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이놈의 나라 국적 포기하고 싶다.

진보적 문화평론가이자 미학자인 진중권씨가 요즈음의 국적 포기행렬에 대해서 경향신문에 글을 썼습니다. 지금도 네티즌들의 리플이 열렬하게 달리고 있군요.

[정동칼럼] 나도 국적을 포기하고 싶다 [경향신문 2005-05-12 18:12]

[관련기사] 진중권 “나도 국적 포기하고 싶다” [한국일보 2005-05-13 10:29]

진중권씨의 글의 논점을 대충 갈무리 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국적을 선택하는 문제를 강요하고 싶지는 않다. 내 아들도 국적이 두 개니까. 그리고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은 전적으로 개인의 자유다.

  2. 어차피 두 국적이 있다면 더 좋은 것을 가지고 싶어하는 심리도 이해한다. 예컨대 일본 국적과 한국 국적은 (설령 자존심상하더라도) 사람들의 인식부터가 다르다. (원문 “국적의 가치에도 차이가 있다.”)

(1, 2를 연립하면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나라의 국적 선택하는 것 자체가 나쁘다라고 할 수는 없다라는 결론이 도출되죠?)

  1. 지금 병역의무를 집어던지고 자식 미국 국적 선택시키는 사람들, 사회적으로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 평소에 안보의 중요성을 소리높여 외치던 사람들이다. 이 명제에서 자연스럽게, “아무리 국적 선택이 자유라지만 이런 이중적인 행태를 보이는 작태는 잘못된 것이다” 라는 결론이 이끌어지죠. 말과 행동이 달라서는 안된다는 것은 사회에서 기본적으로 전제된 명제니까요.

따라서 이 글의 논지는, 마지막 단락에 있다고 할 것입니다: “사회의 지도층 여러분. 제발 제 기득권은 총 들고 제 손으로 지킵시다. 가진 것 없어 지킬 것도 없는 집의 자식들에게 시키지 말고.” 마지막으로 이 사회 지도층을 비꼬는 것을 잊지 않습니다. “군대 보내기 싫어 국적 포기하는 저런 분들이 바로 이 사회 지도층이라는 생각을 하면, 이 빌어먹을 나라의 국적, 미제 국적보다 헐값에 팔리는 이 국산 국적을 나도 포기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네이버 뉴스에 달려 있는 리플들(다음도 마찬가지입니다만)을 쭈욱 살펴보니 글의 전체적인 맥락과는 상관없이 맨 마지막의 “나도 국적 포기하고 싶다”는 말에만 집착을 하더군요. “그래, 가라 가” “쪽바리 나라로 가라” 는 식으로 진중권 교수가 “남이 하면 병역기피, 내가 하면 자유재량”이라고 했다는 식으로 몰아붙이는 리플들이 압도적이더군요. 진중권씨에 대한 인격적인 모욕 역시 난무하고. 진중권 씨를 “비자발급에서 차별받는다고 조국을 창피해 하는 사람” 이라고 비애국자로 모는 것까지 보면 정말 볼장 다봤습니다.

자기 나라 말로 쓴 글도 제대로 읽지 못하면서 사람 잡지 못해서 나대는 이런 인간 돼지들이 득실거리는 나라에서 저도 살기가 싫어집니다. 병신같은 조센징들은 개념들이 외출해 버려서 저 나라 말도 글도 모른다니까요. 나도 빨리 공부해서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이나 선진국 일본으로 가야지. 최소한 그 나라 국적은 우리나라보다 게임이라는 문화에 더 관대하다는 점에서 제겐 매력적입니다.

Ps> 마지막 단락 가지고 나까지 친일파로 모는 건 사양하겠음. -_-^

2 thoughts on “나도 이놈의 나라 국적 포기하고 싶다.

  1. 전혀 이상할 것 없습니다. 그들은 제목만 읽으니까요.

    책의 내용을 미리 기정사실로 예단하고 읽는걸 “읽는다”고 말하지 않죠. 그냥 확인작업이지.

    • 그렇죠. 확실히 “읽다”는 동사의 의미가 상당히 많이 오해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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