobs in History, Macmillan UK, 2007
(신두석 역, <불량직업잔혹사>, 한숲, 2005): 역사와 문명을 만들어 온 최악의 직업들을 다룬 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