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후 일본경제의 상징이라고 불리는 소니지만 작금의 상황을 살펴보자면, 그야말로 "대략 캐안습" 이라는 시쳇말이 아깝지가 않다. 왕년 잘나가던 시절의 소니 등의 일본 반도체 업체들이 반도체 제조 공정에 대한 투자를 게을리하는 사이 플래시 메모리 등에 "몰빵" 한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싹 쓸어먹는 "대박"을 터트렸다. 액정 패널 디스플레이(LCD) 시장에서는 일치감치 소니가 삼성전자에 두 손을 들고 합작사를 만드는 "굴욕"을 당했다.
이런 식으로 살펴보다 보면 도대체 소니가 뭘 먹고 살고있는지가 궁금해질 지경이다. 플레이스테이션2의 가격이 아직도 인하되지 않는 이유를 "소니가 이거 하나로 먹고 살고 있기 때문" 이라고 풀이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면 이젠 비참하다 못해 웃음까지 나온다.
2004년 5월 31일 PSP를 처음으로 소개하는 자리에서, SCE의 CEO 구타라기 켄은 기자들에게 "PSP를 21세기의 워크맨이라고 불러달라" 고 주문한 바 있다. 이 발언은 꽤나 의미심장하다. 조그만 중소기업에서 워크맨 하나로 스타덤에 오른 소니이니 PSP로 다시 한 번 부활하고 싶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지만, "워크맨, 핸드폰처럼 젊은 소비자층의 삶 속으로 들어가는 상품을 만들겠다" 는 일종의 컨셉 선언이기도 한 탓이다.
그 점에서 PSP는 "게임기는 그 자체로 장난감일 뿐" 이라는 닌텐도 그리고 DS의 컨셉과는 사뭇 다른 물건이다. 강력한 MP3 기능이나 비디오 재생 기능 등에서 볼 수 있듯이 어찌 보면 PMP와 같은 멀티미디어 재생기기와 게임기의 혼혈 정도로 보이기도 한다. 어쨋든, 기계를 이렇게 만들어 놨으니 소니 입장에서 이제 필요한 것은 여기 필요한 컨텐츠가 되겠다.
언제나 어디서나
뒤늦게 DJ MAX 포터블(이해 디맥)을 구입하러 국전에 가서 가장 놀란 것은, 아무리 찾아봐도 중고를 찾을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올해 1월에 나온 게임인데 중고는 단 하나도 없었다. 단 하나도!!
물론 디맥이 어지간히 못 만든 게임이라 지금쯤 중고가 와장창 쌓여 있을 것이다 - 라고 예상한 것은 아니다. 모든 평가의 잣대를 "얼마나 창의성이 흘러넘치고 게임시스템이 참신하냐" 라는 식으로 놔서 "그래봐야 비x매니아 짝퉁" 이라는 식으로 몰아붙인다면 할 말 없지만, 기본적으로 PC판 디맥을 포팅한 것인지라 키가 5, 7개에서 4, 6개로 바뀐 것을 제외하면 원판불변, 대단히 만족스러운 퀄리티를 보여 준다.

우선, 지극히 당연하지만 - 디맥의 게임 자체 특성이 한 원인이 된다. 디맥은 가볍게 한판씩 즐기는 게임이다. 이 점에서 수십 시간을 세이브 로드해가며 이어 하는, 화려한 그래픽의 대작 게임들과는 상당히 다른 물건이다. 이러한 "거함거포류(流)" 게임들은 소니의 방침이기도 해서, 플레이스테이션 발매 이후 한동안 게임시장을 지배해 왔다.
그런데, 이러한 방식은 문제가 있다. 먼저 게임 시장의 중추가 비교적 고연령화되면서 옛날처럼 수십 시간을 게임에 할애할 여유가 없어졌다. 퇴근하고 잠깐 게임을 즐기고 자고 싶은데, 이놈의 게임이란 게 수십 시간을 동원해야 하는 대작 밖에 없는 거다.

제작사 입장으로 돌아가면 사태는 좀 더 심각해진다. 화려한 그래픽을 앞세워야 하는 대작 게임인 만큼 시각적 노력이 많이 할애되어야 하는데, 그러다보면 제작비는 급상승한다. 그렇다고 게임 가격이 그만큼 올라가서 손해를 벌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소비자는 새 게임을 구입하기가 부담스럽고 제작사는 빡빡한 제작비에 허덕이니, 보다 안정적으로 팔리는 속편이나 만화 · 애니메이션의 캐릭터를 활용한 캐릭터 게임이 판을 치는 상황이 만들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덩달아 중고시장도 커지게 된다. 어차피 한번 하고 말 거니까.

의외의 히트작 <마계전기 디스가이아>. 게이머의 도전욕을 자극함과 동시에 언제고 즐기고 싶은 전투를 마음대로 골라서 한 판씩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주효했다. 이 게임은 용산 등지에서, 디맥만큼이나 중고 물량이 없었던 게임으로도 유명하다.
* 소니는 PSP의 컨텐츠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과거 Ps의 히트작들을 메모리 스틱에 다운받아 플레이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는데, 과연 어떤 게임을 먼저 포팅할 것인지는 생각 좀 해봐야 할 문제인 듯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