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성을 위한 변명 (3) : 교양에 대한 세 가지 오해

교양에 대한 세 가지 오해

교양이라고 하면 흔히 클래식 음악이나 철학, 미술에 대한 지식을 떠올린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교양의 개념은 그렇게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일전에 밝혔듯이, 교양의 개념은 사회와 함께 변해 왔으며 또 변하는 것이다. 그리고 변해야 한다. 교양은 고정된 것이라는 생각, 이것이 교양에 대한 첫 번째 오해다.

20세기로 넘어오면서 교양인 집단은 해체되고, 사회는 급속도로 변했다. 덕분에 지금 일반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교양의 이미지는 늦어야 막 20세기 넘어올 때까지만 유효하던 것들이다. 컴퓨터나 비행기가 없던 시절의 유물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나는 오히려 묻고 싶다. 그 낡아빠진 교양 개념을 언제까지 붙들고 있을 건가? 확실해요? 그게 최선입니까?

http://www.flickr.com/photos/pschadler/4932737690/

우리는 지금 덧셈 뺄셈을 못한다고 하면 교양인은커녕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18세기 서양의 신사들은 산수를 할 줄 몰랐다. 그게 교양으로 취급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들이 배웠던 수학은 도형의 성질을 다루는 기하학이었다. 증명 방법을 공부하는 거니까 논리 공부에는 최고지만, 숫자 감각이 필요해진 현대 사회에서는 그 이상을 요구한다. 요즘 세상에선 어린이가 산수를 배우지 않으면 교양인은커녕 커서 사람 구실도 하기 힘들어진다. 마찬가지 아닌가? 산수가 교양, 아니 그 이상으로 필수적인 커리큘럼이 되었듯이, 회계도 그럴 수 있고 또 그래야 하는 것이다.

교양에 대한 두 번째 오해는, 교양을 실용과 반대되는 개념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전적으로 잘못된 생각이다. 교양은 실용의 반대 개념이 아니며, 오히려 꽤 가깝기도 하다. 당연한 것 아닌가? 현실 세계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지식이면 어느 정도 실용적인 성격이 있을 수밖에 없다.

전통 사회에서 선비들의 필수 교양이던 논어(論語)를 생각해 보자. 지금은 논어를 실용성이라고는 전혀 없는, 구름 위의 몽상으로 치부한다. 하지만, 공자가 살던 시대에 그의 사상은 전란의 세월에서 백성들을 구하기 위한 실용도 100%의 개혁 플랜이었다. 논어에 의하면, 나라를 제대로 굴러가게 하기 위해 당장 시행해야 하는 것은 “국가재정을 낭비하지 않는 것” 이다. 매우 실용적인 지침이지 않은가?

http://www.flickr.com/photos/tao_zhyn/442965594/

세 번째는, 교양은 정신적인 것이며, 돈 같은 물질에 관심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이건 좀 많이 심각하다. 아직도 이딴 헛소리를 하는 중생이 있다면, 철학에서 말하는 유물론에 대해 다시 한 번 읽어보시길 권한다. 그리고 물질적 생산 방식이 역사 발전의 원동력이라고 논한 마르크스가 (정작 그가 제창한 공산주의는 망했음에도) 왜 역사상 최고의 사상가 중 한 사람으로 인정받는지, 진지하게 고민해보기 바란다. 물질을 모르면, 우리가 사는 현실의 전체적인 모습은 판단할 수 없다. 따라서, 그 물질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교양의 당연한 책무다.

(*아직 안 끝났습니다. 한 편 더 남았어요. -_)

9 thoughts on “박용성을 위한 변명 (3) : 교양에 대한 세 가지 오해

  1. 회계가 교양이며 아주 훌륭한 교양이다란 말에 동의합니다. 하지만 꼭 필수이어야 할까요.
    저도 직장생활을 하지만 – 전공은 유전공학 – 고등학교에서 배웠던 것 만으로도 대차대조표나 현금흐름표 손익계산서 정도 보는데는 크게 지장없던데요. 그 이상 필요한 경우는 쉽게 쓰여진 경제서적을 보는 것으로도 충분하던데요. 이 이상의 지식은 전공자나 회계사의 도움을 받아야지 대학에서 교양으로 한 학기 수업 받는 걸로는 어림도 없고 그 수업의 수준이 고등학교에서 배웠던 것보다 수준 높을 것 같지도 않고요. 구지 이런 얘기를 하는 이유는 우리나라 대학생한테 부족한 것이 회계지식이 아니란 생각때문입니다. 대학생들 책 않읽는다는 건 아주 잘 알려진 얘기고 도서관열람실에 펼쳐진 책들은 죄다 토익이나 ssat같은 거고 동아리 활동같은 것도 취업에 맞춰지고 홍대청소노동자 사건 같은 것에 대한 홍대생들의 태도가 회계지식이 부족해서 일까요.

