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를 밝히는 인터넷" 은 유익할 뿐만 아니라,

평소에는 얻기 힘든 깨달음도 준다.

1.

이미 보신 분들도 많겠지만, 필자의 블로그 오른쪽 하단에는 "백투더소스" 캠페인 배너가 달려 있다. 본격 개념 블로거™ capcold 님이 시작한 이 캠페인은 한마디로 말해서 "인터넷에 유통되는 정보에 출처를 명기하자." 는 운동 되겠다. 나는 이 캠페인이 아직 구상 단계일 때 capcold 님께 캠페인 도메인을 제보했으며, 지금도 나름 열성적으로(?) 참여중이다. 최근 스킨을 바꿀 때도 잊지 않고 배너를 달았다.

내가 이 캠페인을 이렇게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는, 내가 CCL을 권장하는 이유와 비슷하다: "인터넷을 좀 더 가치있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서" 흔히 한국 인터넷을 "펌"의 문화라고 하는데, 이 문화는 문제가 많다. 출처따위 날려먹고 아무렇게나 copy & paste 해서 붙이니 원래 출처가 어디인지 알 길이 없다. 당연히 컨텐츠에 신뢰성이 있는지 없는지 판별할 방법도 없다. 원문에 잘못된 것이 수정되어도 퍼간 걸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알 길이 없기 때문에, 잘못된 사실이 계속 퍼지기도 쉽다. 그런가 하면 더 알고 싶은 사람에게 방향을 제시해 주지도 못한다.

결국, "백투더소스"란 위에서 이야기한 단점들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다. 인터넷 컨텐츠의 신뢰성을 확보하고 더 좋은 컨텐츠를 만들기 위한 기초작업, 혹은 "개념있는 이야기를 하기 위한 첫걸음" 이라고 해도 좋다. 이미 보신 분들도 많겠지만, 필자가 쓴 글(특히 역사 관련)에는 대개 하단에 "참고문헌" 목록이 붙어 있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필자가 귀찮아도 참고문헌 목록을 세세하게 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캠페인은 꼭 개념있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만 필요한 걸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 캠페인은 참여하는 사람에게도 유익한 깨달음을 주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내가 백투더소스를 통해 깨달음을 얻은 이야기를 하나 해보려고 한다.

2.

"리더요? 음... 제가 생일이 제일 빨라서 제게 리더를 맡긴 것 같구요..."

흔히 태연에게 따라붙는 이야기가 있다: "생일이 제일 빨라서 소녀시대의 리더가 됐다." 나는 항상 이 내용의 출처가 궁금했는데, 올 초에야 알 수가 있었다. 출처는 데뷔 직후 있었던 멤버별 단독 인터뷰였다. 인터뷰어가 태연에게 "어쩌다 리더가 됐어요?" 라는 질문을 던졌는데, 태연의 답은 위에 인용해 놓은 것과 같다. 그러니까 우리가 흔히 우스갯거리로 이야기하는, "생일이 빨라서 리더가 됐다." 는 설의 출처는 바로 태연 스스로였던 셈이다.

탱구는 역시 갈래머리 >ㅁ<_>웃고 넘어가기 전에, 잠깐만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자. 당신을 저 자리에 던져 놓는다면, 그리고 생각지도 않았던 난처한 질문을 던진다면, 저렇게 어른스러운(그리고 살짝 겸손한) 대답을 하겠는지. 솔직히 말해서, 나는 자신이 없다. 당시 태연 나이 때는 물론이고 지금도 말이다. 사실, 나는 저 나이 때 반장 같은 건 정말 하기 귀찮네 어쩌네 철없는 소리나 하면서 투덜거리고 있었다.

태연 별명 중에 "아줌탱" 이란 게 있다. 대기실에 있는 간식거리를 이것저것 챙겨와서 멤버들 먹으라고 준 탓에 그런 별명이 붙었다고 한다. 흔히 어린 아가씨가 의외라며 웃고 넘기지만, 당신이라면 그렇게 남사스러운 짓까지 해가면서 다른 사람을 챙겨 본 적이 있는가? 밥 먹고 잠잘 시간조차 모자란 톱가수, 자기도 무지 바쁜 상황에서 말이다. 사람들이 이 이야기를 하면서 웃을 때, 나는 부끄러움에 얼굴이 다 벌개졌다.

* 태연은 2009년 말 에서 [소녀시대 리더노릇을 그만두었다](http://www.cbs.co.kr/nocut/show.asp?idx=1341556)고 했는데, 올 초에 2집 활동을 하는 걸 보니 옷에 9가 새겨져 있었다. 다들 자기 좋아하는 숫자를 새겼지만, 태연은 소녀시대가 9명이라서 9를 새겼다고 한다. 리더 노릇은 그만두었는지 모르지만 [리더 행동거지](https://blog.gorekun.com/1400)는 안 그만둔 모양이다. 그런데 티파니는 오타 난 바람에 0 어쩔...

흔히들 난 사람보다 된 사람이 되라고들 한다. 그런데 우리 탱구는

노래도 잘 하고 (♡)

얼굴도 이쁘고 (♡)

행동거지도 어른스럽고 (♡)

...이렇게 난 사람이면서도 된 사람이니, 어찌 사랑스럽지 않으랴.

아아, 우리 탱구 왜 이리 완벽한가요 ㅜㅠ)bbbbbbbb

3.

이렇게 백투더소스는 유익할 뿐만 아니라, 평소 얻기 힘든 깨달음도 준다. 이 블로그에 들르는 방문객 여러분 역시 이 캠페인에 참여하여, 나처럼 소소한 깨달음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웬지 본격 소덕 인증하는 포스트가 되어버린 것 같지만 상관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