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는 인생의 필수조건인가? (1)

‘연애’가 인생의 필수조건이라는 생각은

근대 이후 만들어진 편견에 불과하다.

  • 이 글은 솔로부대원들의 총폭탄 정신을 고취하기 위해 작성되었습니다.

총폭탄 정신을 고수하라!

화이트데이가 며칠 남지 않았다.1 커플들의 연애놀음과 여기에 편승하여 이윤을 취하려는 상업 자본의 농간으로 탄생한 이 국적 불명의 명절(?)은 어느 새 당연한 연례 행사로 자리잡았다. 그리고 솔로들은 이런 때가 되면, 주위로부터 “아직도 솔로야?” 혹은 “너는 언제야 연애를 하니”와 같은 동정어린 시선을 받기 십상이다.

‘연애’를 둘러싼 작금의 상황은 우리 솔로부대원들 – 특히, 필자를 비롯한 모태솔로들 – 에게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 언젠가부터 서점가에는 연애 방법을 가르쳐주는 책들의 자기계발서 사이에 끼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는 연애라는 행위 자체가 취업이나 인맥 구축과 같은, 인생에 있어 필수적이고 또 노하우를 입수해서라도 달성해야만 하는 무언가로 인식되고 있다는 반증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솔로들은 ‘뭔가 모자란 사람’ 혹은 ‘패배자’라는 오해/멸시를 피할 수 없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화이트데이 같은 것이나 챙긴다면 일은 언제 할 것인가?

필자는 이 글에서 연애와 결혼의 역사를 역사적으로 고찰하고, 그 개념이 어떻게 탄생하여 국내에 도입되었는지 살펴볼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연애는 필수’2라는 사회적 편견이 매우 부적절한 것임을 증명할 것이다. 이 글이 솔로부대원들의 자존감 고양에 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연애’의 발명

‘연애’는 언제부터 존재했는가? 흔히 인간이 등장하는 순간부터 있었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것은 착각이다. 단순히 남녀간에 애정만 가지고 있다고 해서 연애를 한다고 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우선 연애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살펴보자. 연애란 “자유 연애”의 준말이니, 당사자들의 자유 의지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또한 “애정이 식어서 헤어진다.”는 표현에서 볼 수 있듯이, 남녀간의 애정은 역시 필수다. 그리고 우리가 ‘연애’ 하면 떠올리는 것 – 소위 밀고 당기거나 데이트를 하면서 애정을 표출한다던가 하는, ‘연애놀음(Flirt)’이 있어야 한다. 이것도 없이 연애를 한다고 하면, 뭔가 이상하거나 뭔가 빠졌다고 생각한다는 사실이 이를 반증한다.

그리고 “공공장소에서 염장행위 금지” 혹은 “발렌타인 데이는 내 미래의 남편/아내가 다른 여성/남성과 동침하는 날” 이라는 슬픈 개드립(…)3에서 추론할 수 있듯이, 연애는 키스 혹은 그 이상의 성적인 접촉를 동반한다. 마지막으로 최근 제기되는 “연애와 결혼은 별개다.”라는 주장에서 뒤집어 볼 수 있듯, 본래 연애란 결혼 – 그리고 행복한 가정을 이루기 위한 단계로서의 기능을 갖는다. 둘이 별개가 아니라는 것이 상식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저런 반론도 제기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염장질에는 응징이 최고라고 알려져 있다.

즉 현대의 우리가 생각하는 연애라는 행위는 자유 의지를 가정한 애정 – 연애놀음 – 성적 접촉의 종합 패키지이며, 마음이 맞는 사람을 만나 행복한 가정을 이루기 위한 방법으로 생각되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소위 농사 지어서 밥 먹고 살던 전근대 사회에서는 이러한 종합 패키지가 없었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지금과 같은 ‘연애놀음’의 형식이 19세기~20세기 초를 거쳐 사회적으로 보급된 것이라는 증거가 있다는 것이다.

