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 스타워즈 – 단순함의 미학 #2

LS는 광선도를 든 레고 제다이(--;)가 동료들과 함께 레고 블록들이 난무하는(--;) 싸움터를 누비며 역시 레고 다스 몰(-_-;) 등과 싸워 나가고, 영화의 스토리를 체험하는 게임입니다.

이런 류의 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상황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단순함이요 또 하나는 그 단순함에서 오는 지루함입니다. 비교적 라이트한 유저층을 타겟한 게임인 LS는 혁신적인 참신함을 시도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함의 장점을 보강하고, 단점을 최대한 억제하는 방침을 채택했습니다. 다행히도, 이러한 판단은 성공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단점의 극복 – 재미있는 퍼즐

LS는 자칫하면 지루해지는 게임플레이를 길찾기 퍼즐로 해결하고 있습니다. 레고 피규어들이 쫄랑거리며 달려가는 길은 결코 평탄하지 않습니다. 간단하게는 포스로 레고블록(-_-;)을 움직여서 길을 만들어야 하는 곳도 있고, 복잡하게는 언뜻 보면 길이 막혀 있는 것같은 곳도 있죠. 여기를 넘어가려면 머리를 써야 합니다. 작은 몸집으로 좁다란 틈새를 넘어다닐 수 있는 소년 아나킨이나, 로프를 타고 올라갈 수 있는 파드메 공주, 닫혀진 문을 열 수 있는 R2D2나 C3PO 등을 이용해서 길을 찾아야 합니다.

이런 류의 게임은 레벨 디자인에 세심한 신경을 써야 할 필요갸 있습니다. 별다른 특이점이 없기 때문에 레벨 디자인이 재미있게 되지 않으면 게이머가 지루함을 느끼기 십상이거든요. 다행히도 레고 스타워즈는 굉장히 레벨 디자인이 잘되었습니다. 최근 발매된 신귀무자를 보면 이런 류의 아이디어는 이제 때리고 앞으로 나아가는 류의 게임에서 거의 표준이 되어 가는 느낌입니다.

무엇보다도 LS에서는 ICO처럼 어려운 퍼즐이 등장하지 않기 때문에 좀 더 편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습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현실적인 그래픽을 내세운 ICO에서는 주인공이 뭘 움직일 수 있는지 없는지, 게이머가 다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O 키를 누르면 뭔가를 할 수 있습니다만 저기 있는 상자를 당길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거죠. 이것은 게이머를 당황스럽게 할 위험성을 충분히 가지고 있습니다.

인터페이스의 기본: 말로 안해도 C3PO를 데려와서 문을 열어야 한다는 게 눈에 보이죠?

하지만 기호적인 그래픽을 채택한 LS에서는 이렇게 조작할 수 있는 오브젝트들을 알아보고, 조작하는 데 있어서 큰 무리가 없습니다. 오히려 글을 모르는 어린 게이머들도 그림을 보면서 쉽게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게임

그리고 LS가 단순함을 장점을 살리기 위한 방편으로 빼든 카드가 바로 “편안함”과 “간편함” 입니다. 어느 샌가 게임이란 수십 시간을 노가다해야 하는 물건으로 변했습니다. 서로 게임의 볼륨을 자랑하다 보니 결국 이 정도까지 늘어나 버린 것이지요.

하지만 꼭 덩치가 크다고 좋은 게 아닙니다. RPG 게임의 던전에서 저장 좀 하고 자고 싶은데 세이브 포인트가 나오지 않아서 잠을 설치거나, 잠깐만 게임을 즐기고 자고 싶은데 한 번 플레이하면 수십 분 플레이를 강요하는 게임 때문에 선뜻 조이스틱을 잡지 못한 경험, 아마도 웬만하면 다 있으실 겁니다.

LS는 스타워즈 에피소드 1,2,3의 이야기들을 짧고 간편한 스테이지 여럿으로 분할해서 레벨을 디자인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언제고 잠시 게임을 편안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2인 플레이를 지원하니 가족들과 함께 가볍게 즐기기에도 무리가 없으니 게임의 주 판매처인 미국식 홈엔터테인먼트에 잘 맞는 게임이 아닌가 싶습니다.

블록버스터 대작은 아닙니다만 이 외에도 게이머가 게임을 어깨에 힘빼고 편안하게 즐기게 하기 위한 배려들은 곧곧에서 감지됩니다. 다 아는 스토리를(스타워즈니까) 지겹게 설명하지 않게 하기 위해 유머가 넘치는 판토마임으로 동영상을 구성한 것이나, 원작에는 없는 재미있는 상황들을 사이사이에 끼워넣어 폭소를 자아내는 것 등입니다.(레고들이 쫄랑거리면서 개그를 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여러 번 플레이하고픈 게임

게임이 일회용이 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합니다. 하나는 다시 플레이하게 하기 위한 동기가 있어야 하고 또 다시 플레이하는 것이 지루하고 고된 노가다가 되지 않아야 합니다.

LS의 게임 레벨상에는 여러 개의 LegoBox가 놓여져 있습니다. 이 박스들을 모두 모으면 브릭들이 쌓이면서 새로운 레고 모델(-_-;)을 얻게 됩니다. 일종의 수집요소인 것이죠.

레고박스를 얻기 위해 필살의 이단뛰기를 선보이는 콰이곤 진 선생

이것을 모으는 것이 게이머에게 주어진 리플레이 요소인데, 놀라운 것은 이 숨겨진 요소들이 무작정 숨겨져 있어 공략집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라 “나 여기 있지~ 그런데 너 손 안닿지? 움헤헤” 하는 식으로-_- 배치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레고박스(노란 화살표)를 얻기 위해서는 로켓점프가 가능한 캐릭터(빨간 화살표)가 필요함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저런, 제다이와 R2D2는 로켓점프를 할 수 없군요.

이렇게 되면 게이머에게는 강력한 동기가 부여되게 됩니다. 심리적으로 뭔가 빼먹은 것 같거든요. 그리고 다른 스테이지에서 얻은 캐릭터들을 데리고 와서 스테이지를 진행하면 레고박스를 충분히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그리 부담스럽지도 않으며, 오히려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아까 그 레고박스를 얻을 수 있는 캐릭터는 언제 나오는 거야…?” 하는 식으로 게임에 대한 흥미와 기대감을 증폭시키는 요인되 되고 있습니다.

(여담이지만 제가 좋아하는 게임인 ICO는 단 한번 리플레이했습니다. 세이브 포인트에서 세이브 포인트로 진행하는 게 너무 부담이 컸거든요. 리플레이해서 나오는 것이래봤자 무기가 바뀌는 거 정도라 동기 부여도 별로였고.)

게임중에 모은 동전은 새로운 캐릭터를 구입하는 데 쓸 수 있습니다.

게이머들이 한 번 플레이하고 마는 게임을 기피하기 시작하면서 여러 번 플레이할 만한 요소를 집어 넣는 것은 게임 개발의 필수 요소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게임사의 이러한 노력은 게이머들에게 본의 아닌 귀찮음으로 다가오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서 임의의 숨겨진 요소가 공략집을 보지 않고서는 도저히 얻을 수 없다, 혹은 엄청난 노가다를 수반해야 한다(노미스 클리어, 노세이브 클리어라던가…)면 상당수의 게이머들은 숨겨진 요소를 즐기기 위해 게임을 다시 플레이하기보다 그냥 게임을 접는 걸 택할 것입니다.

LS는 간단하지만 이 점에서는 안이하지 않은 태도를 보였고, 이러한 점이 “이 게임은 가족들과 함계 오래오래 즐길 수 있겠어” 라는 기대와 함께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게 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