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세스 메이커가 빠뜨린 것

IT by 고어핀드 2006/08/06 15:50
1.

프린세스메이커 5, 올 연말 한국 선발매

얼마 전 출시되었다가 숱한 올드팬들의 추억을 대량 파쇄하는 기염을 토한 princess maker4(이하 pm4)는 간단히 말해서 시대 착오적인 게임의 대표주자라 할 만 합니다. 시간의 흐름따위는 완전 무시하고 전작에서 모든 면에서 퇴보한 주제에 퀄리티조차 높지 않은 사상 최악의 졸작, 이것이 pm4였습니다. 아마 게임 해보신 분들 중에서 여기에 이의 제기하실 분은 별로 없으실 겁니다.

어.. 얼굴이 변하지 않아.. OTL..

2.

pm4는 두말할 것도 없이 육성 시뮬레이션 장르의 게임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게임의 재미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은 대략 아래와 같이 정리가 가능할 겁니다.

  1. 한정된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여 목적을 달성하는 시뮬레이션적 흥미. 혹은 전략성.
  2. 게이머가 캐릭터를 육성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rpg적 성취감.
  3. 기타.1
그런데 정작 이 기준에서 pm4와 pm2를 비교 대조해 보면, 간단히 말해서 아래와 같은 결론이 나옵니다.

  • 공통점 - 육성 부분이 그리 달라지지 않았음.2
  • 차이점 - 무사수행이 없어졌음.
게임을 잠깐만 보고 평가하는 일은 경계해야 할 일이지만, 그 잠깐 사이에 문제점이 속출한다면 그건 정말 문제가 심한 겁니다. 그리고 pm4가 바로 그 케이스입니다. 전략적인 요소가 별로 바뀌지 않았기 때문에 전작을 즐겼던 플레이어는 손쉽게 게임을 마스터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플레이어가 할 일은 지루하게 마우스를 클릭하는 것 뿐이고 - 게임은 금방 재미없어집니다. 딸의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을 다변화하여 좀 더 심오한 전략을 구사하도록 하거나, <태합입지전5> 처럼 캐릭터 육성 과정에 미니게임을 도입하기만 했어도3 게임이 이 정도로 망가지지는 않았을 겁니다.

무사 수행과 같은 활동을 없애버린 것까지 가면 문제는 더욱 심각합니다. pm2의 무사 수행은 그 자체만으로도 게임 속에서 가장 능동적인 행동을 보장해주는 시스템이지만, 무엇보다 강력한 성취 동기로 작용함으로써 플레이어를 더욱 열중하게 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단순히 "이러한 엔딩을 볼 수 있도록 딸을 키워야지." 와 같은 생각으로 플레이하는 것보다 "무사 수행을 가기 위해서는 이러저러한 능력을 키우고 장비를 구입하는 게 좋겠어." 와 같이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고 이를 이루어갈 때, 플레이어가 얻는 성취감은 증대됩니다. pm4는 그런 무사수행까지 없애버렸으니 이제 게이머에게 남은 건 열심히 마우스 클릭질을 하면서 후줄근한 애니메이션을 감상하는 것 뿐입니다.

도대체 10년동안 변한 게 뭐냐? -_-;

게임이 이렇게 나왔더라도 10년 전쯤에 게임이 출시되었다면 이 정도로 처참하게 발리지는 않았을 겁니다. 캐릭터 육성의 재미는 육성 시뮬레이션만의 전매특허가 아니라 본래 rpg 장르의 게임의 강점이었습니다. pm2가 나오고 거의 10년이 지나면서 캐릭터 육성의 요소는 mmorpg 등 상당히 넓은 분야의 게임들 속으로 확산되었습니다.

이 마당에 pm4는 pm2에서 변한 게 없었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발전된 요소는 단 하나도 없는 주제에 오히려 퇴보까지 했습니다. 이러고도 안 망하면 그건 차라리 용가리 통뼈겠죠.

3.

pm4의 무개념성을 잘 보여 주는 또다른 예는 바로 캐릭터 커스터마이징 기능의 빈약함입니다. 흔히 간과되는 것입니다만, pm의 게임 플레이에서 은근히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인형놀이의 재미」입니다. 딸을 바비 인형 꾸미듯이 자기 스타일대로 꾸미면서 놀 수 있다는 말입니다.4

이러한 점은 그 자체로도 게임의 장점이 됩니다만, 시뮬레이션이라는 게임의 특성5과 맞물려 시너지 효과를 냅니다. 예를 들어서, 딸을 거유로 키우려는 플레이어는(...) 언제 방문할 지 모르는 행상인에게서 풍류환을 사기 위해서 돈을 미리 준비해 둘 필요가 있었습니다. 즉, 풍류환이나 드레스 같은 아이템이 게이머에게 하나의 성취 동기로서 제시될 수 있다는 겁니다. 이는 플레이어에게 풍류환이나 드레스 등의 구입 자금을 모으기 위한 전략을 짜내도록 유도하며, 또한 성취감에서 나오는 즐거움을 극대화시킬 수 있습니다.

설령 pm4가 무사 수행과 같은 시스템을 존속시켰더라고 해도, 게임 전체가 무사 수행(!!)인 mmorpg와 같은 게임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겁니다. 그렇다면 캐릭터 꾸미기 요소를 강화함으로써 차별화를 시도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처음부터 pm4는 유명한 원화가가 제작에 참여한다는 것이 주요한 세일즈 포인트였던 만큼, 이러한 부분을 강점으로 내세웠다면 충분히 어느 정도 선전할 수 있었을 거라고 봅니다. 특별한 이벤트나 조건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멋진 액세서리 같은 것이 있었다면 게이머를 불타오르게 하는 것도 꿈은 아니었겠죠.

4.

저는 프메5에 대해서는 「연말에 나온다」라는 사실을 제외하면 별다른 정보가 없기 때문에 뭐가 어떻게 나올지는 전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위에서 나열한 점에서 볼 때, pm4처럼 만든다면 게이머들에게 그리 좋은 평을 받기는 힘들 것만은 확실하다고 생각합니다.
  1. 캐릭터가 예쁜가? 음성이 지원되는가? 비주얼 노벨과 같은 스토리를 지원하는가? 등등.. [본문]
  2. 일정을 소화하면 특정한 수치는 증가하지만 특정한 수치는 감소하기 때문에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밸런스를 잘 맞춰야 한다는 기본적인 전략의 틀 뿐만 아니라 딸이 일정을 소화하는 동안 게이머는 화면을 구경하는 것 외에는 별로 할 것이 없다는 점에서 pm2와 pm4는 완전히 동일합니다. [본문]
  3. 태합입지전5는 캐릭터 육성 과정과 임무 수행 과정을 미니게임으로 대신합니다. [본문]
  4. 어렸을 때 인형을 가지고 놀던 여성들이 pm을 많이 즐겼다는 사실과 기묘하게 오버랩됩니다. [본문]
  5. 자원을 적절히 활용하여 목적을 달성함. [본문]
2006/08/06 15:50 2006/08/06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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