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유일의 16세기 전함, Mary Rose

2005년 8월 7일 오전 12시

영국 포츠머스

H.M.S. Warrior호를 관람을 마친 우리는 맞은편에 있는 Mary Rose호 전시관으로 걸어갔다. 여기서는 16세기의 영국 전함, Mary Rose호에서 나온 유물들을 전시한다.

Mary Rose는 1511년, 잉글랜드 국왕 헨리 8세의 명으로 만들어진 전함이다. 그러니까 무려 500살이나 되는 셈인데, 덕분에 이 포츠머스 군항에 있는 배들 중 가장 오래된 배다. (전세계에 보관되어 있는 전함 중 가장 오래된 것이 아닐까 싶다.)

Mary Rose 호에 대한 유일한 그림. http://en.wikipedia.org/wiki/File:WP_Mary_Rose_Anthony_Roll.jpg

이 배는 몇 개의 기록을 가지고 있는데, 하나는 중세의 건조 형태를 짐작할 수 있게 해 주는 희귀한 자료라는 것. 당시의 배들 중 유일하게 남아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배 한쪽의 대포를 한꺼번에 모두 발사할 수 있는, 처음부터 전투를 목적으로 건조된 배라는 것. 당시의 배들은 상선 등으로 사용되다가 대포만 실으면 전함이 되는 식1이었다.

마지막 기록은 1545년 첫 출격에서 어이없이 침몰한 비운의 전함이라는 것. 프랑스의 프랑수아 1세가 대군을 동원하여 영국을 침공하면서 벌어진 전투에서 침몰해 버렸다. 아직 그 정확한 이유는 알지 못한다. 배의 설계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설도 있고, 새로 건조된 전함이 신기하다고오바질해서 사람을 너무 잔뜩 태워대는 바람에(…) 가라앉았다는 설, 지휘가 엉망이어서 침몰했다는 설 등이 있지만, 아직 정확한 건 아무도모른다. 좌우지간, 프랑스와 스코틀랜드의 함대를 누르기 위해 큰 돈을 들여 건조된 배치고는 너무나도 허망한 최후였다.

Mary Rose 호 전시장(?) – 초대형 샤워장에서 물로 소금기를 빼고 있다.

Mary Rose호의 선체는 유물 전시관에서 좀 떨어진, H.M.S Victory 호 옆에 있었다. 영국 본토와 와이트 섬 사이의 좁은 해협, 해저 15m에서 Mary Rose 호는 500년간 진흙뻘을 뒤집어쓰고 기다렸다. 당연히 해류에 반 정도가 날아간 것은 약과요 그동안 먹은 소금만 해도 무시 못할 양이다. 덧붙이자면, 험난한 인양 작업 도중에 사고가 나서 선체 일부가 짓이겨지기까지 했다고 한다.

영국인들의 해결 방법은 그야말로 섬나라 답지 않은, 혹은 대륙적인 풍모가 가득했다. 배를 집어 넣을 수 있을 정도의 초대형 샤워장(!)을 지어서 민물로 배에 묻은 소금기를 빼내고 있었다. 소금이 얼마나 많던 간에 민물을 계속 뿌리면 결국 짠내를 없앨 수 있지 않느냐는 식이었다. 선체 전시관 옆에는 작업 완료까지 100년 이상은 걸린다는 팻말이 걸려 있었다.

배가 구경거리인지, 보존 처리하고 있는 시설이 구경거리인지 모를 일이었다. 기묘했다.


  1. 예를 들어, 상선의 선장이 갑자기 마음을 바꿔서 배에 대포 설치하고 무기 실으면 그것이 바로 전함이나 해적선이 되는 식이다. 실제로 보카치오의 소설 <데카메론>에도 장사에는 영 소질이 없던 제노바 선장 한 명이 해적업으로 전직해서 대박을 쳤다는 이야기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