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김규항

CRITIQUE by 고어핀드 2006/05/19 02:33

B급 좌파의 눈으로 세상 보기 - 김규항(* 좀 깁니다.)


1.

난 김규항이라는 인간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싫어했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지 모른다. 난 진보 지식인 김규항을 고등학교 때, 그가 딴지 총수 김어준과 진행한 한겨레 21의 쾌도난담을 보면서 알게 되었다. 그 때는 별 느낌이 없었는데 그 이후에 그가 자신의 블로그에서 삼성 이건희 회장을 씹은 걸 보고 아주 싫어졌다. 나도 삼성이 소위 돈x랄 하는 것에는 반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지만 김규항의 글은 그것보다 더 꼴보기 싫었다.

나중에 김규항의 블로그를 조금 더 찬찬히 읽어보면서, 김규항이 더 싫어졌다. 뭐야 이 인간. 돈 없는 세상, 사유재산 없는 세상이라도 꿈꾸고 있나. 도대체 그게 말이 되냐? 그런 식이니 서점에 갔다가 "고래가 그랬어" 라는, 그가 발행하는 어린이 잡지를 마주치자마자 고개를 돌려버렸다. 아 재수 없어.

내가 이 조갑제 뺨치는 혐오감을 가지게 된 데에는 내가 김규항의 현실인식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 된 것 같다. 블로그와 같은 인터넷 매체는 쉽고 자유로운 의견의 개진이라는 장점을 갖지만 뒤집어 말하면 가볍고 파편적인 메시지만 전달될 가능성이 99%다. 미디어가 메시지를 정의하는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나는 김규항이 쓴 글도 많이 읽은 게 아니고, 블로그에서 본 게 거의 다였다. 전체적인 그림이 그려지지 않으니 이해가 안 가는 건 당연하지.

2.

최근 永革님이 정리해 올린 5월 15일 고려대에서의 김규항 강의를 읽었다.(위에 실린 글이다.) 아마 스승의 날에 뭔가 강연회 같은 걸 준비한 모양인데, 개인적으로 이 글을 추천하는 바다. 이 글 한 편을 읽음으로서 김규항이라는 인간이 한국 현대사를 어떻게 파악하고 있는지, 그 사상의 지향점이 어디인지 등을 알 수 있다. 특히 그의 한국현대사 인식 - 7,80년대의 민주화 운동에 대한 - 은 상당히 걸물이다. 요즘처럼 대통령 투표권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 줄 아는(아니면 체육관에서 투표한답시고 생쇼하는 개꼴을 들어본 바 없는) 개념없는 대학생들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개념글이랄까.

물론 나와 생각이 다른 부분이 많다. 이 글에서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지만, 김규항은 민주화 이후로 도래한 돈이 중시되는 사회를 좋아하지 않는다. 반면 나는 돈이 중시되는 사회에서 개개인의 욕망 하나하나가 존중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돈만 있으면 자기가 좋아하는 걸 다 할 수 있다는 것, 난 그게 마음에 든다.

그런 자잘한 차이점을 제외하면 이 강연은 대체적으로 강연자의 생각이 짜임새 있게 정리된, 현실에 대한 예리한 통찰력을 보여 주는 꽤나 좋은 강연이라고 생각한다. 은근 부러워진다. 고려대.

3.

그럼 내가 이 글을 읽고서 김규항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냐고? 전혀. 김규항이라는 인간에 대해서 조금 더 납득하게 되었다는 것이 소득이라면 소득일 것이다. 아무래도 돈 없는 세상을 추구하는 B급 진보지식인 김규항은, "눈으로 수요와 공급을 보고 입으로 투자와 이윤을 말하는" 나 같은 부류의 인간과는 상극인 인간이 아닌가 싶었다.

애시당초 농촌 출신에(*1) 80년대 민주화 운동의 세례를 받고 자라난 사람과 서울 남쪽 출신에 IMF의 파고의 세례를 받고 자라난 사람에게는 뭔가 말도 통하지 않는, 메울 수 없는 생각의 괴리가 있는 것 아닐까. 사람들 사이에서 소통을 가로막는 원초적인 장벽이 있다면 아마 이런 것일 것이다 -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2)

언젠가 김규항이 쓴 글에서 이런 문구를 본 것이 기억난다. "직접 만나봐서 나쁜 사람이 어디 있냐?" 그래, 나 들으라고 한 소리였구나.

*1) 김규항의 아버지는 박정희 정권이 빈민 구제랍시고 던져준 허접한 농토에서 농사를 지은 적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걸 어떻게 아냐고? 의사들 파업할 때 김규항이 씨네 21인가에 쓴 글에 나오는 이야기다.

*2) 그래서 강남 부자들이 끼리끼리 결혼하고 노는 건가?
2006/05/19 02:33 2006/05/19 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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