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것, 생각한다고 믿는 것

(그래봤자 호적에 겨우 잉크 마를 정도 살았지만)나이가 들면서 깨닫게 된 것 중 하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와> “스스로가 이렇게 생각한다고 믿는다.”

는 건 다르다는 것이었다.언뜻 보면 둘은 별로 다른 것 같지 않다. 생각하는 거나 생각한다고 믿는 거나 그게 그거인 것만 같다.

그런데 잘 따져 보면, 둘은 까마귀와 펭귄만큼이나 다르다.

예를 들어 보자.

많은 한국인들은 입만 열면 더럽고 썩어빠진 정치인들을 욕한다.

정치가 썩었고, 그 때문에 나라 꼴이 말이 아니고, 자기네들의 삶이 고난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정작 투표율은 매번 최저치를 경신한다.

일단 정치가 썩었으면, 그리고 거기에 손해를 보고 있다고 느낀다면,

어떻게든 그걸 바꾸려는 노력을 하는 게 정상이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듯.

그런데, 그런 노력은 없다. 세상을 바꾸려는 가장 작고 하찮은 노력이 투표인데도 하질 않는다.

“어차피 다 도둑놈들 뿐인데, 나 하나 투표한다고 뭐가 변하냐?” 라고 대꾸할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거짓말이다.

모 유력 대통령 후보, 아들을 편법으로 군 면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두 번이나 당선에 실패했다.

그리고 그 이후, 총리든 장관이든 옛날 같았으면 문제 없이 임용되었을 사람이 비슷한 이유로 목이 날아가는 꼴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국민들이 불법으로 병역을 면제한 사람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이 상식이 되자, 정당들은 병역 면탈 의혹이 있는 사람에게는 지방자치단체 공천도 주지 않으려고 했다.

세상이 엄연히 엿같이 굴러가긴 해도 딱 그만큼은 발전한 것이다. 나 하나 투표하면, 뭔가가 변한다.

7월 30일이 선거일인데 밥이 넘어가?

행동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한국인들은 썩은 정치를 바꾸려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한국인들은 “정치가 썩었고, 그 때문에 자기네들의 삶이 고단하다” 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그저 그렇게 믿고 있을 뿐이다. 실제로는 정치가 개판이 되든 쥐새끼가 청기와집 아래를 점령하고 있든 관심이 없다.

그저 정치인들 탓을 하면서, 자기가 힘들게 사는 것은 정치인들 탓이라고 믿으면서 자위하고 있을 뿐이다.

  • 정치를 예로 들었을 뿐, 아이돌 그룹을 양산하는 기획사를 비판하는 사람이나 네이버를 비판하는 사람 중에서도 비슷한 케이스를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인간은 자존심의 생물이다. 그리고 그 자존심을 위해서는 자기 자신에게 어떤 거짓말도 천연덕스럽게 할 수 있는 게 인간이라는 동물이다.

그리고 그가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는,

그가 하는 행동을 보면 안다.

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자기 생각을 말하고 있는 게 아니라

자기가 생각한다고 믿고 있는 바를 말하고 있다고 보면 정확할 게다.

12 thoughts on “생각하는 것, 생각한다고 믿는 것

  1. 1.
    결국 나 스스로의 정의가 세상의 정의이기 위해서는 누군가를 악으로 만들 수 밖에 없죠. 그래서 그렇게 믿고싶어하는 것 아닐까요? (결국 찌질이류 사고회로)

    2.
    직시한다는 것은 어렵지요…

    • 그렇죠. 보통 자기 스스로에게 자신이 있는 사람은 나 스스로의 정의가 구태여 세상의 정의일 필요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그냥 자기 잘난 대로 당당하게 살다가 가는 경우가 많아요. 설령 범죄를 저지르더라도 확신범이 되죠. 반면 스스로에게 자신이 없는 찌질이들은 스스로의 자존심을 만족시키기 위해 스스로가 선한 사람이라고 애써 믿으려고 하더군요. 다른 사람을 나쁜 사람으로 몰면서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해가면서요.

      찌질하지 않은 인생을 살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스스로의 모습을 솔직하게 직시하기 위한 용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요.

  2. 투표권이 아직 없어서리 ㅇㅅㅇ….

    그나저나 왜 투표를 안하는 걸까요

    정작 인터넷 이용자들의 대부분이 무 투표권자라든가.

    그냥 인터넷 찌질이라든가.

    • 인터넷 이용자는 알고 보면 한줌 뿐. 말 그대로 인터넷 찌질이던가, 아니면 온라인 개념인들의 수가 오프라인 찌질이의 수에 미치지 못하던가.

  3. 내가 가질 수 있는 최고, 최강의 정치적인 행동은 투표죠….

    인터넷에 까는 것보다 수억배는 효율적임!

    투표 고고!

  4. 얼마전 본 책에 의하면 천국에 갈것 같은 사람중 1위를 차지한 사람이 ‘자기자신’이라고 하더라고요. 무려 70%가 자기는 천국에 갈것같다고 말하는 거 보면 확실히 사람은 자신에게 대한 평가는 후한것 같습니다. 그렇게 되면 삶이 어려운 이유는 자신이 아닌 외부, 예를들어서 정치라든지 썩어빠진 세상에서 찾게되는 것 같습니다. 더 큰 문제는 자신은 잘못한 것이 없으니까 고치려고 들지를 않는거지요. 도식화 하자면 1.삶이 힘들다 2.하지만 난 착하고 내 삶에 최선을 다한다. 3.그렇다면 이 모든건 세상이 x같이서 생기는 문제다. 4.옘병 다 죽어버리라지! 투표같은것 해서 뭣해!
    흠. 그러고보니 저도 그런것에서 자유롭지는 못한것 같군요.

    • 뭐 저도 사실 거기서 그리 자유롭지는 못합니다만… 천국이라. 전 천국이 있을 것 같지도 않습니다 ^_^;

  5. 쉽게 이야기는 하지만 가장 어려운게 자기가 생각하고 있는 바를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죠. 그런의미에서 최소한의 행동인 투표라도 해야 한다고는 생각하는데, 점점 떨어지는 투표율을 보니 많이 착찹하더군요;

    덧. 짤방 포스가 쩌는군요;

    • 음, 정치적인 예시를 들었을 뿐인데 정치적인 글로 해석하시는 분이 많군요. 뭐 저런 상황을 보다 보면 국개론도 어느 정도는 현실을 반영하는 면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짤방이 좀 쩌는 건 사실임 ㄲㄲ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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