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자극이 되어주는 사람들

1.

first time fishing

심리학 개론 시간에 배운 실험들 중에 낚싯줄 감기 실험이라는 게 있었다. 꽤 유명한 실험이라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 봤을 법한 실험인데, 아이들에게 낚시 릴을 주고 낚싯줄을 최대한 빨리 감도록 하는 실험이다. 단, 한 아이에게는 혼자 하게 하고 다른 아이는 두 명씩 하게 한다. 혼자 했던 어린이보다 두 명씩 했던 아이들이 훨씬 빨리 감았다고 한다.

단지 옆에 누군가 있다는 것만으로 행동이 효율적으로 변하는 현상을 사회적 촉진Social Facilitation이라고 한다. 운동 선수들이 모여서 연습을 하거나 고시생들이 고시촌에 모여서 공부를 하는 것도 비슷한 현상이다. 옆에 비슷하게 같은 행동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성과가 어느 정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2.

우리 학교에 붙는 이미지는 대개 비슷비슷하다. 공부만 하고 재미없는,한마디로 말해 인간적인 매력이 없는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 말하는 사람에 따라 수재 집단이라는 꼬리표가 붙기도 하고, 학벌주의에길들여진 바보 떼거리라는 딱지가 붙기도 한다. 어떻게 보든, 그 공부(혹은 수능 성적)라는 걸 빼놓고서는 우리 학교를 설명하기가 힘든 사람이 많은 모양이다.

Seoul National University

정작 내가 느끼는 우리 학교의 이미지는, 좀 다르다. 우리 학교는 서울에 있는 종합대학이다. 학교에 앉아만 있어도 조선 팔도에서 몰려들어 온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1을 볼 수 있다. 덕분에 자극이 될 만한 사람, 보고 배울 만한 사람을 찾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 다양한 방면의 사회적 촉진 현상이 일어나기엔 나름 괜찮은 환경2인 셈이다.

3.

생전 운동이라는 것을 한 적이 없는 내게 올해부터 시작한 검도부 생활은 여러모로 새로운 자극이다. 정기적으로 운동을 꾸준히 하게된다는 것3도 그렇지만, 다양한 학과에서 온 선배·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는것도 나같은 히키코모리에게는 특히 좋은 경험이 되는 것 같다.

Kendo

지난 9월부터 검도부에 나오고 있는 ingray 형 역시 내게 깊은 인상을 남긴 선배들 중 한 명이다. 이 형, 한마디로 말해 무지 잘한다. 다른 도장에서 6년인가 수련했다고 하는데, 파괴력이 남달라서 어떤 때는 한 대 맞고서 머리에 쓴호면이 벗겨질 뻔 했다. 연습 한 번 하면 20분 정도 되는 짧지 않은 시간동안 정말 제대로 맞는4다.

하지만 실력보다 더 인상 깊었던 것은, 남을 배려하는 여유가 있다는 점이다. 솔직히 말해서, 난 너무 허접이기 때문에 나와 함께 상호대련을 한다고 해서 그 형한테 연습이 될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싫은 내색을 전혀 하지 않는다5. 오히려 날 챙겨 주고, 가르쳐 준다. 너무 상대방 칼끝에 민감해하지 말라는 것부터 거리재는 것까지.

오늘 있었던 회장기 검도 대회에서의 ingray 형 사진이다. 형 애인님 싸이에서 슬쩍 ( –)

4.

강가의 자갈들은 동글동글하다. 강을 따라 내려오면서 서로 부딫히기 때문이다. 처음엔 투박한 모양이었던 돌들이 다듬어져 둥글어지고, 둥근만큼 서로 더 잘 다듬어져 마침내 예쁜 자갈이 된다.

비단 그 형 뿐만이 아니다. 학교 안이든 밖이든, 지금까지 내 가는 곳마다 자극이 되는 사람들은 있어왔고 또 지금도 있다. 나는 그 점을 행운이라 생각하고, 거기에 감사한다.

내가 영향을 받아 둥글어진 만큼, 나 또한 다른 이들을 더 둥글게 만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그렇게만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ps) 1회전에서 프로 선수 만나서 깨졌지만, 힘내요 ~_~


  1. 요즘은 이러한 경향이 갈수록 줄어들어 간다고들 하는데. 

  2. 그렇다고 해서 동창들끼리 똘똘 뭉쳐 사고를 치거나 하면 안되겠지만. 

  3. 그래봐야 요새 이래저래 잘 나가지도 못했음 ㅠㅜ 

  4. 본래 맞으면서 배우는 거라지만 “대체 난 언제야 저렇게 해보나.” 하는 생각이 드는… ^^ 

  5. 게다가 잘생겨서 여자들한테 인기도 있다는… 예쁜 여자 친구도 있다는… 그렇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