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할 수 없는 공부

대한민국에서 프리랜서로 살아남는 법 ep.30

내가 좋아하는 만화인 <대한민국에서 프리랜서로 살아남는 법> 중 한 편이다. 솔직히 까놓고 말해, 이 만화는 만화로서 그리 높은 점수를 줄 만한 물건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림도 그리 대단치 않고1, 연출이나 표현이 뛰어난 것도 아니다. 만화 대부분이 줄글로 가득차 있어서, 이게 만화인지 에세이에 약간의 일러스트를 첨부한 건지 헷갈릴 때도 있을 정도다. 하지만 나는 이 만화를 아주 좋아하는데, 그 이유는 삶에 대한 경험이 뚝뚝 묻어나오는 내용 때문이다.

작가는 3D 그래픽 작업으로 먹고 사는 프리랜서다. 그러다보니 작업 계약을 잘못하거나 작업한 잔금을 못 받는다거나 하는 일은 일상다반사다. 이 만화는 그러한 경험에 대한 기록이다. 작가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일을 하면서 피해가야 할 것들과 반드시 해야 할 것들에 대한 보석같은 지식들을 들려 준다. 일을 시작할 때는 일단 최종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과 직접 접촉하라. 뒷조사는 이런 데 중점을 둬서 하라. 작업비를 떼먹히기 싫다면 이러저러하게 하라. 그러고도 떼먹혔다면, 이렇게 하라. 어느 하나 경험자에게서가 아니라면 들을 수 있는 것이 없다.

게임을 하다 보면 잘 모르는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공략집을 보는 경우가 많다. 공략집이 게임플레이에 도움이 되는 이유는, 미리 경험한 사람이 쓴 것이기 때문이다. 좀 부족하지만, 살아가는 것도 이것과 크게 다르지만은 않지 않을까. 학교라는 곳은 지식을 배우는 곳이다. 그리고 그 지식은 충분히 유용하다. 하지만 사람이 살아가는 데는 그것만으로 풀리지 않는 문제는 있는 법이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경험자의 경험담은 충분히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그 문제가 전례가 없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 다행히 이런 경우는 아주 적다.

나는 인간관계가 그리 넓지 않다. 책을 읽을 때도 회고록이나 일대기 등은 잘 읽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나는 다른 사람의 경험담(연애든, 일이든)에 대해서는 그리 아는 바가 없다. 전산실에서 틈틈이 이 만화를 보다 보니, 앞으로는 다른 사람의 경험담에도 귀를 기울여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ps) 역할 모델의 경험이라면 특히나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은데, 정작 나는 역할 모델이랄 사람이 없다. 워낙에 제멋대로 사는 인간이라 그런 걸까.


  1. 실제로 이것 때문에 DCInside 카툰연재 갤러리 등에서는 악플도 상당히 많이 달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