    •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일단 이 부분에 대한 답변은 따로 글을 써서 올려 놓았습니다. 시간이 없어서 글을 못 쓰다 보니 자꾸 늘어지고 있군요 OTL

  2. 고어핀드님을 위한 변명!!!
    강철턱님의 의견에는 동의 합니다.
    그러나 고어핀드님이 이번에 쓰신 글은 단지 “회계도 교양이다.” 란 부분었지 도덕적인 부분은 제외하신 것 같습니다.

    전에 고어핀드님이 올리신 글도 함께 읽어 주시면 고어핀드님이 올리신 글을 이해하지 않을까요?

    http://blog.gorekun.com/1430

    제일 잊혀지지 않고 계속해서 고어핀드님이 올리신 글을 읽게한 계기 입니다.
    “명심하십시오. 타인의 마음을 헤아리지 않는 지식은 흉기밖에 안 됩니다”
    너무나도 맘에 와닿는 문구 입니다.

    추신:고어핀드님 함부로 해석해서 죄송합니다. 그러나 올리신 글에 대하여
    사실과 감정사이에서 회계란 것을 해석하다 보니 자기모순에 빠지게
    되더군요… 문득 전에 올리신 글이 생각나서 링크를 걸어 봅니다.

  3. 교양(敎養)
    1.가르치어 기름
    2.학문, 지식, 사회생활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품위. 또는 문화에 대한 폭넓은 지식.
    네이버 사전에 교양이란 단어의 해석입니다.

    회계 역시 지식입니다.또한 자본주의사회의 필수과목 입니다.
    정확히 고어핀드님이 올리신글과 일치 합니다.

    그러나 왠지 “회계란 교양이다”란 말에 반발이 생기는 것은
    교양 = 지식,도덕
    회계 = 자본주의 = 빈부격차 란 단어가 떠오는 것 때문은 아닐런지
    또한 필수란 말이 더욱더 반발심을 일으켜 해석을 난해하게 만드는지 모르겠습니다. ^^

    •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말씀주신 대로 저는 이 글에서 인성 교육에 대해서는 논하지 않았고 또 않을 예정입니다. 이 글은 엄연히 무엇이 교양이냐, 그리고 회계가 교양이냐를 논하는 글이니까요.

  4. 중대생으로써 좀 말하자면.

    …사실 학생회가 훨신 더 문제였습니다-_-;

    보수적인 저만의 시각이 아닌, PD계열이나 여타 과-학부 학생회들까지 죄다 공감할 정도라서.

    소통의 문제에서는 두산보다 학생회가 훨신 더 안되서 학생들이 열불 터질 정도였고.

    학생회의 유치하고 개념없는 막장 짓이 두산을 압도해서 말입니다;;;

    학생회의 막장짓 조금만 예를 들자면…;

    공대 이전과 등록금 이전을 이유로 흑색선전후 당첨. 하지만 구라 선동으로 판명.

    학생회 부회장이 중대 커뮤니티 중앙인에 세컨아디로 욕질. 틀킨 후 날 이렇게 만든 니네가 잘못이라고 뻔뻔히 대응.

    휴학생을 학생회 감투에. 규정상 안된다고 하니 규정상 된다고 반박했다, 실제 규정상 불가능으로 판명. 얼마 안되서 규정을 뜯어고침.

    인문계열 구조조정에 대한 항의는 좋을 줄 몰라도(그만큼 두산이 막가긴 했으니까) 대안의 제시없는 무조건적인 반대. 해당되는 인문계열 사람들도 구조조정의 필요 자체는 이해함. 오히려 두산이 소통만 되면, 인문계열의 이해만 충분하면 이대로 망하는 것보단 낫다고 과 학생회장까지 말할 정도.

