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속의 불일치 이론

심리학 이론 중에 불일치 이론이라는 게 있다. 좀 거칠게 옮기자면 “무엇이 웃음의 원인이냐?” 에 대한 대답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대체로 “전혀 상관이 없거나 모순되는 둘 이상의 이미지나 개념이 연합하여 새로운 형태를 만드는 상황에서 웃음이 나온다.” 라고 한다. 예컨대 10kg짜리 가방을 든 다음 1kg짜리 가방을 든 사람이 10kg짜리 가방을 든 다음 5kg짜리 가방을 들었던 사람보다 더 많이 웃는다는 것이다.

이 불일치 이론은 마케팅 등에서 많이 응용되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코카콜라다. 코카콜라의 로고는 20세기 초 코카콜라社의 서기가 쓴 것이다. 한 세기가 넘은 만큼 슬슬 질릴 때도 되었는데, 코카콜라는 아직까지도 이 손으로 쓴 구닥다리 로고를 고집한다. 그뿐인가? 시대가 첨단을 걸을수록 코카콜라가 강조하는 광고 이미지는 19세기 말의 숙녀들 손에 쥐어진 코카콜라다. 삼척동자도 아는 코카콜라의 이미지에 지겨움을 덜어내려는 의도도 있겠지만, 코카콜라야말로 미국인의 문화라는 메시지까지 함께 전달할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코카콜라 광고. 1887년.

영화 속의 불일치 이론 (짱가님 블로그)

갑자기 왜 불일치 이론 이야기를 하느냐면, 내 방에 있는 컴퓨터 책들이 바로 이 이론의 대표 주자이기 때문이다.

– 짬짬이 보고 있는데, 아직도 반밖에 못 읽었다 -_-;

컴퓨터 엔지니어링의 메카가 미국인지라 최신 기술을 다룬 책들이나 뭔가의 원전이 되는 책들은 대부분 번역서이다. 자연히 내 책장에도 상당히 많은 번역서가 꽂혀 있는데, 그 책들의 대부분이 클래식하다 못해 앤틱하기까지 한 표지를 사용하고 있는 게 눈에 띈다. 특히 컴공쟁이들의 사랑을 받는 오라일리O’reilly 출판사에서 나온 책들은 챕터 맨 앞에 간간이 들어 있는 일러스트조차도 19세기식 삽화를 연상시켜, 그림만 보자면 이게 과연 컴퓨터 책인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컴공쟁이들 사이에서 개념작으로 유명한 의 경우에는 미국의 프로그래머 조엘 스폴스키의 블로그에 올라온 글들을 모은 것들인데, 이 경우에는 한 술 더 떠서 17세기의 책 표지를 갖다가 표지 디자인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 책들은 내용도 본좌급이지만, 표지 디자인 자체가 묘하게 매력적일 뿐더러 데스크탑 컴퓨터만큼이나 재미없게 생긴 다른 컴퓨터 책들 사이에서도 확 눈에 띈다.

  • 덕분에 앤티크한 취향을 가진 고어핀드 군은 역시나 앤티크한 역사책들을 컴퓨터 책들과 함께 꽂아두고 하악거리고 있다는 -_- (← 이러면 막장인가효?)

고어핀드 군이 요즘 하악대고 있는 루비. 요새 소개되고 있는 ITC 출판사의 책들은 Ajax나 Ruby on Rails와 같이 최신 웹 기술에 대한 것들이 많은데, 이 책들의 표지도 정말 앤티크하기 그지없다.

이 이론에서 예외가 되는 곳은 게입업계 정도가 아닐까? Sony든 Microsoft든, 게임업체들은 너도나도 최첨단의 이미지를 주지 못해 안달이다.(닌텐도는 좀 예외일라나?) 우리나라 게임업계에서 잘나간다는 회사들을 흔히 n사라고들 하는데, n은 e와 함께 26자의 알파벳 중에도 최첨단의 이미지를 풍기는 글자다. 최첨단 기술의 엔터테인먼트인 게임인 만큼, 이 정도면 오히려 너무 일치해서 탈이다.

왜 게임업계만 불일치 이론의 무풍지대인 것일까? 궁금하다.

4 thoughts on “컴퓨터 속의 불일치 이론

  1. 내용은 잘 기억나질 않지만, 리눅스 커널의 이해 1독은 했음[…]

    • 이런 성실쟁이 같으니라구 [버럭]

      …솔직히 저 책은 내용이 대충 머릿속에 박힐 때까지 되풀이해서 보는 책이지만 OTL

  2. ‘웃음의 원인’의 실제 예시로, 디워 엔딩부분의 아리랑과 영구아저씨 담화(??)의 경우가 있지요. 그 타이밍에 웃으라고 노리고 만든것 같던데요.

    • 그게.. 그렇게 되나요? 뭐 아리랑은 왜 거기 들어갔나 궁금합니다만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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