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기나타

  • 이 글은 Daum Cafe “This is Total War” 동양사 게시판 903번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2005년 4월 14일 작성된 글을 수정한 것입니다.

나기나타(草+雉,刀, 치도)는 장대 위에 칼날을 붙인 일본식 대도(大刀)류 병기이며, 중국의 미첨도, 우리나라의 협도에 해당한다. 한국에서 협도를 이르는 것과 마찬가지로 장도(長刀)로 부르기도 한다.

무예도보통지에 실린 것으로, 동양 삼국의 협도를 비교한 그림. 왼편이 일본 나기나타, 가운데가 한국, 오른쪽이 중국이다.

불분명한 기원

나기나타가 어떻게 등장했는지는 자세히 알려진 바가 없다. 혹자는 영국의 Bill 과 같은 Pole-Arm 류 병장기와 마찬가지로 농기구가 진화해서 생겨났을 거라고 추측하기도 하지만, 일본에 처음으로 등장한 나기나타의 모습이 중국 한나라 말기 ~ 삼국시대에 쓰인 대도류 병장기와 매우 흡사한 것으로 보아 아마도 이 시기에 중국에서 전파되었을 것이라고 추측된다. 이렇게 일본에 나기나타가 등장하게 된 것은 기원 후 8세기, 나라 시대였다.

전장의 주역

이렇듯 불분명한 기원에도 불구하고, 안전한 거리에서 적을 쓸어버릴 수 있으며 막강한 파괴력도 갖춘 나기나타는 빠르게 인기를 얻어 11세기에는 근접전의 왕자로 군림하게 된다. 말 그대로 봉과 창, 검을 겸하는 무기였던 것이다.

이 시기의 전쟁은 말을 탄 귀족 무사가 활을 쏘고 칼을 휘두르는 식의 전투가 주류였는데, 특유의 길이와 중량감으로 보병 대열을 박살내는 것은 물론이요 말의 다리를 자르고 기병을 한방에 토막낼 수 있는 나기나타는 그야말로 전쟁터 최고의 무기였다. 발목 공격이 특기인 나기나타로 인해 일본 사무라이들의 갑옷에는 정강이 보호대가 생기게 되었으며, 이는 지금까지도 남아 있다.

나기나타는 승병들이 무엇보다도 애용하여 승병 전용 무기로도 인식된다.
겐페이 전쟁의 영웅, 승병 벤케이가 나기나타를 든 것이 보인다.엔랴쿠지에서 직접 촬영.

나기나타의 유용함은 유력 사무라이 집안인 다이라 집안과 미나모토 집안이 정권을 놓고 다툰 전쟁인 겐페이 전쟁(1180)에서 잘 나타난다. 전에 2004년 여름 일본 가마쿠라를 방문한 적이 있는데, 거기서 들른 미나모토 가문의 진쟈에 전시된 겐페이 전쟁도 병풍에서도 나기나타를 든 사무라이들이 전투대열의 맨 앞에 돌격 준비 자세로 서 있는 것을 본 기억이 난다.

나기나타의 황혼

그러나 전국 시대 중기, 화약 무기의 발달과 철포(鐵砲뗏포우: 조총)의 전래로 인해 나기나타의 인기는 시들해진다. 나기나타 자체가 워낙에 중장비라 다루기 힘들다는 이유도 있었고, 또 보병이나 기병을 제압하는 데 있어서 철포대의 연속사격이 나기나타 돌격보다 더 유용했기 때문이다. 결국 나기나타는 전국 시대 말기에 이르면 일부 매니아들이나 승병(僧兵)들만이 사용하는 무기로 전락하게 된다.(무예도보통지에는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나기나타를 어지간히 좋아했다는 기록이 전한다.)

그나마 에도 바쿠후가 열린 이후로는 창은 무기의 제일 자리를 차지해서 무사들의 핵심 무기로 자리잡지만 나기나타는 그저 무가 여성들이 호신용으로 배우는 스포츠 정도로 몰락하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메이지 이신 이후 근대적 무기 체계가 도입되자 나기나타와 카타나(劍)는 스포츠로서, 완전히 그 정체성을 바꾸게 된다.(창은 오히려 완전히 몰락했다.) 그러나 검도 수련자가 비교적 흔한 것에 비해 나기나타 수련자는 가뭄에 콩나물 나는 정도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다.

뿐만 아니라 많은 남북조 시대 제조된 나기나타들이 후일 협차 등으로 개조되었기 때문에, 현재 남아 있는 것은 별로 없으며 지금도 칼에 비하면 찾는 사람이 많지 않아 많이 만들어지지도 않는다. 그저 코에이의 “전국무쌍” 이나 남코의 “소울칼리버2” 등에서 간간이 볼 수 있을 정도다.

에도 시대의 나기나타

**레퍼런스**[남부 캘리포니아 나기나타 연맹](http://www.scnf.org)

– 나기나타의 역사와 기술, 수련 등에 대해서 충실한 정보를 담고 있는 영문 사이트.

[Naginata Web Site Entrance](http://www.naginata.org)

– 세계 각국의 나기나타 사이트들을 링크해 둔 영문 사이트. 특별히 볼 것이 있다기보다 현대 나기나타와 고전 나기나타의 특징 정도가 볼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