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작사: KOEI
발매: 2004년 8월 26일
감정이입의 재미
게임을 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들 중 하나가 가상현실을 체험할 수 있다는 것일 것이다. 게임 속이라면 누구나 마법사나 전사가 될 수 있고, 현실에서는 변변한 연애 한 번 못 해본 남자도 플레이보이가 되어 미소녀들을 종류별로 후릴 수 있다(?).
이러한 가상체험 - 혹은 감정이입은 모든 대중문화의 기초라 할 수 있다. 애시당초 대중문화 자체가 현실에서 벗어나고픈 욕구에서 시작된것이기 때문에 당연하다. 괜히 소니가 Ps2에 컨트롤러 진동 기능을 추가했을까? 아니라고 생각한다. 진동 기능은 간단한 조작만으로 게이머에게 다양한 느낌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진동 기능 사용의 극한을 보여 준 이코(Ico). 이 게임이 선사하는 두근두근한 감정은 그야말로 최고다.
간단히 말해서 태합입지전5(이하 태합5)는 일본 전국시대를 살아가는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게이머는 상인, 검호, 해적, 무사 등의 직업을 택해 각종 스킬을 쌓아나가고, 자신의 세계에서 더 높은 위치를 차지하는 것을 게임 목표로 삼는다. 즉 이 게임은 일종의 성취감을 얻음으로써 재미를 추구하는 다른 게임들(Diablo 류의 Hack-n-Slash Action RPG 게임이라던가)과 동일한 것을 추구한다고 볼 수 있다.
특이한 점은 이러한 류의 게임이 성취감을 얻는 과정을 마우스 클릭질과 같이-_- 아주 단순하게 구성하는 데 반해 태합 5는 이것을 미니게임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다.

영지를 개발하는 치수 미니게임. 주어진 수로를 연결하여 가능한 한 많은 논에 물을 대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이 정도 실력을 갖추는 데는 시간이 꽤나 걸린다.

무예를 닦아 높은 호칭을 획득하면 무력을 증가시킬 수 있다. 높아진 무력으로 전쟁터에서 활약하든, 강도짓을 하든 자유다.
뿐만 아니라 쉽고 재미난 미니게임 덕분에 초심자가 게임에 적응하는 것 또한 빠르고 편하다. 복잡한 RPG 게임은 이해하기 힘들지만 이런 류의 자잘한 게임들은 이해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튜토리얼을 친절하게 만들어 놓은 것도 하드코어 게이머가 아닌 라이트 유저를 배려한 게 눈에 띈다. 언어의 장벽 같은 것 때문에 모든 미니게임을 할 수 없다면 자기가 아는 미니게임만 하면 그만이다. 그래도 말릴 사람 아무도 없으니까. 필자는 초반에 SRPG 형식의 아시가루 훈련만 잔뜩 했다.
게임 초반에는 할 수 있는 미니게임이 제한되어 있지만 어느 정도 숙련된 이후에는 캐릭터가 진급하면서 더 많은 미니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점도 절묘하다. 초반부터 미니게임이 "쏟아진다면" 게이머는 적응하지 못하고 질식해 버릴 것이고, 후반에 새로운 것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게임은 지루해진다. 이 사이를 줄타는 것은 꽤나 어려운데, 코에이는 이것을 해냈다.
덕분에 태합5는 심심할 때 꺼내서 한 판 할 수 있는 간편함을 갖추면서도 중독성을 가진 게임이 되었다.
* 이러한 류의 아이디어는 최근작 전국무쌍에서도 사용된 바 있다. 게이머는 자신만의 무장을 작성하여 훈련을 받고, 임관시험을 치르면서 캐릭터를 성장시킨다. 무쌍류 게임의 단조로움을 커버한 멋진 시도였다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