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결벽 취향, 이종격투기 폐지 논란

국회 속기록에 따르면, 당시1 이 의원은 “KBS스카이 스포츠채널이 이종격투기 프로그램을 국내에 처음에 도입했는데 이것이 굉장히 폭력적이라는 것은 알고 있냐? 과연 이것을 그대로 해야 되냐?”고 추궁했다.이에 정 사장이 “저도 이종격투기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고 느끼고 있다, 그래서 다음 프로그램 개편 때 그 프로그램이 없어진다”고 답하자 이 의원은 “그건 다행”이라고 맞장구쳤다.

– <[격투기팬들이 이경숙 의원 홈페이지에 찾아간 사연](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001&oid=047&aid=0000056433&)>, 오마이뉴스, 2005-01-10

왜 이종격투기만 문제가 되는데?

궁금하다. 도대체 왜 이종격투기만이 문제가 되어야 할까. 이경숙 의원은 “이종격투기라는 스포츠 자체가 아니라 공영방송에서 이종격투기를 방송하는 것이 바람직스럽지 않다” 는 입장이라고 한다. 하지만 오히려 이렇게 묻고 싶다: “왜 공영방송은 이종격투기를 방송하면 안 되나?”

물론 KBS는 국민의 돈으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이다. 그런 만큼 SBS 등의 사기업이 손대지 않는, 다큐멘터리 등 국민 교육에 좋은 프로그램들을 방영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그것 가지고서는 수지가 맞지 않는 것이 당연하므로, 어느 정도의 오락 프로그램들을 방영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왜 그 많은 오락 프로그램들 중에서 이종격투기만 문제가 되어야 할까? KBS가 방영하는 프로그램들 중에는 가요 프로그램도 있고, 각종 버라이어티 쇼 프로그램도 있다. 이종격투기는 이러한 오락 프로그램들 중의 하나일 뿐이다.

70년대식 마인드가 논란의 핵심

“건전한 문화만이 인정받아야 하고, 존재할 가치가 있다.” 는 국민 교육 헌장식 마인드가 이번 논란의 핵심이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세상에는 사람 수만큼이나 많은 취향이 있다. 그 중에는 틀림없이 다른 취향에 비해 덜 교육적이고 덜 건전한 취향2도 있을 게다. 하지만 그것이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존중받을 가치는 있다. 존중받을 만한 취향이고 또 그것이 방송사의 수익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면, 충분히 방영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방송사 담당자들이 정해야 할 문제를 왜 국회의원 따위가 왈가왈부하나? 그 취향을 존중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왜 남의 취향을 인정하지 못하는 것일까? 왜 남이 재미있어 하는 것을 가만히 두려고 하지 않나? 왜 남의 기호를 존중하지 못할까?

다양한 취향을 존중하는 자세부터 기르시길

이경숙 의원은 뒤늦게 자신의 발언이 문제가 되고 있는 점에 대해서 “청소년정책과 방송정책을 담당하는 국회 문화관광위원으로서 이러한 문제를 지적하는 것은 오히려 당연한 의무” 라고 한다. 하지만 이종격투기 팬도 아니고 앞으로도 볼 것 같지 않은 내가 보기에는 이경숙 의원의 마인드가 더 문제다. 다양한 문화와 취향을 존중하는 것이야말로 국회 문화관광위원으로써 가져야 할 기본적인 자세다. 그런 점에서 이경숙 의원은 이종격투기 탓을 하기 전에 자신의 도덕적 결벽 취향이나 내다버리시기 바란다.


  1. 2004년 10월 18일 국정 감사장. 

  2. 그 잣대가 심히 자의적이라는 걸 감안하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