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公)과 사(私)

CRITIQUE by 고어핀드 2007/02/01 21:51

공사(公私)는 구분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말을 한다.
하지만 그게 100% 가능한 일일까?


최근 <에이스퀸> 6권을 보다가 인상 깊었던 대목 하나. 연예기획사를 운영하고 있는 아버지가 아들에게 묻는다: "우리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뭐냐?" 아들 曰: "밸런스입니다." 정답.

왜일까? 연예 기획은 결국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장사다. 대중의 마음은 공(公)이다. 하지만 그것을 알아차리는 것은 결국 개인, 사(私)다. "이게 된다" 싶은 느낌인 것이다. 공에만 치우치면 전혀 특별할 것이 없는 결과물만 나올 것이다 -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이게 얼마나 매력이 있을까? 그렇다고 해서 사에 치우치면, 대중들에게 외면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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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공과 사는 구분하는 것이 옳다는 말을 한다. 그리고 사적인 감정에 휘둘리지 말라는 조언도 곁들인다. 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가능할지는 모르겠다. 공적인 판단을 내리는 주체는 결국 당사자다. 하지만 그 당사자는 사적인 경험이 퇴적되어 만들어진 구조물이다. 이것은 공적인 판단이 사적인 경험에 상당 수준 빚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손정의나 헨리 포드 같은 기업가들의 사업 초기를 상기해보자. 공적으로 안될 것 같은 시장에 사적인 신념 하나로 간 이야기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조그마한 벤처 기업이니까 그렇다고? 그렇다면 기계를 좋아하는 이건희 회장이 전자 산업이나 자동차 산업에 관심을 기울이는 반면, 소시적에 한량 기질로 유명했던 김승연 회장이 레저나 헬스 산업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이래도 공이 사에서 완전히 분리 독립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일본 만화산업은 세계적으로 이름이 높다. 작가는 그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아 높은 경지를 이룬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자기 작품에서 하고 있는 말이기에 더 가슴속에 와 닿았다.

* 2010년 1월 4일 추가: 김승연 회장은 둘째치고, 이건희 회장의 기계 사랑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의외로 잘 모르는 것 같다. 아래 글을 인용하는 것으로 대신한다.

그는 '기계와의 사랑'에 빠진 첨단 기술 지향적 인간이었다. 그게 아예 그의 취미다. 그가 미국 조지워싱턴대 경영대학원에 다닐 때는 차를 여섯 번이나 바꿨는데, 그 이유가 차를 분해 · 조립해 연구하는 데 취미를 붙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기계에 대해 관심이 많고 그 분야의 전문가다. 각종 전자제품의 구조를 훤히 꿰고 있으며, 지금도 각종 기술 관련 서적이나 잡지를 애독한다. 이건희 자신도 "사실 나는 어려서부터 전자와 자동차 기술에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일본 유학 시절에도 새로 나온 전자제품들을 사다 뜯어 보는 것이 취미였다." 고 말했다.

반도체의 성공도 그 덕분에 가능했을 것이다. 이건희는 주변의 만류를 무릅쓰고 74년 아버지의 동의를 얻어 반도체 사업에 뛰어들었다.

- 강준만, <이건희 시대>, 인물과 사상사, 2005, pp.24

2007/02/01 21:51 2007/02/01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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