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용(Carillon)

이게 카리용이라고?

카리용Carillon은 페달과 건반을 이용, 23개 이상의 종을 두드려 연주하는 악기이다. 우리에게는 상당히 생소한 악기이지만, 카리용의 고요하고도 낭만적인 소리를 한 번 듣고나면 누구든지 카리용의 포로가 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매력적이다.

실제로는 이렇게 생겼다. (대항해시대 온라인, 잊지 않겠다 ㅡㅜ)

중세 유럽의 도시라면 어디든지 교회가 있었고, 교회에는 종이 있었다. 언젠가부터 사람들은 저 아름다운 종소리로 음악을 연주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카리용은 이렇게 해서 탄생하게 되었는데, 특히 네덜란드와 벨기에, 프랑스 북부에 이르는 지역에 카리용이 많이 설치되었다. 예로부터 상업으로 돈을 많이 번 이 지역들은 도시 중심에 있는 카리용을 얹은 탑을 자신들의 부와 지위의 상징처럼 여겼기 때문이다.

같은 방식으로 역시 종을 쳐서 소리를 내지만 종의 수가 적은 악기는 차임Chime이라고 한다. 미니 카리용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은데, 대신 연주할 수 있는 폭이 그리 넓지 못하다. 23개의 종을 가진 일반적인 카리용도 연주할 수 있는 옥타프가 한정되어 있어 곡을 고르는 데 애를 먹는 것에 비추어 보면 상상이 갈 듯.

…이쯤 가면 문에 붙어 있는 작은 종을 “차임벨” 이라고 하는 이유가 대략 이해가 갈 것이다.

워크래프트3의 아이템, 스컬지 본 차임(Scourge Born Chime). 뼈로 만들어진 차임이란 말인가…

  • 대판 분위기 깨는 소리지만, 세계에서 가장 큰 카리용은 우리 나라에 있다. 대전 혜천대에 설치된 카리용은 2004년 세계 최대 규모로 기네스 북의 인증을 받았다. 보통 카리용이 3-4 옥타브 정도를 연주할 수 있는 데 반해 혜천대의 카리용은 무려 78개의 종과 6.5 옥타브의 음역을 가지고 있다.

[경향신문]혜천대 보유 타악기 ‘카리용’ 기네스북에 올라

반만년 역사가 무색할 정도로 제대로 보존된 한옥촌도 없으면서 어딜 가나 남의 것을 이것저것 흉내내 콘크리트 반죽을 주물럭대는 대한민국을 보면, 이것저것 어울리지 않는 앤티크한 장식품들을 마구 사들인 졸부가 생각난다.

꼭 그런 놈일수록 큰 거면 무조건 좋은 줄 알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