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대는 말 그대로 신성한 군대이다. 정치와 제의가 아직도 완벽히 구분되지 않은 고대 사회에서는 종종 보이는 군대이며 따라서 한국 등지에도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기록이 남아서 비교적 잘 알려진 것들은 고대 지중해 세계의 것들이다.

테베의 신성대

그리스의 도시 국가 테베Thebe에는 신성대Sacred Band라는 특이한 정예 군대가 존재했다. 이 부대의 특징은 간단했다: 300명의 동성연애자들(=150 커플)로 편성된것이다.

플루타르코스Plutarch의 펠로피다스Pelopidas전에 기록된 바에 의하면, 테베의 장수 고르기아스Gorgidas가 부족과 가족을 중심으로 편성되는 기존의 그리스 군대가 종종 무너지는 것을 보고 "차라리 사랑의 힘으로 편성되는 군대를 만들면 좋겠다." 라는 발상을 하게 된 것이 시초라고 한다. 그 부대의 병사들은 자신의 연인이 죽지 않도록 전력을 다해 싸울 것이며, 연인의 앞에서 겁장이가 되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 부대에 신성한 부대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는 아마도 플라톤의 설명을 빌려야 할 듯하다: "여자와 동침하면 육신을 낳지만 남자와 동침하면 마음의 생명을 낳는다."

이렇듯 고대 그리스 사회에서 동성애는 별로 허물 될 일 없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특히 어린 소년이 성인 남자의 욕구를 만족시키는 것은 대단히 고귀한 일로 여겨져서, 당시의 아테네 사람들은 어린 소년의 교육을 떠맡으면서 동성애를 나누었다. 이것을 지혜와 덕을 가르치는 일종의 교육 비슷한 것으로도 보았기 때문이다. 소크라테스도 제자인 미청년 알키비아데스와 동성애를 나누었다고 전해진다.

고르기아스의 판단대로 과연 그 군대는 무적이었다. 당시 그리스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으로 아테네가 몰락하고 스파르타가 패권을 쥔 상태였는데, 스파르타의 횡포에 참다 못한 그리스 각 폴리스들의 반감이 높아져만 가던 상황이었다. 결국 테베가 스파르타에 반기를 들었고 이어 기원전 371년, 양군은 레욱트라에서 맞붙었다.

이 전투에서 에파미논다스가 지휘하는 테베 군은 신성대를 주축으로 한 좌익을 극단적으로 강화, 먼저 스파르타 군의 우익을 무너뜨린 다음 나머지 스파르타 군을 쌈싸먹는 방법으로 완승을 이끌어 냈다. 이후 33년간, 테베의 신성대는 절대무패를 자랑했다.

테베의 신성대가 몰락하게 된 것은 마케도니아의 흥기 때문이었다. 과거 그리스가 "바르바로이" 라 부르던 오랑캐에 불과했던 마케도니아는 기원전 359년 필리포스 2세의 즉위 이후 급속도로 발전, 어느 새 그리스를 위협하는 존재로 성장해 있었다.

기원전 338년, 마케도니아의 왕 필립 2세와 그 아들 알렉산더가 그리스 도시 국가들의 패권을 종식시킨 카에로네아Chaeronea전투에서 테베는 그리스 연합군을 지휘하는 맹주로서 출진했으나, 4미터나 되는 장창을 사용하는 중장보병 "페제타이로이" 와 돌격기병 "헤타이로이"를 앞세운 마케도니아 군대는 그리스 군대를 완전히 박살냈다.

이미 전황을 장악한 마케도니아 군대가 돌격해오자 다른 군대들은 모두 도망쳐 버렸으나 신성대만은 항복을 거부하고 끝까지 맞서 싸웠다. 플루타르크는 이 때 신성대가 전멸했다고 기록했으나 다른 기록자들은 254명이 죽고 나머지는 부상을 당한 채로 살아남았다고 기록했다. 이 주장은 카에로네아에서 254구의 시신이 묻힌 무덤이 발굴됨으로써 증명되었다.

카르타고의 신성대

로마 최대의 적으로 기억되는 카르타고 공화국에도 신성대가 있었다. 이곳저곳에서 모집된 잡다한 외국인 용병들로 그 대다수가 구성된 카르타고 군대와는 달리(이는 1차 포에니 전쟁에서 카르타고가 패배한 뒤 봉급 미지불 문제로 반란이 일어나게 되는 시초가 된다.) 신성대는 오로지 카르타고 시민만 지원할 수 있는 유일한 부대였다.

로마: 토탈 워의 신성대. 역사적인 기록과 일치하는 차림을 하고 있다. 양성 비용은 710데나리우스로 이베리안 보병이 240데나리우스, 정예병인 카르타고 보병대가 540 데나리우스인 것에 비하면 엄청나게 비싼 유닛이다.

엄숙한 맹세를 하고 입대한 특별한 군대였던 이들에게는 신전에서 제작된 무기가 지급되었으며 - 당연히 아주 신성하게 여기고 또 자랑스러워했다. - 카르타고 사회에서 죽음을 의미하는 흰색 군복을 입고 전장에 나아갔다. 이들은 역사가 폴리비오스Polybius의 기록 그대로, "수십만 명의 병사들이 싸우는 전장에서도 빛나는 카르타고의 상징" 이었다.

카르타고의 신성대는 일종의 변종 부대인 테베의 신성대와는 달리 카르타고 유일의 정규병이었기 때문에, 신전별로 다르게 편성되는 등 좀 더 체계적인 형태를 갖추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Astarte( = 아프로디테) 신전에서는 카르타고의 상류층에서 인신공양 의식 대신 군역에 종사할 조건으로 바쳐진 어린 아이들을 조련해서 중기병대를 편성했다. 이들은 한니발을 따라 이탈리아 반도에 고립되어 14년간의 전쟁을 치르면서도 전체 병력의 2/3 이상을 유지했다는 후덜덜덜한 전투력을 지녔다고 전해진다. 카르타고인이 주로 숭배하는 비와 농경의 신 Baal의 신전에서도 갑옷과 방패로 무장한 중보병 부대를 보유했다. 이들은 그리스 식으로 흉갑과 장창, 방패를 지니고 대열을 갖춰 싸우는 팔랑크스 전술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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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로마: 토탈 워에 다시금 빠졌습니다. 단지 할 게임이 없는 마당에 "그래, 로마를 멸망시켜 비운의 영웅 한니발의 한을 풀어보자!!" 는 생각에서 시작했는데(게임이니까 가능한 거겠죠) 검도부 합숙중에도 밤마다 노트북 펴들고 해버렸군요 -_-;

카르타고의 자유 시민들로 편성된 카르타고 보병대Poeni Infantry도 멋집니다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