    식권무료배부행사때 구조조정 반대 서명을 받으면서 서명 안하면 식권 안주겠다는 협박을 함. 실제 중대생 대부분은 구조조정 자체는 찬성. 과의 수가 너무 많은지로.

    퇴학생 두명. 실제 퇴학이유 교직원 폭행. 그리고 언론에 흑색선전. 교직원 폭행은 엄연한 퇴학의 사유로 명시되어 있는 것.

    작년 총학선거때 운동권 학생회에 대한 반발감을 크게 드러낸 후보 어이없는 이유로 출마거부 당함. 선관위의 추천서를 하루 늦게 받아갔다고. 그것도 기본 규정에는 없고 선거용 임시 조례에 나온 것에다가 선관위 자체가 추천서를 늦게 발부.

    …뭐 이런 것을 보면 오히려 중대의 크레인 농성을 하거나 퇴학 당한 사람들이 오히려 더 문제임다 ㅡㅡ; 중대 외부에서는 학교의 일방적인 구조조정에 희생된 사람들로 보는 듯 한데, 실제는 학생회가 소통이 훨신 안되고 훨신 더 개념이 없어서요ㅡㅡ; 최소한 재단은 말을 가끔 들어주고 기본적으로 들어주는 척이라도 하고 투자도 많이 하는데, 학생회는 소통 자체가 안되었으니; 두산도 개념없는 짓을 꽤나 했지만 총학의 무개념과 비교하면 암것도 아니었습니다 ㅡㅡ; 실제 중대 내부의 상황을 보면 재단을 거의 다 지지하고, 재단에 비판적인 사람들이라도 작년 총학을 훨신 더 개념없이 보는 것이 보통.;

  5. 뭐 재단에 대한 지지는 그동안 돈이 없어서 순위가 y=-ax로 쭈욱 떨어지던 중대의 안습한 상황이 크긴 하지만, 그나마 재단은 말이라도 통합니다 ㅡㅡ; 애들이 기본 개념을 말아먹은 모습을 가끔 보이긴 해도, 작년 NL총학의 무개념과 비교하면 훨신 정상적인지라 ㅡㅡ;

  6. 전 법돌이로 대학다닐 때 경제학과 수업 정도까지는 열심히 들었지만, 경영학과 수업은 따로 듣지 않고 졸업했습니다. 고등학생 때 상업 들은 거면 충분하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졸업 이후에 비로소 관심이 생겨, 회계학, 세법 등을 책과 테잎 사서 홀로 공부하였습니다.

    회계학이 얼마나 오래된 학문인지, 얼마나 유용한 학문인지 모르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오히려 ‘경영학’이라는 용어가 등장한지 얼마 되지 않지요.

    고어핀드 님 말씀대로 회계학은 교양학문의 범위에 충분히 들어가지 않나 싶습니다. 넓게 보면, 회계학도 일종의 오래된 ‘언어학’이라고 생각합니다. 살림하면서 가계부 제대로 못쓰기, 주식하면서 대차대조표, 손익계산서 안보고 묻지마 투자하기, 영어공부하면서 ‘bottom line’이 어떻게 나온 말인지 모르는 것 모두 교양인과는 거리있어 보입니다.

    • 댓글이 자꾸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요즘 블로그에 통 들어오질 못해서… 글 하나 덜렁 올려놓고 바로 다시 나가기 일쑤입니다. Orz 댓글 달아야지 달아야지 하다가 못 달았네요.

      이 주제로 글을 하나 마무리짓고 있긴 한데… 저는 회계라는 과목을 통해서 배울 수 있는 걸 두 가지로 생각합니다: 경제 용어하고 기업체가 마주치는 각종 경우의 수. 좋든 싫든 현대 사회를 이해하려면 한 번쯤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주제들이고, 현실적으로 이런 것들을 배울 수 있는 과목은 현재로선 회계뿐이라고 봅니다. 밤톨님은 이 두 가지를 함께 묶어서 말씀하신 것으로 여겨집니다. 특히 회계 역시 일종의 언어학 – 경제에 대한 – 이라는 표현이 매우 정확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확실히 회계 교육을 적대시하는 태도에 반대합니다. 특히 이런 지식은 공대생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열어줄 수 있기 때문에… 자세한 건 이어지는 글에서 다루겠습니다. (그런데 대체 언제… 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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