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반 츠바 – 일본도에 남은 기독교의 흔적

* 이 글은 시리즈의 토막글입니다.

2010년 8월 19일
일본 규슈(九州) – 나가사키(長崎) 시

나가사키 역사 문화 박물관.

흔히 한국을 유교 사회, 일본을 불교 사회라고 합니다. 그만큼 양국의 문화에서 두 사상이 차지하는 비중이 다르다는 이야기겠습니다.

이러한 배경은 도검에 그대로 나타납니다. 한국의 경우, 도검에도 대개 유교적인 장식이 많은 편1입니다. 대나무나 학 같은 문양도 있고, 글자를 새겨 넣는 경우도 많습니다. 반면 일본의 경우 칼에도 불교적인 상징물이 많이 새겨지는 편입니다. 부동명왕이 대표적인 예죠.

에 등장하는 파계승 안지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그가 모시고 있던 부동명왕상을 기억하실 겁니다.

서양과의 교류로 기독교(천주교)가 전래되면서 전국시대의 일본에도 기독교 신자가 늘어났습니다. 임진왜란 당시 후방에서 전쟁을 지휘했던 이시다 미츠나리(石田三成)나 야전 사령관 고니시 유키나가(小西行長)가 바로 천주교 신자죠. 신분 높은 장수들 뿐만 아니라 일반 병사들 사이에도 천주교 신자가 많았습니다. 임진왜란 중에 포르투갈 신부가 고해성사를 받고 묵주 등을 나눠주기 위해 조선으로 건너온 적도 있으니까요.

타카야마 우콘(高山 右近) – 센고쿠에서 가장 경건한 기독교 다이묘우(大名)

어쨌든, 이렇게 해서 기독교적인 문양들이 전국시대의 일본도에 새겨지게 되었습니다. 칼 본체보다 손잡이와 칼날 사이에 장착되는 코등이에 이것 저것 새기기가 쉽기 때문에2, 지금도 이런 문양이 새겨진 코등이가 몇 점 남아 있습니다. 이런 남만(南蠻) 코등이, 곧 “난반 츠바(南蠻鍔남만악)” 라고 부릅니다. 근세 일본에서는 서양을 남만이라고 불렀거든요. 본래 남만이라는 말은 중국 대륙의 남쪽을 가리키는 말입니다만, 배를 탄 서양인들이 동남아시아를 통해서 왔기 때문에 서양인 혹은 서양 문화를 가리키는 말로 더 많이 쓰입니다.

칼날에 새긴 예가 있는지는 제가 보지 못해서 모릅니다만, 설령 있었다고 한들 현존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시마바라의 난 이후 일본 내에서 기독교가 금지되면서 기독교적인 문양이 새겨진 칼은 더이상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개항 후에 종교의 자유가 인정되면서 기독교를 믿는다고 박해받는 일은 없어졌습니다만, 이미 이 때는 칼이 무기로서의 가치를 거의 잃어버린 탓에 역시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기독교의 흔적이 남은 칼들은 굉장히 희귀한 축에 속합니다.

나가사키는 오랜 세월 동안 서양과의 창구였기 때문에, 박물관에 난반 츠바 몇 점이 남아 있었습니다. 한 번 보시죠.

십자가가 새겨진 츠바. 상당히 단순한 스타일이다.

남만인, 즉 포르투갈 사람을 새긴 츠바.

십자가와 무사가 섬기는 가문의 문양을 새긴 츠바.


  1. 사실 장식 유형을 나눌 수 있을 만큼 유물이 많은 것도 아닙니다만. 
  2. 칼 본체에 조각을 새길 경우, 잘못하면 칼의 강도를 낮출 우려가 있다. 그래서 꽤 어렵다. 칼에 조각을 새기는 전문 장인이 따로 있을 정도. 

2 thoughts on “난반 츠바 – 일본도에 남은 기독교의 흔적

    • 그렇겠죠. 사실 초기 기독교의 성상 같은 경우 기존 신상들을 튜닝한 것들이 꽤 있다고 하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남은 게 별로 없다고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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