가족의 역사에 대한 심성사(心性史)적 접근으로 유명한 역사학자 장 루이 플랑드렝에 의하면, 중세 유럽에 있어 사랑과 결혼은 엄연히 분리되어 있었다고 한다. 아니, 오히려 반대 개념에 가까웠다. 이 당시 기사를 비롯한 지배 계급의 애정 풍속을 “궁정식 사랑”, 농민과 같은 피지배 계급의 애정 풍속은 “시골식 사랑” 이라고 한다. 둘은 약간 다르지만, (남자 입장에서) 결혼 상대는 출산을 위한 것일 뿐 사랑의 대상은 다른 여성이라는 점에서 동일하다. 이는 출판물에서도 마찬가지로, 사랑과 결혼을 연결시켜서 생각하는 책이 처음으로 등장한 것은 무려 18세기 말에 이르러서였다. 그나마 이 책이 나온 뒤에도 이를 반박하는 책이 몇 권 나왔다. 사랑과 결혼을 묶어서 생각하는 것이 아직 부자연스럽거나, 당연하지 않은 것으로 받아들여졌다는 증거이다.

즉, 인류는 탄생하던 순간부터 솔로였던 것이다!!

1876년에 발간된 프랑스 어 사전에야 비로소 “지위/재산 본위의 결혼” “이익을 위한 결혼” 등의 단어에 “연애결혼의 반대말” 이라는 설명이 붙었다. 그러니까 사랑을 결혼의 필수 조건으로 보는 태도(혹은 사랑하면 결혼해야 한다는 태도)는 이 시기에 이르러서야 당연한 것이 된 것이다. 그리고 “사랑으로 맺어진 행복한 가정”이라는 이미지가 상류층을 중심으로 바람직한 것으로 홍보되면서, 연애놀음의 방식 또한 사회 전체로 퍼져나간 것으로 보인다. 부부가 사랑으로 맺어진 결혼이 되려면, 연애를 통한 결혼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1905년 포렐이라는 사람이 “상류층의 연애 유희 방식이 최하층에 이르기까지 퍼져나가고 있다.”고 기록한 것이 아직도 남아 있4다.

즉, 서양에서 연애라는 풍습은 19세기 경에 발명되어서 퍼져나간, 인류 역사 전체로 놓고 보면 정말 극히 일부 시간 동안만 존재했던 풍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의 경우는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또한 서양의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앖다. 전통적인 한국 사회에는 연애라는 개념이 없었으며 그 개념은 20세기 초 – 즉, 1920년을 전후하여 한국으로 수입된 것으로 보인다.

(아직 안 끝났음. 이어지는 포스트로 계속)


  1. 가능하면 논문체로 씁니다.(!!) 

  2. 심지어 ‘연애는 전공필수, 결혼은 교양선택’이라는 망언이 일간지 지면 위에 그대로 실리기까지 한다. 오호 통재라!! 

  3. 슬프게도, 더 적절한 표현을 찾지 못했다(…). 

  4. 여기에 대해 짧고 쉬운 설명을 하고 있는 글은 에 실린 영화 평론이다. 일독을 권한다: 권력남과 순진녀의 가면무도회,  

4 thoughts on “‘연애’는 인생의 필수조건인가? (1)

  1. 흠, 이건 주지화 방어기제의 스멜이 풀풀 풍기는 포스팅 ㅋㅋ

    그나저나, 최근에 MoMa에 다녀오셨더군요!
    아, 저도 회원가입하고 책 쓸어올걸 그랬어요.
    그런 방법이 있는 줄 몰랐음..-_-

    • 1. 아… 전문가 분이 이렇게 판정을 내려 버리시니 뭐라 반박을 할 말이… OTL

      2. MoMa에도 비슷한 프로그램이 있다고 합니다만, MET 쪽이 그런 쪽으로는 좀 더 잘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인터넷으로도 가입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것 같은데, 한 번 알아보세요. :)

  2. 앗, 저는 MET을 말한 거였음… 아셨겠지만.^_^
    MoMa엔 별 관심 없어요. MET에 있는 총들에 관심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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